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것일까 아니면 울화가 치미는 것일까?

대기업이란 이름이 창피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저녁 가벼운 산책 때부터 올해 첫 더위를 느꼈다.

전날과 같은 옷차림으로 나셨더니 등판에 땀이 송글송글 나기 시작하더라.

산책의 목적은 대형 마트 방문인데

꼭 필요한 구입 품목은 딱히 없었다만

아들 녀석이 주거형 오피스텔로 독립하는 날이니

햇반이나 씨리얼 종류를 사줄까 싶어서 나선 길이었다.

음식을 해먹지는 절대 않을 것이라 생각되지만

비상용 먹거리는 있어야지 싶어서였다.


그런데 지나가는 길목인 대학교에서는 어제부터 축제 기간이 시작되나보다.

각종 부스가 만들어지기 시작하고(대부분 주점이라는 점이 몹시 아쉽다.)

각종 레크레이션 행사가 진행되고(수준은 중학교와 별반 다르지 않다.)

밴드가 오픈 무대에서 연주를 진행하고(작년 우리학교 밴드부보다 수준이 별반 더 뛰어나지는 않더라.)

동아리별로 혹은 과별로 혹은 커플끼리(이게 제일 부럽다. 아들 녀석은 다시 소개팅 중이다.)

호수에서 간이 보트도 타고 먹고 웃고 사진찍고

다들 행복한 모습들이었다.

부럽다. 인생에서 가장 좋은 나이일 것이다.

대학교 신입생들은 더더욱 그렇다.

25학번임을 누가 봐도 알 수 있게 자랑스러운 단체티를 입고 다닌다.

꽃도 만발하고 그들도 젊음 만발이다.

그 사이를 햇반과 씨리얼과 1+1 치약과

양배추 1/4 덩이를 들고 걸어오는데

걸음걸이가 저절로 느려지고 장을 본 봉지를 든 손이 점점 무거워진다.

올해 첫 더위를 느낀 저녁이다.


오늘 아침 아들 녀석은 간단한 옷가지와 생필품을 챙겨서 한 블록정도 떨어진 독립 거처로 이동했다.

그런데 청소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한다.

입주전 청소는 그 회사에서 해주는 것으로 계약서에 써있는데

하긴 했다는데 너무 오래전에 했는지 엉망이라 한다.

새로 구입한 침대 시트를 놓을 수 없을 정도라니 어떨지 알 것 같다.

개인이 소유한 곳도 아니고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에서 이렇게 허술한 일처리를 하다니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일이 복잡할까봐 하루에 입실하는 사람 인원수도 통제할 정도로 일 잘하는 척을 하더니

그런 사람들이 다음날 입실하는 방 마지막 체크 확인도 안했단 말인가?

일 못하는(안하는) 사람은 정말 대책이 없다.

월급충이란 용어는 누구엔가 어느정도는 해당되는 용어이다.

클레임을 하니 오늘 두 시부터 다시 청소를 해준다고 했단다.

아들 녀석은 집에 와서 점심을 먹고 일을 하고 대기하고 있지만

만약 지방에서 있을 곳도 마땅하게 없는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할뻔 했나?

개인의 시간과 노력 못지않게 기분과 울화통도 중요한 것이다.

한번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빠지면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 더군다나 이사는 더더욱 그렇다.

기쁜 마음으로 들어가도 할 일이 태산인데

시작부터 이러면 사기저하가 온다.

내가 대신 가서 싸워줄 수는 없고(아들 녀석의 문제에 나서면 절대 안된다.)

이번 기회에 또 좋은 공부를 하고 있겠거니

그렇게 생각하려해도(수틀리면 빠쿠하라 했다.)

울화인지 더위인지 확실치 않은 열감이 올라온다.

이미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대형 방송사의 찌질함에 분노가 올라올대로 올라온 상태인데

이번 대기업의 엉망진창 일처리가 나를 마른 장작처럼 활활 타오르게 만든다.

올해 첫 팥빙수를 먹었다. 예년보다 엄청 빠르다. 두통약도 먹어야겠다.


얼마전 학교 체육대회때문에 시끄럽다는 민원을 넣는 사람들이 있다는 기사가 있었다.

학생들이 죄송합니다하고 체육대회를 시작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도 대학 축제로 인하여 소음이 발생할 수 있으니 양해바란다라는 안내문이 붙기도 했다.

본인들이 아파트를 살때는 초품아라고 대학 가깝다고 가격이 오른다면서 좋아하셨을텐데 말이다.

다들 화장실 들어가기전과 나올때의 마음이 다른 법이다.

계약 전과 후의 마음도 그러하다.

그래도 소위 대형방송사나 대기업이 그러는건 아니다.

더 힘센 놈한테 그러는거지 누가봐도 약자에게 그러는건 정말 아니다.

동네 작은 가게들도 품격을 지키려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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