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11

과학적 관찰과 세밀한 기록

by 태생적 오지라퍼

과학 실험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이것은 학교 현장을 기반으로 한 내 생각이다.)

측정이 필요한 실험(보통 실험이라고 하면 생각나는 기구나 준비물 등을 가지고 하는 실험)과 사고 실험이다. 대부분 측정 실험은 실험 과정이 순서대로 제시되어 있으니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그대로 따라하기만 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요리에도 레시피나 매뉴얼이 있으니 요리도 과학이라는 말에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나는...

사고 실험이라 하면 딱히 필요한 준비물 등은 없으나 기본 자료나 데이터 등을 가지고 생각과 추론을 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깊이있게 생각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측정하는 실험과 사고 실험을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연구활동을 한다.

학교에서의 과학도 나름대로는 이 과정을 반영하고 있으나

사실 사고 실험과정까지 많이 제시하기에는 교과서의 양만으로도 너무 많아 불가능하다.


나는 가끔씩은 이런 사고 중심의 생각하는 실험을 준비한다.

그리고 이런 수업 활동에는 조별 토의나 토론하는 과정을 꼭 넣는다.

미래에는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서 혼자 모든 것을 다 해결 할 수 있는 그런 직업은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개천에서 용난 스타 한명이 모든 것을 다 처리하는 그런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러므로 협업과 의견 교환 및 좋은 아이디어 수용 그리고 역할 분담 등의 연습이 필요하다.

이런 연습에 사고 실험이 딱이다.

올해는 과학고를 지원하겠다는 학생들이 3명이나 있다.

그들에게 이런 종류의 활동 연습은 더더욱 꼭 필요하다.


내일 공개 수업할 내용은 다음과 같다.(사전 스포이지만 학생들은 아무도 내가 이 곳에 글을 쓰는지 알지 못한다.)

어느 지역에 내과 의사인 A가 지역에서 발생하는 이상한 증세의 질병에 대해 조사해보았더니 비소 중독이라고 판단되었다.

학생들은 첫 번째 데이터로 지역의 각 우물에서 측정한 수질 오염 데이터를 분석하여 오염원을 분석한다.

이 때 조별로 의견 교환 및 조정 시간이 주어지고 조별 결과를 발표하여 공유한다.

모든 조가 아마도 모 공장을 지목할 것이라고 예측된다.

이제 답을 다 풀었다고 좋아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잠시 보일테지만

세상일이란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더 살아보면 알게 될 것이다.)

거의 모든 조들이 오염원으로 지목한 모 공장에서 거부할 수 없는 명확한 반박자료를 내놓는다.

다시 추가 토양오염도 조사가 이루어지고 그 결과인 두 번째 데이터가 학생들에게 제공된다.

이번에는 분석이 조금 더 어렵다. 시간을 조금 더 주어야 할 것이다.

아마도 반쯤은 결과를 맞추고 반쯤은 다른 생각을 낼 수도 있다.

그 결과를 다시 발표하고 생각의 차이를 들어보고 더 나은 생각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연습을 하는 것이

내일 수업의 목표이다.

물론 공개 수업을 보러온 다른 선생님들도 똑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수업 자료는 내가 미국으로 교사 연수를 갔을 때 직접 실습한 자료이다.

우리나라 자료를 사용하면 특정 사건이나 지역을 생각하게 되는 한계점이 있다.

부러운 일이 있다. 자료를 제공한 그 연구소에서는 그 이후로도 자료를 계속 업데이트 하고 모두 공개적으로 제공하고 있었다. 멋진 일이다.

연구자들의 역량이란 생소하지만 중요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 연구자들이 소속된 연구소들에서는

이런 중요한 내용을 일반인들에게 쉽게 알려줄 수 있는 멋진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도 꼭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시도가 각종 국립연구소나 과학관등을 중심으로 점점 늘어나고 있으니 과학에 대한

관심을 조금 더 높일 수 있지 않을까?

4월은 과학의 달이고

4월 21일은 과학의 날이지만

학교에서의 과학의 달 행사는 쉽지 않다.

각 학교급별로 중간고사가 그 즈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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