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12

식물이 주는 힘

by 태생적 오지라퍼

과학이 다룰 수 있는 주제는 매우 많다.

과학과 연결을 지을 수 없는 주제를 고르는 것이 더 힘들 수 있다.

특히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자연환경보호, 생태전환교육, 지속가능발전교육 등은 과학의 여러 분야와 연결된다.

그렇다고 해서 위 주제들을 과학교과에서만 다루라고, 과학교사가 할 일이라고 제한지어 놓는 것은 안된다.

저 무거운 주제들은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살펴봐야 할 융합적인 주제이기 때문이다.

지난 주 목, 금요일 2학년 수권 수업을 마무리하면서 학교 봄꽃 관찰 수업을 진행했다.

학생들은 학교에 오고 운동장에서 체육 수업을 하지만 학교의 식물들에게 관심을 보이지는 않는다.

강제적인 자극이 가끔은 필요하다.

운동장에 나가자고 하면 대부분의 학생들은 즐거워한다.

수업을 안하고 노는 활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운동장을 한 바퀴 돌면서 태블릿으로 식물 사진을 찍으면 그제서야

어머 우리학교에도 벚꽃이 있나요? 이런 이야기가 들린다.

식물을 관찰하고 사진을 찍고 띵커벨에 사진을 올리고 친구의 멋진 사진에는 하트도 날려준다.

오래된 학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있기 마련이다.

살구나무, 앵두나무, 벚나무들은 언뜻 보면 비슷비슷한 꽃의 형태이다.

그들은 장미목, 장미과, 벚나무속에 속하는 친척 관계이니 그럴수 밖에 없다.

(학창 시절에 무조건 암기했던 종-속-과-목-강-문-계를 기억하실 것이다.)

따라서 그들을 서로 구별 못하는 것은 그리 창피한 일이 아니다.

봄꽃 관찰 수업의 마지막은 수권과 연계하여 빗물저금통을 보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교과서에도 나오지만 관심은 1도 없는 빗물저금통은 텃밭 가꾸기의 필수품이다.

텃밭 근처 건물에 각 지자체의 예산 지원을 받아 빗물저금통을 구축해놓으면

작물 가꾸기의 수고가 반으로 준다.

그리고 빗물을 정수해서 깨끗하게 만들고 저장해두는 과정도 덤으로 이해하게 된다.

올해 학교 뒷편 조그마한 도시 농부 텃밭에 심을 작물들은 이미 과학실에 도착해있다.

다음 주 목요일 동아리 시간에 식재할 예정인데 선거일도 있고 해서

주문을 일찍 했더니 벌써 다양한 모종들이 들어와 있다.

과학실 창가에는 대파, 양파, 쪽파, 고수등을 이미 조금씩 심어두었다.

잘 심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가꾸는 일이 백배 더 중요하다.

식물을 잘 가꾸는 데는 좋은 모종, 토양, 물, 햇빛, 농부들의 정성 그리고 그 밖에도 알지 못하는 많은 힘들이 필요하다.

아무리 작고 연약한 식물이라도 그들은 각자 진심이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식물이 우리에게 주는 힘, 우리도 식물에게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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