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직군에나 이상한 일은 일어난다.
직장에 멋진 롤모델이 될만한 선배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큰 축복이다.
내가 교직에 있는 동안에는 사실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시기였다.
물론 대기업에서 일어나는 혁신적인 변화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내가 신규교사일 때 승진을 생각하는 선배들마다 모범적인 사람을 보기가 힘들었다.
내가 있었던 학교에서만 아마도 그런 일이 있었을 것이다. 이것이 나의 불운이다.
수업시수는 가급적 적게 하려하고(서로 작게 하겠다고 싸우는 일이 2월마다 반복되었다.)
업무도 쉬운 것만 하려고 하고(어려운 것은 누가하는 것이냐? 수업도 많이 하고 업무도 많이 하고 후배 교사들은 봉이 아니다.)
교무실에서 별 것도 아닌 일로 서로 세력다툼을 빙자해 싸우는 일도 자주 봤다.
승진한 교감 선생님들도 학교 운영이나 교사를 도와주는 일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자신의 교장 승진이나 교사들의 통제에만 심혈을 기울이는 말 그대로 관리자 입장이었다.
교장 선생님들은 교장실에서 나오지도 않고 무언가 자신의 뜻대로 학교를 움직이려고만 하는 제왕이었다.
학생과 수업을 중요시하게 생각하고 후배 교사들의 어려움에 공감하고 소통에 힘쓰며
리더로서의 품격을 지닌 멋진 선배가 있었다면
나도 저렇게 나아가고 싶다는 롤모델을 삼았을텐데 아쉽게도 그런 선배를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는 심지어 나를 이용해서 자신의 사욕을 채우려는 나쁜 선배를 만났으니
승진이라는 제도에 대한 나의 반감만 커져갔다.
한창 승진을 생각해야 되는 그 나이에도 나는 여전히 학생들과의 수업과 활동을 좋아라 하고 있었다.
그런 나에게 당시 교육청 과학 업무 담당자가 이것 저것을 불러서 교육청 차원의 일을 시켰다.
학생 과학 캠프 강의도 시키고(그래도 이것은 쥐꼬리만한 수당이라도 주었다.)
자신이 정리해야할 교육청 수합 자료 정리도 시키고(내가 바보였다. 이런 것을 왜 해주었단 말이냐?)
그러면서 나의 승진을 걱정하고 관련 팁을 주는 것처럼 이야기를 했었다.
점수를 따려면 당시 새로 생기는 신설학교 근무를 해야 된다고...그 학교를 지원하라고...
나는 그런가 싶었고 집에서도 멀지 않았기 때문에 신설학교 근무를 희망한다고 하였는데
기존 학교 교장선생님은 그 이야기를 듣고 화가 많이 나셨었다했고.
그리고는 며칠이 지났는데 갑자기 이야기가 달라졌다.
신설학교 과학교사 자리에 그 장학사가 다른 교육청 소속의 본인의 와이프를 추천해서 억지로 넣었다는 소리가 들리는 거다.
교육장이 우리 교육청 사람이 아니라고 반대했더니 무릎까지 꿇었다고 한다.(세상에 비밀이란 없다.)
갑자기 자신의 와이프를 승진시키고 싶었던 것이다.
그래. 나보다는 자기 와이프가 소중한 것이 맞긴 하다만
자신의 입으로 며칠전에 지키지도 못할 말을 뱉은 것이란 말인가?
그 뒤로 나는 그 장학사 연락처를 지워버렸다.
세상은 참 이상하다.
그렇게 내 대신 밀어 넣은 그 장학사의 와이프는
그 신설학교에서 온갖 고생을 다하고
결국은 장학사도 수석교사도 하지 못한채 다시
이전 교육청 관내 학교로 이동해갔다는 소문이 들렸다.
(교육청 단위로 교사들의 분위기가 엄청 다르다. 내가 있던 지역은 강성들이 많았다.)
그리고는 결국 스트레스로 명예퇴직을 하였단다.
그 장학사는 그 이후 계속 만날 기회는 없었는데
(세게 째려봐주려 했었는데...)
내가 대통령 방문 수업을 하는 날 교육감 수행자로 나타나서
갑자기 나와 친한 척 인사를 하더라.
나랑 그렇게 친한 척 인사할 사이였던가?
쎄게 째려봤어야는데 높은 분들이 입장을 했다.
그리고는 또다른 훨씬 능력자를 밀어내고 현재 요직에 있다.(그 방면에 도가 튼 사람인가보다.)
물론 곧 정년 퇴직이다만...(이미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역시 후배들에게 존경은 받지 못하는 듯 했다. 그래도 실속을 취했으니 나쁘지는 않겠다만.
나는 교사로서의 앞날을 함께 고민할만한 그 타이밍에 도움을 줄 선배교사는 못만났지만
나는 그 일을 하려고 엄청 노력했다.
후배들에게 계속적인 학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고
막 박사학위를 받은 후배들에게는 포닥이나 연구를 계속하는 직장으로의 이직 방법을 알려주었고
(나는 너무 늦은 나이에 학위를 해서 어려웠다만)
교사로서의 앞날에 대한 이야기를 사례 중심으로 많이 해주었다만
내가 승진을 포기한 구체적인 이유는 차마 말하지 못했었지만
후배들에게는 도움이 되었기를 희망한다.
이렇게 네 번째 이유까지를 쓰고 났더니
운이 조금 나빴었다는 생각은 든다.
그러나 나에게는 지금도 사랑한다고 이야기해주는 제자들이 있고
나와의 수업을 기억하는 녀석들이 많이 있으며
승진만 제외하고는 교사로서 하고 싶었고 할 수 있었던 일들을 다해본
행복한 교사였다고 생각한다.
교사는 수업을 해야 제일 행복하다.
수업을 하기 싫어서 승진을 도모하는 그런 사람이 되기는 정말 싫었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리고 후회는 없다.
마지막 날까지 정말 열심히 달렸다.
성심당 튀소와 고구마튀소
부추빵과 보문산 메아리 거기에다가
태극당의 우유 모나카 아이스크림을 먹을 자격은 충분히 차고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