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새드엔딩인가?
K-디저트가 인기라고 한다.
인기를 끌기 이전에도 나는 식후 간식을 좋아라하는 삶을 살았었다.
앞 날과 미래를 내다본 것인가?
밥을 먹고 나면 그렇게 빵이 먹고 싶어졌다.
밥 대신 빵을 먹는 것은 좋아라 하지 않았는데
(빵은 절대 한 끼 식사가 될 수는 없다는 생각이다. 비상시를 제외하고는)
이상하게 밥을 먹고 나면 빵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고 평소에는 안 먹던 빵까지도 맛나게 먹곤 했다.
탄수화물이 탄수화물을 부르는 효과라고나 할까?
혈당 상승의 최고점을 찍는다고나 할까?
여하튼 그랬다. 건강에는 절대로 좋았을 리가 없다.
(오늘 날씨도 꾸리꾸리한데 SRT 타고 성심당 빵이나 먹으러 나서볼까?
SRT를 한번도 안타봐서 조만간 언젠가는 나서지 싶다.
내 최애 성심당 빵은 아직까지는 자극적인 튀김소보로이다.)
며칠 전 청와대 나들이길 노상에서 갱엿 하나를 샀다.
어렸을때부터 엿 종류를 좋아했다.
지금도 엿 형태를 유지하는 사탕도 좋아라한다.
특히 멀미가 났을 때 뒤집어진 뱃속을 평정하는데 큰 효과가 있다.(내 경험상이다.)
출산 휴가가 끝나고 학교에 다시 출근한 첫 날
당시 고등학교 입학 시험을 앞두고 모두의 합격을 기원하는 엿을 돌렸었다.
나는 당연히 신이 나서 한 입에 엿을 덜컥 입에 넣었다가
왼쪽 아구가 약간 어긋난 느낌이 들었고(뿌지직 소리가 났던 것도 같다.)
한동안 입이 잘 안 다물어지고 왼쪽 턱에 통증이 남아있었다.
출산하면 뼈가 약해진다는 말을 그때 실감했었다.
그랬음에도 그 이후에도 엿에 대한 호감을 멈출 수가 없었고
약한 엿처럼 만든 캐러멜 사탕을 먹다가 충치에 박아둔 금이 떨어져나가는 대형 참사를 맞이하기도 했었다.
캐러멜 사탕 하나 값치고 땜빵하느라 돈이 많이 들었었다.
이런 역사가 있는데 또 옛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덥썩 원모양의 제법 커다란 옛날 감성의 땅콩엿을 샀던 거다.
남편도 아들도 먹을 생각도 하지 않아서(남편은 먹을 수가 없고 아들 녀석도 안 먹어본것에 대한 낯가림이 쬐금 있다.)
나 혼자 사흘에 걸쳐서 그 엿을 조금씩 조금씩 잘라가며 드디어 다 먹었는데
그래서인지 왼쪽 아구에 약간의 버석거림이 느껴진다.
그래도 맛있기만 했다. 혈당 폭발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군고구마와 군밤은 과자가 별로 없던 그 시절 간식이기도 했고 주식 대용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 그 길거리에서 불을 직접 때서 구워주던 그 불맛이 나는 군고구마와 군밤은 많지 않다.
호호 불면서 까느라고 손과 입에 검정 재가 묻는 수고로움쯤은 기꺼이 감수할만 한데
그런 복고적인 스타일은 이제는 별로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지만 군고구마와 군밥을 먹을 때는 꼭 지켜야 할 주의점이 있다.
너무 빨리 먹으면 목이 꽉 막힌다.
숨쉬기가 힘들 수도 있어 캑캑거리게 된다.
꼭 천천이 꼭꼭 씹고 물과 함께 먹어야만 한다.
작년 겨울 출근길 한 편의점에서
옛 맛과 90% 싱크로율을 나타내는 군고구마를 팔아서 대박이 났던 기억이 있다.
나 같이 그 맛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나보다.
그런데 아직까지 못 먹어본 유명한 디저트(?) 가 있다. 신당동 떡볶이이다.
학창시절 무엇보다도 많이 먹어본 메뉴가 떡볶이이고
그 당시에도 유명했던 것이 신당동 떡볶이인데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일단 신당동을 가본 적이 한 두어번밖에 없다.
그것도 먹기 위해서 간 것이 아니라 학생 인솔 출장때문이었으니
끝나고 떡볶이집을 찾아 가기는 그랬을 것이지만
그래도 먹겠다는 의사가 강렬했다면 가봤을터인데
지금은 늙어서인지 그렇게 떡볶이에 대한 의지가 남아있지는 않다.
일단 매운 것을 먹는 것이 점점 쉽지 않아졌고(모태 맵찔이는 분명 아니었는데 말이다.)
떡볶이는 혼밥하기에는 약간 그런 느낌이 든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서이다.
내 기억속의 떡볶이는 3명 이상의 친구들끼리 왁자지껄하게 떠들면서
(주로 선생님들 흉보기나 남학생들 이야기였을 것이다.)
떡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게 먹는 음식이다.
더 이상 떡볶이를 주문하지 않게 된 요즈음(집에서 조금씩 만들어먹기만 한다.)
매운 떡볶기와 폭풍 수다를 함께했던 친구들과
그 시간이 그리울 뿐이다.
오늘의 하고 싶은 말이다.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을 때 많이많이 먹어두면 된다. 그것이 무엇이든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함께 먹는 그 순간을 즐겨라.
그리 머지않아 먹을 수 없을 때가 오게 된다.
더 중요한 것은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친구들도 점점 줄어든다는 슬픈 날이 온다는 점이다.
인생은 새드엔딩일지도 모른다.
적어도 먹는 것에 있어서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