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기쁨을 소망한다.
7년 정도 된 것 같다. 나름의 플리마켓을 진행한 것이...
그 이전에도 물론 나는 쓰임새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되는 물건이 생기면
그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아낌없이 주는 스타일이었다.
맥시멀리스트였거나 돈이 많은 것도 아닌데
왜 그랬을까?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난 것이라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태생적 오지라퍼(나의 브런치 네임이다.)에
퍼주기를 좋아라하는 성품이다.
아직도 얻어먹는 식사나 선물 받기에 뻘쭘하다.
내가 사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요새 퇴직 축하 자리라고 자꾸 맛난 것들을 사주어서 이것도 갚아야할 것들이라고 쌓아놓고 있다.
그러니 태어나기를 부자가 될 팔자가 절대 아니다.
나와 아들의 옷들은 옷 수거 플랫폼에 기부한지 꽤 되었고
(누구에게인가 다시 쓰임새를 받으면 정말 좋겠다.)
그곳에 기부하지 않은 것들 중 잘 어울릴만한 지인들에게 준 것도 꽤 있는데
아직도 많은 양의 옷이 있다.
괜찮다. 차근차근 정리해서 또 기부하면 되고 무엇보다도 나에게는 많은 시간이 있지 않은가...
물건들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산 것도 있지만 선물이나 기타 등등의 사유로 받아온 것들도 있는데
지나치게 사이즈가 크거나 잘 안쓰게 되는 것은
필요하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넘겨서
본연의 쓰임새를 찾게 해준다.
(필요없는 사람들에게 주면 곧장 쓰레기가 된다.)
사이즈가 엄청 큰 에어 프라이어기는 막내 동생에게
음식물 쓰레기처리 장치는 학교 지인에게
어제는 믹서기를 다시 아산 공장으로 내려가는 남편에게 들려보냈다.
과일이나 야채가 잘 안 먹히면 쥬스로라도 만들어서 먹으라는 당부와 함께...
나보다 더 그 물건들을 자주 사용하고
애정있게 쓸 사람에게 넘기는 일은 즐거움이다.
어제 오후에는 식물 수경재배 키트를 준 후배에게서
잘 자라고 있는 식물 사진이 도착했다.
냉장고와 세탁기, 청소기를 사면서
상품권에 혹해서 구입한 것이었다.
그 동안에는 학교 과학실에 두고서 학생들에게
식물 종류별로 생장하는 기쁨을 보여주던 것인데
나의 퇴직후 그 소임을 다하지 못할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물론 집에 두고 상추를 키워먹어도 되겠지만
양이 꽤 되어서 적절한 소비가 걱정되기도 했다.
영재원을 운영하는 후배에게 기쁜 맘으로 주었더니 오가는 학생들이 좋아라 하면서 식물을 관찰한다고 한다.
그리고 선생님들도 힐링이라면서 이뻐라 한다고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플리마켓의 기쁨이 아닐 수 없다. 좋은 것은 나누면 기쁨이 된다.
오늘도 나는 플리마켓을 진행하러 집을 나설 예정이다.
생태전환교육의 사례를 나눔하는 것.
내가 알고 있고 먼저 해본 경험을 알려드리는 것.
무엇보다도 나의 활동 자료를 오픈해서 공유하는 것.
이것도 나는 플리마켓의 일종이라고 생각한다.
지식과 경험의 나눔이니 말이다.
자신의 수업안이나 활동 자료는 절대 공유하지 않고
자꾸 다른 사람에게 자료를 달라고 하는 분들도 가끔 있다.
그리고 그 받아간 자료를 잘 활용이나 한다면 모르겠는데 절대 활용하지 않는다.
쌓아두기만 한다. 왜 그러는걸까?
집안에 사용하지 않는 물건으로 꽉 찬 것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학교의 2월은 이사의 계절이다.
업무에 따라 교무실 자리도 바뀌고 담임반 교실도, 수업할 교실도 바뀌기 마련이다.
어제 쓰레드에서 나와 비슷한 선생님을 보고 답글을 남겼다.
자신의 담임반 교실을 열심히 청소하셨다는 글이었다. 오랫만에 비슷한 성향을 만난 기쁨이 답글달기로 승화된 셈이다.
나도 그랬다.
모든 시작은 물품 정리와 청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초임교사일 때 학급반으로 배정받은 교실이 너무도 더러워서
전문가를 불러서 교실 페인트칠을 했던 적이 있다.(내돈 내산이었지만 지금 생각하니 너무 오버한 것이다만.)
그 정도로 나는 물품 정리 정돈과 청소가 중요한 사람이다.
그리고 그 기반에는 반드시 다소 과감한 버리기가 수반되어야 한다.
오늘도 교무실 좌석 이사와 학급 정리에 하루를
몽땅 바칠 이 땅의 선생님들에게 파이팅을 보내드린다.
더 이상 정리할 내 자리가 없다는 것이 조금은 슬프기도 하다.
살아보니 욕심이라는 것은 무한대의 영역이더라.
그런데 욕심을 버리게 되는 것은 순간이었다.
점점 많이 먹을 수 없게 되니 식탐이 줄어들게 되고
(어제도 점심을 거하게 많이 먹었더니 저녁은 저절로 안먹게 되었다. 아직도 배가 부르다.)
어깨가 아프고 팔과 다리의 근육량이 줄어들어서
한 번에 많은 것을 들 수 없으니
커다란 가죽 가방에 대한 탐욕이 줄어들고
(이제는 에코백이 최고이다.)
원래도 많은 것은 아니었지만 티눈이 생겨
구두와 신발에 대한 욕심은 이제 거의 제로에 수렴한다.
그런데 말이다.
아직 내게 유일하게 남아있는 줄어들지 않는 욕심이 있다면 그것은 사람에 대한 욕심이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하는 최선을 다하는 사람을 지인으로 남겨두고 싶은
그리고 그들의 기억속에 남아있고 싶은 그런 욕심이다.
그것도 내려놓아야 할 준비를 해야는데 말이다.
어제도 카톡 친구 일부를 정리했지만 아직도 지우고 싶지 않은 많은 인연이 있다.
아참 내가 잘하는 플리마켓(?) 이 또 있구나.
내가 아는 훌륭한 사람들끼리를 서로에게 소개하여
더 나은 네트워킹 그룹을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이 분들의 발전을 흐뭇하게 바라보는 것.
마치 식물이 멋지게 자라나가는 것을 보는 것과 비슷하다.
수경재배 식물에 꽃대가 열개나 올라왔다고 좋아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나에게는...
그리고 아직은 그런 쪽으로라도 쓰임새가 있는 삶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