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8

시험도 연습이 꼭 필요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지난 일요일에는 본의 아니게 오전, 오후 모두 시감을 하게 되었다.

우리학교는 지하철역에서 평지로 3분 컷인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온갖 공적인 시험들이 치루어지곤 한다.

수능 감독처럼 어렵고 까다로운 매뉴얼이 있는 것은 시험은 아니니

별다른 약속이 없는 주말에는 소일거리 삼아 나가는 것도 그리 나쁜 일은 아니다.

수당으로는 소고기도 사먹고 말이다. (물론 조금만 가능하다.)

오늘은 오전, 오후 모두 영어듣기 및 독해 역량을 알아보는 시험이었다.

우리나라 업무 역량에 영어가 필요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는 듯 매주 보는 시험인데도 응시자가 매우 많다.

측정하고자 하는 역량의 종류가 거의 비슷하게 보이는 두 시험은 시감자의 입장에서 볼 때는 조금씩 결이 다르다.

듣기를 다 듣고 독해를 시작하거나, 독해를 풀다가 듣기를 듣다가 다시 독해를 푼다.

각각 장점이 있다. 몰입의 문제이냐 아니면 부담감 분배이냐의 문제이다.

감독 확인 서명을 시험보기 전에 하기도 하고, 시험 중간에 하기도 한다.

하나는 연필과 지우개를 쓰고 다른 하나는 컴퓨터용 사인펜과 수정 테이프를 쓴다.

또 시감 수당을 사전 통장 입금 하거나, 모두 끝난 뒤 현금 봉투로 주기도 한다.

어느 편이 더 나은 것인지는 개인차가 있을 수 있으나

모든 시스템은 가장 단순한 것이 좋은 것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다.

시험을 보는 사람들은 나이도, 시험 성적이 필요한 이유도, 시험 보는 태도도 모두가 다르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응시 원서의 사진을 봐서는 본인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

결시생이 꽤 있다는 점(노쇼는 좋지 못한 습관이다.),

시험 시간은 100분 내외라는 점,

여자 수험생 비율이 더 많다는 점 등이다.

시감을 하는 입장에서 보면 안타까운 일도 있다.

시험 시작에 임박하여 뛰어 들어오면 서로가 당황하게 된다.

당연히 답안지 작성 요령을 안내받지 못했으니 감독에게 계속 물어보게 되고

조용한 시험장에서 자꾸 소리를 내는 것은 서로에게 불편한 일이 된다.

무던하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다. 예민하다는 말이 비난이 아니다. 시험장에서는...

진짜 진짜 피해야 할 시험 보는 방법은 종료 5분전에서야 답안지 마킹을 시작하는 것이다.

그때서야 정신없이 마킹을 하는 모습을 보면(마킹을 하다가 심지어 문제를 다시 풀기도 한다.)

시감자도 몹시 불안하고 피가 마른다.

하물며 그 중요한 수능에서 그런 일을 한다면 시감자 안색도 같이 창백해진다.

여유를 가지고 행동하는 것과 시작이 느리다는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신중하게 정답을 고민하는 것과는 아예 다른 이야기이다.

본인이 선택한 시험 중 중요하지 않은 것은 없다.

최선을 다해서 시험에 집중하고 시험을 잘보는 것도 연습이 꼭 필요하다.

그 연습을 학교에서 해봐야 한다. 3월이 지났다는 것은 중간고사가 멀지 않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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