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시작하는 아침

음악은 추억과 함께 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음악에 대한 나의 호기심이 최초로 발현된 것은 언제였을까?

기억이 나지 않는다만

친정부모님도 노래를 잘하셨던 것으로 기억한다.

엄마는 약간 성악 스타일이셨고

아버지는 발라드 스타일이셨는데

그 시대 대세인 트로트 형식은 아주 조금밖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 영향을 내가 받은 것인가?

나도 비슷한데 이제 나이 들면서 성대도 늙고

갑상선암 수술 이후 성대에 힘이 줄어들면서

점점 발라드를 부르는데 트로트 느낌이 나서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한다.


어려서부터 공부하면서 라디오를 틀어놓고 공부했던 스타일이다.

밤에는 음악을 듣고(특히 밤에 하는 각 종 프로그램을 섭렵했다. 밤을 잊은 그대에게나 별이 빛나는 밤에는 나의 가장 좋은 친구였다.)

주말 낮에는 야구 중계를 들었다.(가끔 소리와 탄식을 지르기도 했다만...)

고등학교 때는 음악 선생님이 성악을 하지 않겠냐고 물어보기도 하셨었으나

나는 호흡량이 부족하고 클래식 노래만 부르는 것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지금 같으면 크로스오버도 있고 뮤지컬도 있다만 그때는 성악과는 무조건 클래식 음악만 해야 된다는 고정 관념이 있었던 시대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노래를 하는 것도 즐겁지만 듣는 것이 더욱 즐거웠던 사람이었다.

들으면서 흥얼거리는 음악이 최고이다.

나이 들면서도 노래방 가는 것이 두렵기나 무섭지 않은

최근 유행하는 신곡 도장깨기하면서 부르기를 즐겨하는 그런 삶을 살았다.

그랬던 내가 한동안 음악과는 아주 먼 삶을 살았다.

언제부터였는지는 딱히 알 수 없지만

노래방은 갑상선암 수술 후 거의 간 적이 없었다.

수업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성대는 고단한 삶을 살고 있었다.


작년부터인가 나는 수업하고 빈 공강 시간에

혹은 다음 실험을 준비하면서

유튜브 음악 모음을 틀어놓기 시작했다.

학기말 고사를 마치고 학생들이 탈진한 시간이나

과학 글쓰기를 하는 시간에도 잠깐 잠깐 노래를 틀어주었더니

반응이 좋아서 희망곡을 신청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 되었었다.

유튜브가 있어서 가능한 것이었다.

축제 밴드 공연곡도 희망곡을 받아서 한번씩 들어보고 2,3학년 투표를 받아서 결정한 것이었다.

물론 내가 한곡은 강력하게 희망해서 넣었다만...


그렇게 결정된 곡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TOMBOY> 그리고 <그대에게> 였다.

내가 추천한 곡이 무엇이었는지는 다 짐작하시리라. 물론 <그대에게>였다.

오래 전 곡이지만 축제 마지막에 으싸으쌰하기에는

딱 맞는 곡이라고 생각했고

전주가 주는 아름다움을 함께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물론 내 예상은 맞았다.

그런데 그 축제 연습 기간 동안 나에게 더 마음에 와닿은 곡은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였다.

곱씹어보니 가사도 좋고(나는 가사가 좋은 곡을 선호한다.)

원곡 밴드의 연주와 가창 실력이 탄탄하며

곡 전체의 플롯과 전개가 자연스럽고 아름다웠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이 노래는 나의 그 시절 즐거웠던 밴드 동아리 아이들과의 연습 시간과

마지막 축제날 그 시간의 아련함으로 다가온다.

그리고는 슬픈 노래가 절대 아닌데 눈물이 한 방울 나올 때도 있다.

추억과 함께하는 음악의 힘이다.


오늘 나는 재즈를 틀어놓고 아침을 시작한다.

대부분의 아침은 일어나서부터 <불꽃야구> 영상을 틀어놓고 사는데

오늘은 토요일이라 이번 주 영상을 복습할 만큼 많이 돌려본 것이다.

아무리 좋아도 너무 많이 보면 살짝 지루함이 느껴지기 마련이다.

이럴 때 가장 무난한 것이 음악이다.

다양한 종류의 무작위로 된 음악 모음이 최고이다.

토, 일 음악을 듣다보면 월요일 다시 <불꽃야구>의 시간이 돌아온다.

제일 즐겁고 기다리는 시간이다.

어제 밤에는 <불꽃야구> 출신으로 프로에 진출한 선수가 데뷔하자마자 안타와 홈런을 연달아 치고 있어서 무한 기쁨이 있었다.

프로야구를 지원하는 <불꽃야구>를 응원한다.


지난 직관 7회 전에 핸드폰 조명을 켜고 떼창으로 함께 부른 노래 <Bravo My Life> 도

항상 뭉클한 노래이기는 한데 젊은이들도 그럴까?

<그대에게>, <Bravo My Life>, <아파트>, <붉은 노을>의 응원곡 순위는 따져 매길 수 없다.

그리고 굳이 순위를 매길 필요도 없다. 최고이다.

오늘은 재즈 모음을 틀어두었는데 왜 이야기는 응원곡이 되는 것일까?

저 노래 중에서 축제 밴드부는 <Bravo My Life>를 제외하고는 모두 연주를 했다.

2년 그 짧은 기간동안.

물론 <아파트>는 윤수일 버전이 아니라

로제 버전이었다만...

대단하다. 웬만한 대학 밴드 동아리와 겨루어도 못하지 않는다. 그 녀석들이 보고 싶은 아침이다.

언제 다시 모여 멋진 연주를 할 날이 있을까 모르겠다.

지금 기말고사 기간중일텐데...

2학기부터 수업 나가는 대학교 종강기념으로

연주를 한번 시연하자고 할까

아니면 이번 축제때 작년 애기들이었던 녀석들의 연주를 듣고

졸업생 버전의 축하 연주를 하나 하자고 해볼까

그런데 그러면 너무 시간을 많이 빼앗겨야 하니

내 마음으로만 추억하는 것으로 남겨두어야 하겠지?

무엇보다도 내가 음악을 좋아하는 오만가지 이유 중

한 가지는

그 음악을 함께 한 사람들과의 추억으로 데려다 준다는 점일 것이다. 그것은 분명하다.

기말고사 화이팅... 아마 다들 일어났을 것이다.

(대문 사진은 그들과 함께였던 을지로 골목을 골라보았다. 새로운 제자들을 만나려니 옛 제자들이 부쩍 떠오르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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