겨울의 유혹적인 길거리 K-간식
지난 주말 나같은 늙은이에게도 봄이 오려나 하는 마음이 살짝 드는 날씨였다.
특히 토요일은 바람 한 점 없는 봄을 기대하게 하는 그런 날씨였다.
일요일은 많이 차갑지는 않은 그렇다고 따뜻하지도 않은 그런 바람이 있었다.
그러다가 월요일 다시 겨울이 되었다.
이렇게 봄이오려나 아니 아직 멀었나 하는 밀당이 앞으로도 서너번을 있을 것이다.
그래서 2월도 춥고 3월도 매우 쌀쌀하다.
특히 학교의 3월은 매우 춥다.
비어있던 온기가 없던 공간의 온도란 그런 것이다.
다시 학교를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것은 온전히 뛰어다니면서 돌아다니는 학생들의 힘이다.
어제 염색을 위해 힙한 거리 홍대앞을 지나가면서 겨울철 간식이란 간식은 모두 본 것 같다.
계란빵, 붕어빵, 군밤, 군고구마, 호박엿, 탕후루 등등 외국인들에게는 K-간식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골목이다. (탕후루는 우리나라의 것은 아니지 싶다만)
그 중에서 나의 최애를 고른다면 당연히 호떡이다.
호떡의 종류도 다양하나 오로지 오리지널 호떡을 선호한다.
호떡은 붕어빵이라는 다른 차원의 감칠맛을 자랑한다.
적어도 내 입맛에는 그렇게 각인되어있다.
호떡을 먹으며 입술을 데이거나
옷에 그 설탕물이 뚝뚝 떨어졌던 경험도 있다.
그만큼 맛있었다는 것이다.
지하철역에서 헤어샵으로 걸어가는 길목
좌판위에 놓여있던 호떡에 일단 눈길이 갔는데
너무 사람 많은 입구라 발이 멈추어지지 않았고
예약 시간에 맞추려면 빠른 발걸음도 필요했다.
그런데 헤어샵 근처에 힙한 호떡집이 있었다.
키오스크로 주문하고 주문이 들어가면 시작되는 사장님의 퍼모먼스 가득한 호떡 굽는 과정이 있었고
그 커다란 호떡이 다시 종이컵에 담겨진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의 호떡은 뜨겁고 맛나고 쫄깃했다.
입구 좌판에서는 2,000원이었는데
이곳에서는 2,500원이었지만
500원 어치의 볼거리가 충분했고
크기도 맛도 모두 만족스러웠다.
올 겨울 나의 첫 호떡과의 만남이었다.
12월 출근길에 나를 매일 매일 현혹시킨 것은
을지로 4가역 지하철 내에 있는 어느 편의점의 군고구마 냄새였다.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그 냄새를 따라가게 되어 있다.
특히 아침 먹거리를 딱히 준비해오지 않은 날이면
더욱 그랬다.
다른 편의점에서도 군고구마를 파는 것 같았는데 그곳처럼 강력하지는 않았다.
몇 번 군고구마를 사들고 가서 나누어먹었는데
옛날 길거리에서 팔던 딱 그 맛이었다.
분명 기계는 옛날 그 검정색 드럼통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2024년에서 2025년으로 넘어가는 그 시점의 지하철역에서 나는 세기말 갬성의 군고구마를 먹었다.
믿어지지는 않지만.
그리고는 염색을 하는 헤어샵에서 음료를 무엇으로 하겠냐고 물어본다.
커피 말고 따뜻한 음료는 무엇이 있겠냐 하니
둥글레차, 우엉차, 유자차, 생강차, 그리고 율무차가 있다고 한다.
오랜만이다. 율무차...
언제 가장 마지막으로 마셨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음료이다.
그리움으로 율무차 한 잔을 받아 마셨다.
내 기억보다는 더 미숫가루와 비슷하고
얼마전 먹었던 대추생강라떼와 비슷한 맛이었다.
율무차 원래의 맛은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싶은 생각이 드나
딱히 율무차 본연의 맛이 선명하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며칠 전 정월대보름이라 땅콩, 호두, 잣이 소량으로 들어있는 패키지 포장을 하나 샀었는데
그리고 놀러간다는 아들 녀석을 주었는데
잘 먹었는지 모르겠다.
호두를 이빨로 깨주었던 젊은 날의 아빠도
호두 두 개를 계속 손에 넣고 돌려대시던 외할아버지도
땅콩 부스러기가 방에 가득이라고 비질을 하면서
화를 내시던 엄마도 안계신다.
겨울에만 먹을 수 있던 간식들도
이제는 언제나 먹을 수 있을만큼
세상도 변했고 세월도 많이 흘렀다.
그러나 먹거리가 가지고 있는 추억의 힘이란 오래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