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6
복사평형과 다이어트
중3은 나의 전공인 지구과학 단원만 1주일에 1번씩 수업을 한다.
올해 총 수업 시수는 늘었지만(우리 학교에서 최다 수업을 한다.)
작년에 담임하고 가르쳤던 학생들의 성숙해진 모습을 보는 일이어서인지 힘들어도 힘들지 않다.
이번 주는 복사평형 실험을 했다. 아주 간단한 실험이다.
적외선 등을 켜고 일정한 거리에서 검은색 알루미늄 컵 속의 공기 온도 변화를
일정한 시간 간격으로 측정하여 그 결과를 분석하는 것이다.
적외선 등으로부터 복사에너지를 받으면 알루미늄 컵 속 공기의 온도를 올라가게 되어 있다.
처음에는 급속한 정도로 온도가 높아지지만 시간이 지나면 완만한 변화를 보이다가
마침내는 적외선 등을 끈 것도 아닌데 더 이상 온도가 변하지 않는 구간이 나타난다.
받은 에너지 만큼 내보내는 시기가 온 것이다. 복사평형은 그런 원리를 의미한다.
학생들에게 복사평형 이야기를 하면서 이해를 돕기 위해 다이어트 이야기를 해준다.
다이어트란 쉽고도 어려운 일이다.
50이 되기 전까지는 항상 다이어트 업계에 몸을 담고 있었다.
많이 먹지도 않는데 살이 안 빠진다고, 물만 먹어도 살찌는 체질이라고 불평하면서 지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적어도 먹은 만큼의 에너지를 소비하면 살이 찌지는 않는다.
다이어트계의 복사평형인 셈이다.
살을 빼려면 먹은 양보다 운동이나 공부를 해서 에너지를 더 소모하면 된다.
이 간단한 것을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까지는 한참이 걸린 셈이다.
그러나 다이어트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하고도 소소한 보이지 않는 변수들이 많이 있다.
간단한 실험처럼 보이는 복사평형에도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지구나 다이어트나 복잡계(무수한 요소가 상호 간섭하며 어떤 패턴을 형성하는 시스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복잡계를 단순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학교 과학시간일 수도 있다.
복사평형을 다이어트와 연결시키는 방법은
가장 단순하게라도 그 원리를 기억하게 하고 싶은 바램에서 비롯된다.
실험과 데이터 정리, 그래프 그리기, 복사평형 구간 찾기 등을 끝낸 학생들에게
다음 시간을 위한 질문을 던지고 수업을 마무리했다.
적외선 등과 알루미늄 컵 사이의 거리가 더 가까울 때와 더 멀 때 실험값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좋은 질문은 다음 수업을 기대하게 만들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