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제주 먹거리 정리편
잠을 설치고 새벽부터 일어나서
방에서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뒤척뒤척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해장국집으로 나섰다.
제주도는 왜 해장국집이 유명한 것일까?
아마도 제주도에 놀러온 사람들이 전날
바닷가 앞 분위기에 흠뻑 빠져서
술을 많이 먹었기 때문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
나의 추론이다.
또 하나 요인이 있다.
아침 7시쯤에 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은 해장국집밖에는 없다.
일찍 움직여서 하나라도 더 구경하고 싶은 여행객에게 딱이다.
따라서 어제 술도 먹지 않은 나도 아침으로
해장국집을 선택한다.
해장국으로 대박이 나서 건물을 올렸다는 곳도 있을 정도이다.
각각 식당마다 특색이 있는 해장국이나
나는 일반적인 형태를 좋아라 한다.
내가 찾아간 곳은 대기줄도 없고 평범하고
일반적이게 보이는 해장국집이었다.
(유튜브에서는 사람이 바글바글했었다만)
사실 내장탕에 한번 도전해볼까 3초 고민했었는데
나의 수준을 직시하고 해장국을 주문했다.
다른 식당과의 차이점은
고기를 싸먹을 깻잎을 준다는 점 정도이다.
(예전에는 쌈배추도 주었다는데 소문이 나고 바빠지고 가격을 올리고 나서 쌈배추는 안준다니 이것은 무엇일까? 가격을 올리고 유명해지면 안 주던 것도 줘야하는 것이 아닌가?)
선지는 빼놓고 안먹었지만 고추기름이 칼칼했고 우거지와 콩나물 그리고 당면은 먹을만 했다.
깍두기는 괜찮았는데 배추 김치나 겉절이가 없어서 아쉽다.
그런데 내 미각으로는 을지로 4가역 옆에 있는
제주 은희네 해장국집이 더 맛난 듯 하다.
이름은 제주 은희네인데 제주에 와보니
같은 은희네가 아니라 한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도 없고 굳이 알 필요도 없다만.
오후 2시가 넘어서 점심도 아니고 저녁도 아닌 어정쩡한 시간에 밥을 먹었다.
함덕을 보고 절물휴양림을 돌고 협재 해변에서 내리니 허기가 졌다. 비도 다시 내린다.
근처에 눈에 띄는 식당이 있다.
검색했을 때 나오는 이름의 식당이었는데 목요일이 휴일이라고 나와있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그 날이 목요일이라고 생각했었고
혹시 싶어서 3층으로 올라갔는데 식당이 영업을 하는거다.
왜 그런지 생각도 해보기전에 그리고 고민도 하기 전에 나는 문을 열고 창가에 앉아서 전복솥밥을 주문했다.
음식을 기다리다 생각해보니 수요일이었다.
그런데 전복솥밥은 이제 제주도만의 음식이 아니었다.
서울에도 어디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 메뉴이고
2월에 자주 먹었었고
중요한 것은 다 비슷비슷한 퀄리티가 나온다는 점이다.
망하지는 않는데 특별한 맛도 느끼기 쉽지 않은 메뉴이다.
그래도 비 내리는 협재 바닷가를 3층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서 따뜻한 물 부었다가 먹는 눌은밥은 맛났다.
밑반찬이 조금은 성의가 없어 보였다는 것이 아쉬울 뿐.
내 미각은 참으로 일관성 있다.
일관성이라는 것은 어떨때는 창의성의 반대가 되기도 한다.
늦은 점심으로 수요일 저녁은 오전 함덕 카페에서
사온 레몬 케잌으로 대신한다.
오늘은 함덕과 협재 두 대표적인 바닷가를
하루에 모두 가본 진기한 날이다.
함덕에서는 카페에서 차와 케잌만 먹었고
협재에서는 전복솥밥이다.
조금은 나답지 않게 성의 없는 메뉴 선택이다.
갑자기 생긴 할 일에 신경쓰느라
식욕도 메뉴 선택에 대한 집중력도 사라진 듯 하다.
고 난이도의 일을 대충 마무리하고 나니 밤 열시 반.
컵라면이라도 사러나갈까 하다가 잠을 자는 것으로 타협한다.
다이어트 시기에 많이 하던 고민이었다.
먹을 것인가? 그냥 참고 잘 것인가?
그런데 항상 참고 자는 쪽이 남는 쪽이었다.
늦은 시간에 먹는 것은 살이 찌고
다음 날 얼굴이 붓고의 문제가 아니라
위에 주는 부담이 더욱 큰 법이다.
(오늘 하루 회를 먹어야지 안되면 초밥이라도 먹을까 하다가 노로바이러스 생각이 났다.
간장 게장 먹고도 걸렸다는 지인이 있다.
음식이 문제일수도 개인의 면역력 문제일수도 있다.
2월이 되면 수온이 올라가게 되고 노로바이러스 활동 극대기가 된다고 한다.
이럴 때는 무조건 가열 음식을 먹어야 한다.
나의 면역력을 절대 과신해서는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