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과학 교사의 수업 이야기3

by 태생적 오지라퍼

과학수업이 다른 교과와 다른 점은 실험을 한다는 것 일게다.

여기서 실험이 의미하는 바는 실험기구와 약품을 가지고 하는 실험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사물을 관찰하는 과정, 사고력을 요하는 과정, 데이터를 수집하는 과정 이 모든 것이 포함되고

이렇게 얻은 자료를 바탕으로 논리적으로 결론을 내리는 추론 과정까지

모든 것을 포함하는 것이 넓은 의미의 실험이다.

새 학기 수업은 관찰과 데이터 수집의 의미를 찾는 활동을 먼저 진행한다.

물, 소금물, 설탕물을 구별할 수 있을까? 오늘의 활동 주제이다.

물론 물, 소금물, 설탕물이라고 알려주지는 않았다.

미리미리 만들어둔 용액에 A,B,C 기호만 붙여두었다.

맛을 보거나 냄새를 맡는 것은 제외하면 외관상의 관찰로는 아무런 차이점이 없다.

오늘은 리트머스지, 푸른색 염화코발트 종이, PH 측정지, 단백질과 포도당을 측정하는 소변검사지 등 다양한 시험지를 제공했다.

물론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것 또한 데이터이다.

학생들은 각각의 시험지를 담가서 색깔의 변화를 관찰하고

사진을 찍어 자료를 확보하고는

주어진 시험지의 특징을 태블릿으로 검색하였다.

그리고는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A,B,C 시험관 용액이 무엇일지를 추론해보는 과정을 조별 토론을 통해 경험하게 했다.

물론 오늘 제공된 시험지의 반응 결과만을 통해서 그 용액이 무엇일지를 완벽하게 찾아낼 수는 없다.

푸른색 염화코발트 종이가 붉게 변하는 것으로 물이 있는 것은 확인 가능하고

포도당 반응으로 설탕물을 의심할 수는 있겠으나 결정적인 증거로는 부족하다.

오늘의 활동으로 다양한 경우의 수를 고려하는 과정, 같은 결과를 보고 다르게 해석하는 친구들,

그리고 실험 결과가 드라마틱하게 나오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오늘 활동처럼 인생도 복합적이고 쉽지 않다는 것도 함께 알게 되면 더 좋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얻을수록 진실에 가까워진다는 것도 느꼈으면 참 좋겠다.

오늘 수업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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