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 5
나도 공부 잘 하고 싶다. 격렬하게...
새 학기가 되면 올해부터는 공부를 잘해봐야지 하는 계획을 누구나(?) 하게 된다.
적어도 작년보다는 올라간 성적을 받고 싶은 것이 당연하다.
직장인이 작년보다는 오른 월급, 승진 등을 기대하는 마음과 같다.
3월 2주차까지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 태도도 좋고
따라서 학급 분위기도 화목하다.
그런데 3주차가 되면 조금씩은 흐트러지게 된다.
공부는 해도 안되는 것 같고(실상 많이 하지는 않았을 수 있다.)
수업 내용은 어려운 것 같고(작년보다 어려워지는게 맞다.)
반 친구들은 하나 둘씩 거슬리고 마음에 안 들기 시작한다.(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다 자기 맘에 들겠나.)
친구 관계는 답을 내기 더욱 힘든 문제이므로 오늘은 공부 이야기만 해보겠다.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오래도록 탐구한 문제이고 아직도 정답을 구하는 중이지만 명쾌하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그 답을 구하더라도 개인마다 다 다르게 적용된다는 점이 이 문제의 포인트이다.
나의 답은 관심, 선택과 집중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가 있다면 나는 어찌 할까?
그에 대한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빈 시간을 쪼개서 기사를 검색하고 응원을 보내지 않을까?
공부도 그렇게 하면 된다. 그러기에는 공부가 그다지 재밌지는 않다는 게 함정이다.
공부 머리가 없다는 이야기는 나의 경험치에 따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공부를 잘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은 과학적으로는 타고 나야 하는 게 맞을 것이다.
유전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나와 우리 가족을 보면 알겠다.
어렸을때는 단지 얼굴만 부모님을 닮았다고 생각했는데(그것도 이쁜 엄마는 하나도 안 닮고 커다랗고 사각인 아버지 얼굴만을 닮아서 엄청 속상했는데)
늙어갈수록 엄마를 닮아 반점이 점점 생기는 손이, 튀어나오는 발가락 옆이, 쳐지는 눈꼬리가
유전이 아니라면 도저히 설명될 수가 없다.
공부 머리가 있는지, 없는지는 학교에 들어가면 대충 알 수 있다. 부모님들이 인정하고 싶지는 않겠지만...
그날 들은 수업 내용을 그날 저녁에 80% 정도 기억하고 있다면, 기억이 절로 난다면(그러므로 슬쩍 오늘 수업 내용을 저녁 식사 시간에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는 공부머리를 가지고 태어난 축복된 유전자의 소유자이므로 부모님께 매우 감사하면 된다.
머리가 좋아지는 한약이란 절대 있을 수 없다. 유전을 배운 우리는 적어도 그런 상술에 현혹되지는 말자.
나는 공부머리는 타고 난 편이었다.
수업 태도가 그림처럼 단정한 편은 아니었지만(어려서부터도 다양한 일에 관심이 많았던 오지라퍼이다.)
선생님의 이야기 중 중요한 내용은 저절로 눈과 귀가 번쩍 뜨이는 그런 느낌이 들었던 경험이 많았다.
관심 있는 선생님(나는 실력이 출중하다고 느껴진 선생님들을 무조건 신뢰했다.)의 수업은 더욱 잘 듣게 되기 마련이니 공부를 잘하고 싶은 학생들은 그 과목 선생님에게 관심을 갖기길 바란다.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있으면 공부를 잘하게 된다는 이야기는 맞지 않다.
선택과 집중이 공부에서도 중요한 키워드이다.
영재들은 문제를 풀 때 뇌에서 가장 연관성 있는 부분만을 활성화시켜서 사용한다.(더 자세히 알고 싶으면 제 박사학위 논문을 참고하시라)
내가 부족한 부분을 선택해서 집중력 있게 공부하는 방법이 중요한 것이지 시간 투자가 핵심은 아니다.
밤을 새고 공부하는 것은 정말 급한 경우가 아니면 오히려 다음 날 시험을 보는 시간에 졸음이 몰려오게 된다.
수능 감독을 하다보면 안타깝게도 문제를 풀다가 자는 학생들이 그리도 많다.
그렇다면 공부 머리가 없으면 공부를 포기해야 할까?
결단코 아니다. 노력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점수가 많다.
공부 머리가 없으면 남들보다 공부를 일찍 시작하면 된다.
다른 친구들이 중간고사 2주 전부터 공부를 시작한다면 나는 3주 전부터 시작하면 된다.
단 계획만 세우고 의자에 오래 앉아서 책만 펴고 집중하지 않는 스타일이라면 아무리 일찍 시작해도 소용이 없다. 그건 공부하는 게 아니고 멍 때리는 중 인거다.
우리 엄마는 귀신같이 내 등짝만 봐도 공부하는지 멍 때리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공부 안한다고 등짝 스매싱을 날리시곤 했다.
나는 공부하는 거라고 억울해하면서 눈물도 찔끔 흘리긴 했으나 엄마의 정확한 촉에 매번 놀라긴 했었다.
그러면 공부 머리도 없고 선택과 집중도 안 되고 공부와는 담 쌓은 거 같은 사람은 어째야할까?
걱정마시라. 세상에는 공부 머리가 필요 없는 다양하고 재미난 일들이 엄청 많다.
잘 할 수 있고 관심 있는 일을 찾으면 된다.
그런데 중요한 한 가지. 어떤 일을 하더라도 그 일에 대한 관심과 선택과 집중은 꼭 필요하다.
요새 나의 관심, 선택, 집중은 교사 마지막 해의 아름다운 마무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