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현안 정리하기

오늘은 정리가 될 것인가?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버지는 여러 종류를 사업을 하셨었다.

아마 일평생 취직은 하신 적이 없는 듯 하고

이것 저것 친구들 말을 듣고 사업을 벌리다가

크게 잘 된 것은 없었던 것 같고

엄마는 항상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었고(그래서 그리 두통이 심하셨을수도 있다.)

대기업 다니는 월급 따박따박 나오는 월급쟁이 사위를 희망했었다. 간절히...

나는 큰 딸이었고 그 기대에 부응하고자 대기업 다니는 사람과 결혼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사업을 한다고 대기업을 뛰쳐나오리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다.

내 인생이 꼬이기 시작한 순간이다.)


아버지가 사업을 하다가 받아야 할 대금이 있는데 그것을 못받는 경우

대신 땅으로 받은 경우가 몇 번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는 결국 그것을 돌아가실때까지 정리하지 못하셔서

딸들에게 공동 명의로 남겨진 하남 땅과 남한산성 땅이다.

(아니다. 둘 중 하나는 엄마가 상속받으신 것일 수도 있다. 복잡하다.)

2019년 5월에 처음으로 그 땅에 가보았다.

생계와 간병에 우리 모두는 그곳을 가볼만한 여유조차 없었다.


남한산성 땅은 사실 가보지도 못한 것과 같다.

구글 지도를 살펴보니 남한산성 올라가는 길 어디쯤엔가 있었다.

유네스코 자연경관지로 지정되어서

건축물을 지을 수도 무언가를 경작할 수도 없고

단지 산책길 오르막 어디쯤엔가가 우리 땅이라고 하니 세금만 꼬박꼬박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정리가 안된 상태를 우리의 자식들에게까지 물려줄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방법을 구안해보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였다.

시청에 물어보았었다.

재산권을 사용할 방법이 없는데 나라에서 이 땅을 수용해줄 수 없겠냐고 가격은 조금이어도 된다고...

몇 달을 이리저리 해당 부서에서 왔다갔다 핑퐁게임을 하더니 결국은 안된단다.

그 땅의 공시지가가 나라에서 구입할 수 있게 정해놓은 토지대금보다 더 높다고 한다.

이럴수가. 올라가기도 힘든 그 곳이 왜 그리 비싸다는 것인가.

재산권 행사도 못하고 나라에서 수용하지도 않을거면 우리는 그냥 세금만 내라는 말인가.

아버지. 왜 그런 땅을 받아오신 거예요?


하남 땅은 그나마 접근이 가능했으나 이런 저런 이유로 그린벨트로 오래동안 묶여 있는 곳이다.

언젠가 풀리면 대박이라 큰 소리 치셨었으나 지금도 묶여있다.

게다가 옆 땅 소유주 할아버지가 이상하다.

우리가 그 땅을 열심히 관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원주민이다.

2019년 처음으로 그 사람을 만났다.

집을 지어서 살고 있었고 입구에 큰 강아지가 우리를 보고 짖어대고 있었고,

본인의 집과 출입도로에 우리 땅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큰소리를 쳤다.

사실 우리 소유의 땅이 어디부터 어디까지인지도

잘 파악할 수 없었다.

실측이 필요하다했더니 예산이 투여된다면 내겠다고 또 큰소리를 쳤으나 결국은 내지 않았다.

토지가 임야인데 불법으로 지은 집은 이미 오래되어 보였다.



2024년 그 할아버지는 시청에 불법 건축물이 적발되어 집을 없앤 모양이었다.

그런데 다시 우리 땅으로 자신의 출입을 위한 길을 내고 나무를 뽑고 철책을 세우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위법을 저질렀고

우리는 할 수 없이 경찰서와 해당 업무 부서에 여러차례 민원을 내고 고발도 하고

그 사이에 우리는 내돈내산 실측도 두 번 하고

우리가 그 땅을 훼손하거나 변경한 것이 아니라는 답변서도 여러차례 내고

동생과 동생 신랑이 여러번 하남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이래저래 골치가 아픈 땅이었다.


그런데 그 애증의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물론 아주 싼 금액이고 총 금액도 얼마되지 않는다.

왜 사는지는 모르겠다.

서울 인접 지역이라는 것 빼고는 메리트가 별로 없어보이는데 말이다.

우리가 모르게 그린벨트가 풀린다는 소문이 있을지도 모른다.

원래 선거철 등이 다가오면 한번씩 그런 소문이 돌곤 했다.

이제 우리는 모두 그 땅의 소유에 지쳤고

계속되는 민원사항에 대처하기도 힘들고

정리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커서 오늘 계약하기로 약속을 하였다.

계약이 잘 유지되어서 홀가분하게 그 땅을 정리할 수 있었으면 참 좋겠다.

남편은 아침 일찍 다섯번쩨 항암주사를 맞으러 나섰고

나는 오전에 이 계약을 위한 부동산에 다녀와야 하고

따라서 오늘도 중요한 하루가 될 것 같다.



아직도 나에게는

외할아버지 소유였던 부여 땅 조각 조각들이 있다. 그것도 가격은 얼마되지않는다.

거의 10여명 이상의 공동 소유지이고(이종사촌들과의 공동 명의가 되었다. 엄마 형제들 공동의 몫이었으니 말이다.)

부여 유적지여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곳이라고 하고

어느 땅은 우리 소유인데 누군가가 봉분을 만들고 집을 지어 살고 있다고도 한다.

비슷하다.

우리가 그 땅 관리에 소홀하다는것을 잘 알고있는 원주민이 그런것이다.

하남땅을 정리하고 나면

이제 부여땅 정리에 나서야 하는데

그것은 더더욱 쉽지 않다.

공동소유자가 많을 수록 힘든 법이다.

생각과 사정이 다 다르니 말이다.

나에게만 이런 일이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세금만 내고 재산권 행사가 불가능한 이런 토지를 적극적으로 국가가 수용하는 방안의 검토가 필요한데

다른 여러 가지 일에 예산을 사용하느라 돈이 없다는 것이 관련부서의 첫 번째 대답이었다.

국가는 나에게 무엇을 해주는것인가?

의료보험을 해주기는 한다. 엄청 냈다.

공무원 연금을 줄 것이다. 그것도 엄청 냈다.


꽃이 피면 부여를 방문해봐야겠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부여 외갓집의 향기를 느끼고 와봐야 겠다.

그리고 그 땅들을 정리할 방법을 모색해봐야겠다.

하나뿐인 아들 녀석에게 세금만 내는 땅을 물려주는 것은 너무 하지 않은가?

이렇게 골치아픈 일은 넘기지 않는게 최선이다.

내가 처리해야 할 현안 중 한 가지이다.


(오늘 사진은 제주 미술관 벽에서 본

낙서인지 작품인지 알 수 없는 것을 찍은 것이다. 천장에서 벽으로 기어내려오는 거미줄과 거미 그림을 무심하게 그려놓고 한 줄 글을 써놓았다.

거미의 마음인지 내 마음인지 알 수 없다.

I have a Dream.

유명 노래 가사이기도 하다.

나는 작품으로 인정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