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1식 시스템
벌크업을 목표로 가열차게 달린지 2주가 되었는데 역효과가 나고 있다.
1일 1식의 형태가 되어가고 있는 듯 하다.
문제는 바로 하루 한끼의 밥 약속이 있다는 점.
지난주보다는 덜 하지만 아직도 약속이 있다.
내일은 없고 토, 월, 수요일까지 이어진다.
어제는 후배들과의 거한 한정식이었고
오늘은 학교 실무사님들과 육개장과 점심 한정 모듬수육을 먹었다.
밥 한공기를 다먹고
소고기해장국에 선지빼고는 거의 완뚝했다.
어제도 오늘도 너무 맛있어서 많이 먹은 것이 탈이다.
이른 점심 약속이 있으니
아침은 대강 조금 먹는둥 마는둥 하게 되고
점심이 맛있으니 많이 최대한 먹고
게다가 수다를 더 떨어야하니
디저트 차와 과자도 먹고 나면
저녁에는 무언가를 더 먹을 수 없는 포만감의 최고치인 상태가 된다.
결국 제대로 먹는 한끼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괜찮은 것일까? 이렇게 해서 벌크업이 가능할 것인가?
일단 더 이상 먹을 수 없는 이유는
평소 하루 수업 4시간으로 오랫동안 다져진 에너지 소비율에 익숙해져서이다.
그 정도의 일의 양이 안되니 배가 안고픈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교사는 육체 노동자가 맞다.
날이 풀리면 산이라도 타야되나 싶다.
육체적인 에너지 소모가 안되면 정신적으로라도 에너지를 사용해야는데
수업 준비를 안하니 생산적인 뇌 에너지 사용이 없고
배가 고프지 않는게 당연하다.
그런 것을 보면 교사는 정신 노동자도 맞다.
논문이라도 다시 써야하나 싶다.
오늘 마지막일지도 모를 서울시교육청 교사 대상의 생태전환교육 연수를 진행했고
이제야말로 공식적인 일은 녹색기후상 시상식 참석 및 학생 인솔만 남았다.
어제 3월 4일 출발하는 2박 3일의 제주행을 급예약하고
제주 여행을 주제로 한 유튜브를 돌려보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그것이다.
주인공만 다를 뿐
제주행 비행기를 타고 내려서 맛집을 가고
디저트를 먹고 또 빵을 먹고
다시 밥을 먹고 간식을 먹고
그 사이 사이에 어딘가를 구경하고 숙소를 보여준다.
다음 날 다시 또 똑같은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똑같은 포맷의 유튜브가 오늘 본 것만 수십 개가 넘는 듯 하다. 식상하다.
그런데 내가 유튜브 담당자라 하더라도 딱히 다른 포맷이 떠오르지는 않는다.
무언가는 다른 제주행을 위해서 가고 싶은 곳을 열심히 찾아봐야하나 그럴 열정은 없다.
그리고 맛집을 찾는 것에도 먹는 것에도 그만큼의 열정이 이제는 없다.
지금까지 눈에 띈 방문하고픈 장소는
유동룡 미술관, 문화예술공공수장고, 화가 박서보의 집 정도이고(나 미술 좋아하나보다.)
먹거리는 전복게우비빔밥, 접작뼈국, 고사리육개장 정도이다.(잘 먹을 수 있을지는 모른다. 호불호가 있는 음식들이다.)
그리고 그 먹거리는 1인분 식사가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회나 갈치조림, 오겹살등은 최소 2인이 되어야 가능한 먹거리이다.
그런데 1일 1식 이 시스템의 당면 문제는
내 배가 부르면 저녁을 하기 싫어진다는 점이다.
퇴근하는 아들 녀석 저녁 준비할 생각이 1도 안난다는 것이다.
주말에 올라올 남편이 물김치를 희망한다고 했는데 그걸 담글 마음이 생기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주에 볼락과 고등어, 갈치를 먹었으니
이번 주말에는 다른 생선을 요리해야는데
(남편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단백질 섭취를 위한 음식이 꼭 필요하다.)
무얼할지 생각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람은 이렇게 자기중심적이다.
요리는 더욱 더 그렇다.
(오후 연수하러 나가기전
제주 여행 유튜브를 보면서
작년 여름 이호테우해변의 시그니처인
말 등대 사진을 보고 그림을 그려보았다.
저 빨간 말과 흰말은 서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았다.
나는 둘이 서로 바라보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어 그렸다.
왜 서로 바라보게 만들지 않았을까?
내가 작가였다면 당연히 바라보게 만들었을텐데...
이번 내 제주행의 숙소는 이호테우 근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