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60

맛난것을 먹어서 기운이 난 것일까? 아니면 일을 해서 그런것일까?

by 태생적 오지라퍼

내가 해외여행을 그다지 좋아라 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하나는 엉덩이가 아파서 오랫동안 비행기 좌석에 앉아있는 것이 힘들다는 이유이다.

엉덩이에 워낙 살이 없는데다가 오래전 교통사고로 꼬리뼈를 다쳤었다.

좁은 비행기 좌석에서 이리 저리 엉덩이를 최대한 힘들지 않게 움직여보지만

다섯 시간 이상이 넘어가면 도저히 앉아있을 수가 없어진다.

최대한 참을 수 있는 시간이 다섯 시간인 듯 하다.

그 이후로는 화장실을 자주 방문하는 수 밖에 묘책이 없다.

물론 승무원과 자주 눈이 마주치기는 한다.

뻘쭘하지만 아픈 것보다는 낫다.

그러니 해외여행을 시작하고 마무리하는 과정이 많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먹거리이다.

촌스럽게도 밥과 김치를 매우 좋아라하며

국이나 찌개 종류 홀릭인데

외국에 나가면 더더욱 그 음식들이 그립고 삼삼해진다.

남들은 외국 여행의 꽃인 호텔 조식이 맛나기만 한다는데

나는 하루 정도 지나고 나면 우리나라 음식 생각이 마구마구 떠오른다.

평소에는 잘 찾지도 않는 음식까지 머릿속에 떠오르고 침을 삼키게 되는 마법에 걸리는 것이다.

따라서 외국에 나가게 되면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는 신기한 일들이 벌어졌었다.

예전 한참 통통했을 때도 말이다.


내 생애 첫 해외여행은 아마도 사이판이었던 것 같은데

아들 녀석 중심의 물놀이가 주가 되었고

한식당을 하루에 한번씩은 데리고 가는 패키지 단체 여행이었어서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었다.

그 뒤 태국에 갔을 때 부터 나의 촌스러움이 발현되기 시작했다.

일단 동남아 특유의 향이 나는 음식을 먹는 것이 힘들었다. 아예 손을 못댔다.

약간 과장해서 말하면 누가 향수나 비누를 음식에 타놓은 것 같았다.

이틀 정도를 못 먹고 나니 가뜩이나 더위도 심한데 어지럽고 온 몸에 힘이 다 빠지는 듯해서

비상용으로 챙겨갔던 고추장에 햇반을 데워 먹는 것으로 간신히 버티다가 귀국을 했다.

그런 기력이니 남은 일정이 매우 신난 것만은 아니었다고 기억된다.

한 달 정도 머물렀던 두 번의 미국 연수나 서부 여행 그리고 독일과 프랑스 여행에서도

나의 한식 사랑 고질병은 그냥 얌전히 넘어간 적이 없었고

그때마다 나를 구원해준 것은 혹시 하고 챙겨간 고추장 볶음과 조미김이었다.

내가 먹은 외국 음식 중 최악은 독일과 프랑스 음식이었는데 도통 무슨 맛인지 알수가 없었다.

독일 음식은 짜고 차갑고 빵은 딱딱했으며

프랑스 달팽이 요리보다는 골뱅이소면볶음이 백배는 맛났었다.

누가뭐래도 내 미각의 최고봉은 한식이며

애국심의 발로라기 보다는

내 혀의 객관적인 데이터에 기반한 평점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동남아 음식에서 거부감들었던 특유의 향이 느껴지지 않았고

(계기가 무엇이었는지 언제부터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고수를 모든 음식에 얹어먹기를 즐겨하며

베트남 음식점이나 태국 음식점을 스스로 찾아가기도 한다.

사실 두 나라의 음식이 어떻게 다른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동남아 특유의 불맛을 갖고 있는 고기도 맛나고

특유의 피쉬소스나 기타 특제 소스도 맛나고

가끔씩 생각날 때가 있는 묘한 맛이라는게 뇌리에 박히게 되어서

특히 입맛이 떨어지려고 하는 그 순간에 생각이 난다.

겨울에는 쌀국수 종류가 여름에는 분짜 종류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함께 먹을 사람이 있다면 더더욱 댕큐이다.

오늘이 바로 그런 행운의 점심을 먹은 날이었다.

오전에 어려운 일을 기꺼이 함께 해주고

을지로 낡은 이층 구석의 베트남 음식점에서(겉모습은 그렇지만 소문난 맛집이다.)

맛난 음식을 함께 나누어준 동료이자 후배님께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 점심을 기점으로 나는 입맛을 완벽하게 되찾았다. 감히 그렇게 선언한다.

맛난 음식을 먹어서 기운이 난 것인지 아니면

오랫만에 강의하는 아르바이트 특강이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아리송하긴 하지만...

사진만 보면 내가 베트남 여행중인줄 알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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