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스승이 아닌 나의 스승의 날 오후

오랫만에 엎어졌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신경을 쓰지 않는다고 해도 내심 신경이 쓰이기는 했나보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톡이 왔나 싶어서 핸드폰을 보고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전 글에서처럼 세상 조용하다.

내가 예상했던 일은 <보고싶다. 축하한다.>는 톡이 쏟아지는 것이었나보다.

평소에도 오던 메시지나 톡이 오늘따라 없다.

그냥 내가 올린 게시물에 좋아요만 누르고 있다.

몰래 카메라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했을 정도이다.


점심을 거하게 먹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어서(자체 기념의 의미로)

이대로 누워있다가는 역류성식도염이 다시 생길까 싶어서 산책길을 나섰다.

이렇게 기분이 꾸리꾸리할때는 한강을 보는 것이 최고의 기분전환이 되더라.

ChatGPT 못지않게 정확한 나의 산책 코스 빅데이터 자료집에서 알려주는 사실이다.

평일 오후 한강공원은 자전거, 강아지, 장미와 토끼풀의 천국이었고

한가로이 떠다니는 유람선과 그 유람선을 볼 수 있는 그네가 눈에 띄었다.

그네는 오늘 처음으로 보았다.(새로 생긴 것은 절대 아닌데 눈에 띄는 결정적인 순간이 있다.)

어려서 우리 동네 놀이터에 있던 그네와는 모양과 디자인은 다르지만

오랜만에 보는 한강을 내려다보는 그네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핫플이었다.

사실 나는 그네타는 것을 무서워했다.

특히 뒤에서 누가 밀어주는 줄그네는 더더욱 무서워했고(스피드를 싫어한다.)

거기서 떨어졌던 일이 있었던 것도 같고(상상인 것도 같다만. 이제는 모든 기억이 오늘 하늘처럼 뿌옇다.)

행복한 영화의 엔딩신에 나타나는 언덕위의 그네타기의 그림과 나의 마음이 같지는 않다.


한강 너머로 잠실야구장도 보고 롯데타워도 보고나서

작년에 학생들과 함께 했던 뚝섬공원의 정원박람회장의 전시물들을 다시 보았다.

그때는 주말이었고 이쁜 제자들과 함께였고

맛난 비빔밥도 먹었는데

오늘은 평일 오후에 머리를 질끈 묶고 누가봐도

현지 주민 아줌마의 운동복 스타일의 산책이다.

그래도 꽃들은 여전히 아름답다.

그 작품들속으로 들어가 꽃을 세밀하게 찍으려하다가 입구 모래 경사면에 순간 미끄러졌다.

물론 살짝 미끄러졌지만 많이 당황했고

재빨리 일어나긴 했다만

무릎팍도 살짝 닿고 두 손으로 땅도 살짝 짚었다.

그래도 핸드폰도 무사하고 바지도 무사하다.

손도 무릎도 까지지도 않았다.

다행히 넘어지는 순간을 본 사람도 없어보인다.

아니다. 봤는데도 못본척 한 것일지도 모른다.

대신 아름다운 꽃 사진 20여 장을 얻었으니 되었다고 위로해본다.

점심 먹은 것 소화도 시켰고 말이다.

그런데 집에 와서 씻고 나니 온몸이 살짝 살짝 아파오기 시작한다.

아무리 살짝 넘어졌다해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몸부림쳤던 그 몇 초의 시간동안 근육이 긴장했었나보다.

허리도 묵직하고 손바닥도 뻐근하고

다리도 그리고 온 몸이 쭈볏거린다.

아마 자고 일어나면 내일은 조금 더 심한 근육통이 올수도 있겠다.(병원에 갈 정도는 아니다.)

안전사고는 순간이다.

다리에 힘이 풀리지 않게 더 노력해야겠다.


(한강공원을 걷는 동안 현재 고2인 멋진 제자 녀석의 스승의 날 맞이 안부를 묻는 톡이 왔었다.

브런치를 잘 읽고 있다고 중학교 때 생각이 자주 난다고. 곧 찾아뵙겠다고 한다.

그 바쁘고 힘든 시기에 안 찾아와도 된다.

열심히 잘 버티고 노력하면 된다.

나는 중요한 시기가 지난 사람이고

너희는 인생의 엄청 중요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가끔 톡으로 근황을 알려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




keyword
작가의 이전글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