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녀석의 부상 일기 종결편

아픈만큼 성숙해지지 않아도 된다만.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이를 키우면서 아프지만 않는다면

육아 난이도가 조금은 낮아질 것이다만

그게 그렇게 되겠나? 셀 수도 없이 많이 아프다.

환절기에는 목감기와 콧물감기를 달고 살았고

그러다가 심해지면 후두와 편도가 부어서 고열이 오르고 빨개진 얼굴로

목과 이마에는 물수건을 묶고 다녔고

서울역 옆의 소아병원 응급실도 몇 번 방문한 경험이 있다.

얼마나 아팠는지 자기가 내 손을 붙잡고 병원에 가자고 호소한 적도 있었다.

퇴근하니 그랬었다.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대신 아프고 싶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었다.


배탈이나 장염은 그래도 심하지 않았다.

그것도 나를 닮았다.

나도 주로 목감기 종류였지 배탈 종류는 심하지 않았고

많이 아파도 살은 빠지지 않아서 내 소화기관의 든든함을 알고 있었다.

그렇게 믿었던 소화기관이 이제는 배신을 하여 많이 먹을 수도 없고 살도 안찌니

이 세상에 믿을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아들 녀석에게도 그리 일러두었다.

내 몸을 과신하지 말라고.

아빠가 술과 담배를 즐겨하다가 위암이 된 거라고.

너도 술과 담배를 좋아라하니 조심하라고.

아빠의 위암 판정 직후로는 충격으로 술과 담배를 조금 멀리하더니

이제 다시 복귀한 듯 하다. 이러면 안되는데...


내가 알고 있는 아들 녀석의 큰 부상은 앞의 세편에 적은 정도이다만

그러나 그 이후 부상은 수도 없이 일어났다.

나에게 공식적으로 다친 이야기를 안했을 뿐이지 말이다.

특히 대부분의 부상은 축구할 때 일어난 듯 하다.

지금도 지방 출장이 아니면 매 주말 조기축구를 하는 아들 녀석은

가볍게는 무릎팍 긁히기에서 크게는 갈비뼈와 햄스트링 부상까지 온갖 부상은 달고 사는 듯 하다.

아마 본인은 축구 국가대표라고 생각하는 삶인 듯 하다.

그 자잘 자잘한 부상은 나에게 일일이 이야기하지도 않고 아픈 티를 내지도 않는다만

어떤 날은 파스 냄새가 진동을 하고

어떤 날은 한 움큼의 약을 먹고

또 어떤 날은 여러 부위의 보호대가 발견되기도 한다.

아들 녀석들은 다치면서 성장한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연 이틀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더니 팔과 다리가 조금은 까맣게 되었다.

선크림을 발랐는데도 6월 태양의 힘은 강하기만 하다.

어제는 양말을 안신고 샌들을 신고갔더니

샌들 끈 모양으로 발등이 빨갛게 익었다.

그 곳에는 선크림을 안발랐던 것이다.

독같은 태양을 받아도 잘 타는 피부 체질이 있는데

내가 그렇고 아들 녀석도 그렇다.

그런데 나도 선크림을 많이 바르는 것을 좋아라하지 않고(미끈덕 거린다.)

아들 녀석도 그런 것까지 비슷하다.

야외 활동이 그리 많으면서 선크림을 안바르니 가뜩이나 나쁜 얼굴 피부가 좋아질 리가 없다.

여드름이 유독 심하게 나서 그 흔적이 남아있는 얼굴 피부가 제일 마음에 걸린다.

여드름도 부상의 일종이다. 오래간다.

불타는 청소년기를 보낸 흔적이라고만 생각하기에는 그 흔적이 가슴아프다.

이럴 줄 알았다면 아들 녀셕의 여드름 치료에 최선을 다할 걸 그랬다.

그런데 여드름 치료비는 너무도 비쌌고(아마 지금도 비쌀 것이다.) 그때는 그럴 여유와 여력이 없었다.

지금이라도 선크림을 듬뿍 바르고 1일 1팩을 해보라 잔소리를 했지만

그 일은 보통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나도 못했는데 너는 해보라 강요해봤자

면이 서지 않는다.

여드름 자국만 없다면 인물이 조금은 더 반짝거릴테고

결혼할 여자가 금방 생길 것만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일까?


아무튼 더 이상의 부상은 절대 사절이다.

오늘의 글 제목을 그래서 종결편이라 적었다.

아픈 아이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위험하고 아찔한 순간을 보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라는 것은 이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다 절감할 것이다.

아프지 않는 다치지 않는 하루를 기원한다.

아픈만큼 성숙해지는 삶을 희망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조금 덜 성숙해도 안 아픈 것이 최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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