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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41

목요일 제주 먹거리 정리편

by 태생적 오지라퍼

목요일은 갑자기 생긴 일로 인해서 오전 관광 일정이 없다.

딱히 갈 곳도 없었지만 아쉽기는 하다.

아침 일찍 조식 뷔페로 내려갔다.

많이 먹지는 않지만 맛난 음식을 요모조모 구경하는 것은 엄청 좋아라 한다.

한 바퀴 돌아보니 퀄리티가 괜찮다.

첫 접시는 잘 구은 스테이크 한 점과 스크램블 에그, 베이컨과 소시지구이, 버섯과 아스파라거스 구이

그리고 요새 나의 관심을 받는 토마토 스튜이다.

오렌지 쥬스 반잔까지 함께 한 미국식이다.

물론 조그만 접시에 한 점씩만 담는다.

음식 남기는 것은 지구에게도 설거지하시는 분들께도 미안한 일이다.

음식물 남기기도 싫지만

나의 소화 능력도 믿기 어렵고

더구나 오늘은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하는 날이다.


두 번째 접시는 한식 형태이다.

간장에 오래 담가둔 풍미가 보이는 장아찌 종류가 제일 좋았다.

오이, 마늘쫑, 고추, 명이나물 모두가 맛났다.

흰 밥이나 눌은밥에 먹으면 딱인데 흰 밥이 없고 볶음밥만 있다. 그 점이 가장 아쉽다.

배추김치와 겉절이 형식의 세발 나물 무침, 샐러드 속에서 토마토와 루꼴라, 치즈 조금을 떠먹었고

브로콜리닭죽과 사과쥬스 반 잔을 먹었다.

딱 좋은 만큼의 양이다.

숙박 할인을 받아 27,000원인데 13,500원 어치 정도만 먹은 듯 하나 만족이다.


나는 뷔페의 퀄리티를 촌스럽게도

오렌지 쥬스, 소시지, 빵으로 판단한다.

나만의 방법이다.

오렌지 쥬스는 미묘하게 좋은 원액과 아닌 것의 차이가 있는데 마셔보면 안다.

소시지도 종류별로 냄새 및 부드러움의 종류가 다르다.

빵도 물론 그렇다.

밀가루 맛이나 냄새가 나는 정도가 그리고 퍽퍽한 정도가 조금씩은 다르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원 재료가 다르고 제조 방법의 세밀성이 다 다르기 때문이다.

오늘의 뷔페는 일정 수준 이상인 것으로 판단했다.

물론 빵은 먹어보지 않았지만.

그러리라 예상했었다.

왜냐면 같은 브랜드 계열의 호텔에 몇 번 숙박하고 식사를 했었기 때문이다.

네임 밸류라는 것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고 그 가치를 지키고 높이기 위해서 많은 사람이 노력 하고 있다.

회사고 그렇고 개인도 그렇다.

나의 오늘 오전 관광 대신 선택한 일도

나의 네임 밸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오전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배가 고파온다.

역시 머리를 쓰는 작업이 가장 에너지 소모가 빠르다.

두 시간을 최선을 다해 머리를 짜냈더니

맛난 것이 저절로 생각이 난다.

그러므로 다이어트의 가장 좋은 방법은 공부가 맞다.

(학생들이 이 글을 봐야 할텐데.. 모두 개학이고

첫 주말이라 정신이 없을 거다.)


동문 시장과 미술관 근처에서 밥을 먹으려 돌아다닌다.

이 길은 제주 왔을때마다 거의 마지막 날 동선이어서 기억이 난다.

초밥집이 눈에 띄었으나 컨디션을 고려해 패스

제주 다운 먹거리였으면 더욱 좋았겠으나 쉽지 않아 패스

그러다가 언덕길 곰탕집이 눈에 들어온거고

나는 이끌리듯 주문을 했다.

단일 메뉴 스지곰탕이고 혼밥이 쑥스럽지 않게

바 스타일로 구성되어 있고 오픈 스타일 주방에 주인장 혼자 음식을 준비한다. 좋았다.

음식을 기다리다가 식탁 앞에 내가 평소에 생각하던

그 글귀가 적혀져 있는 것을 보았다.

<금쪽같은 내 한 끼>.

이것이 이 식당의 모토이다.

맞다. 내 맘과 똑같다.

정말 금쪽같은 내 한 끼를 이곳에서 먹으려는 거다.

살기 위해 대충 먹고 허기만 때우려는 것이 아니다.

푹 고아진 아롱사태와 스지는 간장 와사비에 찍어 먹고

국물은 맑고 깔끔하고 건강하지만 과하지 않고 맛난

딱 그 느낌이다.

제주에서 먹은 것 중 최고이다.(제주스러운 음식이 아니라는 점 때문에 2점 감점되기는 했지만)

재방문 의사 있다. 타인에게 강력 추천 의사 있다.


이렇게 마음에 드는 음식을 먹으면 힘이 나고

콧노래가 절로 난다.

제주에서의 먹거리는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마지막이 좋으면 해피엔딩인거다.

혼밥이라 회 종류는 먹을 수 없었지만

바다를 보면서 충분히 회를 먹은 싱싱한 느낌을 받았으니 되었다.

눈으로 사진으로 담아온 제주 바다를 보면서

퇴직우울증을 한 달 정도는 날려보낼 수 있을 것 같다.

한 달 뒷면 다시 무언가가 그리워질수는 있을 듯 하지만 말이다.

그때쯤이면 또 어디를 가려고 들썩일지 모른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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