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새로운 시대가 열린다.
지난번이 마지막이겠거니 했는데
오늘 아침 일어나보니 눈이 내려있다.
양이 그리 많지는 않지만
휴일 마지막날이라 다들 늦잠을 즐기는지
아파트 놀이터에 아직 눈이 내린 그대로 남아있다.
분명 2024 시즌 겨울의 마지막 눈이지 싶다.
펑펑 내리는 눈을 만난 적이 몇 번 있다.
6개월의 서울대 파견연수 첫날이 그랬다.
분명 3월 2일이었을텐데 눈이 쏟아져 내렸다.
지하철역에서 서울대 내부를 출입하는 순환버스를 기다리는 그 짧은 시간에도
눈을 뜰 수 없을만큼 많은 눈이 내렸다.
입학 첫날 부푼 꿈을 안고 멋을 낸 신입생들은
열심히 드라이한 머리도 엉망이 되고
처음 신은 궆높은 신발에 저절로 미끄러지는
그런 난관의 첫 날이었다.
그리고 관악산에 자리잡은 서울대는 다른 평지보다 2~3℃는 더 춥고 오르막 아니면 내리막길이다.
그 눈발들은 곧장 얼어붙기 시작했고
귀가길은 빙판과의 전쟁으로 아수라장이 되었었다.
또 한번의 폭설은 휴양림으로 놀러간 방학 때였다.
학교의 친한 선생님들 가족 여러 팀이 함께 놀러가서 즐거운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일어났더니 무릎까지 눈이 쌓여있었다.
그 정도 푹푹 빠지는 눈은 생전 처음이었다.
당시 초등학생이던 아들 녀석과 친구네 아이들은
신나서 귀와 코가 빨개질때까지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들었는데
정작 어른들은 집에 갈 수 있을까?
차가 움직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휴양림내에 길을 내려고 삽질을 해댔다.
내 인생 최고의 난이도 높은 삽질이었다.
헛도는 바퀴에 체인을 감고 뒤에서 밀고 끌고 해서 간신히 큰 도로까지 나왔던
그 날의 눈은 이쁘기도 했지만 엄청 무섭기도 했다.
신규교사였던 구정 명절에 학교 당직을 서다가
폭설을 만나기도 했었다.
언덕위에 있던 나의 첫 학교.
학생이 없는 방학 중이라 운동장에 눈은
오는대로 차곡차곡 쌓였고
교무실에서 보는 눈은 마냥 멋지고 이쁘기만 했는데
퇴근 시간이 되어서도 그치지가 않았고
내려오는 길은 이미 동네 아이들의 눈썰매장으로 변해있었다.
할 수 없었다.
박스 하나를 찢어서 나도 타고 내려왔다.
미국 연수 중 버지니아에서 만난 폭설때도
우리 팀은 너나할것없이 박스를 찢어서 눈썰매를 탔었다.
스키나 스노보드는 무섭지만
눈썰매는 지금도 한번쯤 탈 수 있을것 같다.
비가 오는 것은 질색을 하지만
눈이 오는 것은 질색까지는 아니다.
운전만 하지 않으면 된다. 아니다.
미끄러지는 것도 절대 안된다.
가장 좋은 것은 실내에서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것을 큰 창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타이밍이 딱 좋게
비나 눈이 내려주는 기회는 쉽지 않다.
내일 나는 짧은 제주 여행을 떠난다.
무얼할지 어디를 갈지 정했냐고 무뚝뚝한 아들이 어제서야 물어보았다.
나는 결정한 것이 별로 없다고 대답했다.
파워 계획수립러인 엄마가 웬일인가
놀래는 표정을 짓는다.
이게 백수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직장인들은 시간에 쫓겨서 무언가를 가급적 많이 하고 보고 싶을 것이다만
백수가 되면 남아도는 게 시간이다.
급하게 움직일 일도 꼭 해야 하는 일도 별로 없다.
그리고 이번 제주에서 못보면 다음에 또 오면 된다. 그렇게 마음먹었다.
참. 어젯밤에 나는 국세청에 들어가서 1인 개인사업자 등록을 신청하였다.
상호명은 Chat GPT 의 협조를 받았다.
<Insight LAB> 스치는 나의 아이디어를 함께 나눈다는 의미이다.
미래교육에 대한 어떤 것이라도 함께 논의할 기회가 있으면 참 좋겠다는 뜻이다.
내가 지금껏 해왔던 것, 고민했던 것 그리고
나의 40년 노하우를 그냥 버려두기는 아깝다는
조그마한 아쉬움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순전히 내 생각일뿐이다.
여성 소상공인이니 입찰 등에서는 우대가 있다한다.
그렇다면 3월 1일에서 3일까지 백수였다가
3월 4일부터는 CEO가 되는 셈인가?
지금까지 열심히 일만 했다하면
이제부터는 돈을 벌어보는 것인가?
그렇게 된다면이야 내 인생 해피엔딩인데 말이다.
한라산에는 아직 눈이 남아있겠지만
한라산 등반을 하기에는 나의 저질 체력과 티눈 발가락 때문이라도 불가능이다.
3월의 제주는 나의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명상의 시간으로 잘 활용해보겠다.
(어제 과천과학관에서 본 지구 모형 사진이 너무도 마음에 들었다. 지구과학 전공자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