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9

과학적인 글쓰기

by 태생적 오지라퍼

논술형 수행평가를 해야만한다.

나는 3년 전부터 과학글쓰기를 수행평가의 한 종목으로 진행했다.

과학 교과는 실험을 하고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는 형태가 일반적인 수행평가 방법이다.

수행평가인데 시험 보는 것과 같은 형태는 하지 않는다.

문제풀이 기계가 되는 것은 고등학교 3년간으로 충분하다.

중학교 과학 수업 과정은

관찰-데이터 수집-분석과 추론으로 이어져가는 과정을 익히는 것이라고

배운 과학 내용과 실생활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의 큰 그림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삶의 교양으로서의 한 부분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나의 생각을 반영한 수행평가를 과학글쓰기로 구체화시켰다.

오늘은 <수권과 해수의 순환> 단원을 마무리하면서

물을 이용한 에너지를 얻는 방법에 대한 과학글쓰기를 진행했다.

수력 발전, 해양 온도차 발전, 조력 발전, 해상 풍력 발전 방법에 대한 간단한 원리를 설명하고

태블릿으로 우리나라의 현황 자료를 스스로 검색한 후

미래의 에너지를 얻는 방법으로 한 가지를 선택하고

그 선택의 이유를 적어보는 것이다.(5줄 정도를 적으면 된다.)

이때 재해재난과 안전을 고려하여 결정하라는 단서를 주었다.

자료 검색까지는 모두가 수월하게 진행한다.

모든 고민의 시작은 선택이라는 것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의 생각에 비슷비슷한 방법인데 굳이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니

어느 것을 할지 고민의 모습이 보인다.

정답은 없다고, 단지 선택한 이유에 자신의 생각이 나타나게 글쓰기를 해야 한다고 알려주었다.

검색해도 이런 문제에 대한 답을 주는 곳은 없으니 표절을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생성형 AI에게 물어보기도 쉽지는 않다.

문제 길이가 어느 정도 되고 복합적인 내용이면 AI 도 정확한 답변을 제시할 확률이 줄어든다.

이런 선택을 할 때 손쉬운 방법 중의 한 가지는 지워나가는 방법이다.

가장 마음에 들지 않는 방법부터 삭제해나가는 것이다.

그 옛날 단체 미팅에서 선택할 남학생을 고르던 방법이랑 비슷하다.

아이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얻은 방법은 무엇이었을까?

놀랍게도 수력발전이었다.

비가 안 오면 걱정이고, 높은 곳에 댐을 지으면 환경 파괴도 수반하고, 산사태 등의 재난도 일어날 수 있는데

선택한 학생 수가 가장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이 생각하기에는 수력발전이

가장 쉬운 방법이고, 가장 오래되어서 익숙한 방법이고, 돈이 가장 적게 들것 같기 때문이란다.

선택의 원인치고는 너무 간단한 것 아닌가?

나도 그랬던것 같다.

그 옛날 단체 미팅에서 내가 선택한 남학생은 가장 키 크고 말랐던 학생이었다.

키 작고 뚱뚱한 나를 닮은 사람이 싫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였다.

Simple is B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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