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은퇴를 보는 것도 눈물난다.

최선을 다했으니 울어도 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어제 저녁 해야할 일은 있는데(너무 좋다.)

제대로 진도는 안나가서(오늘 커뮤니티센터 분위기 신공을 써보려고 한다.)

오랜만에 TV 채널을 이리 저리 돌려보다가

프로야구 중계가 끝나고 야구 선수 은퇴식을 중계해주는 것을 잠시 넋놓고 보았다.

평소 좋아라하고 열심히 살펴보던 선수는 아니었다.

그렇게 열심히 프로야구를 보지 않았었으니까

그런데 이름 정도와 은퇴를 한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불꽃야구>에 관심을 갖다보니 저절로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렇게 모든 일들은 연결 고리를 갖는다.


우연히 은퇴식을 몇 번 본 적이 있다.

미리 준비하고 챙겨본 것은 아니고 물론 현장에 가서 본 적은 한번도 없다.

어제처럼 TV 채널을 돌리다가 였지만 그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이다.

가장 처음 본 것은 국민타자 이승엽 선수의 은퇴식이었다.

프로야구 감독으로서는 모르겠지만 야구 선수로서의 이승엽 선수는 레전드 오브 레전드가 맞다.

한 시즌 아시아 홈런 최고기록을 달성하기도 했고

국제 대회에서 부진하다가 결정타를 날려주는

그리고 그때의 속상함에 눈물 흘리며 인터뷰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은퇴식에서의 이승엽 선수는 홀가분해보이지만 무언가는 아스라하고 공허한 눈빛으로 야구장에 서있었다.

팬들의 환호와 눈물, 박수 많은 선물로도 도저히 채워지지 않는 그의 눈빛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조금 났었다.

그때가 2017년이었으니 나의 은퇴는 한참 남았던 때였는데

나의 은퇴를 마치 미리 보는듯한 기분이 들었었다.


그 이후로도 매년 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했었겠지만

은퇴식을 다시 본 것은 작년 니퍼트 선수의 은퇴식이었다.

이대호, 박용택 선수의 은퇴식은 영상으로만 봤었는데

(이대호 선수는 많이 울었고 박용택 선수는 잘 참고 웃음짓고 있었다고 기억된다.)

<불꽃야구>로 니퍼트 선수의 성실성과 야구에 대한 진심과 나이가 주는 안타까움까지 보고 난 터라

내 스스로 찾아서 은퇴식 중계를 보았다.

그리고는 펑펑 우는 외국 남자의 모습에서

그리고 작년은 나의 은퇴식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어서 더더욱

소리 없는 눈물을 나도 함께 꽤 흘렸었다.

함께 했던 영혼의 포수인 양의지 선수와의 포옹 순간과 감사 인사가 가장 큰 울림이었는데

서로를 신뢰하는 모습이 아름다웠고(말 안통하는 외국 용병 투수와 신뢰를 쌓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거다.)

내가 은퇴할 때 나를 저렇게 포옹해주는 후배나 동료가 있을까 싶어 부럽기도 했었다.


사실 구단에서 은퇴식을 성대하게 팬들과 함께 치뤄주는 선수들은 정말 정말 행복한 선수이다.

한해에도 이름 없이 소리 소문없이 야구를 그만두는 선수들이 부지기수이다.

한 해에 정년 혹은 명예 퇴직을 하는 교사도 엄청나다.

간단한 퇴임식을 하기도 하고 안하기도 하는데 학교별로 개인별로 차이점이 있다.

나는 사실 퇴임식을 하고 싶지 않았다.

뻘쭘하게 무표정하게 있거나 혹은 갑자기 참지 못한 눈물을 보이고 싶지 않아서였다.

아마 은퇴식을 하는 야구 선수들도 모두 그랬을 것이다.

울지 않겠다고 다짐에 다짐을 했을것이다만

그 자리에 서면 옛날의 힘든 일과 좋았던 일의 파노라마가 눈 앞에서 자연스럽게 지나가게 되어 있다.

누가 영상을 만들어 틀어주지 않아도 말이다.

그러니 그 날. 마음 놓고 펑펑 울어도 된다.

사나이가 저리 우는 것이 웬말이냐 싶게 울어도 된다.

영상으로 박제되면 어떻냐?

평생 열심히 해왔던 일과 작별하는 그 날. 울지 않는 것도 이상하다.

나는 퇴임식날은 안 울었는데 마지막 일주일 사이 사이 아이들과 또 후배 누군가가 편지를 주어서

그것을 읽을 때마다 조금씩 훌쩍거리고 울었었다.

그리고 어제 은퇴식을 보면서 나의 퇴임식 즈음이 생각나서 마음 한 구석이 아려왔다.

어쩐다냐. 일주일 후에는 요즈음 나의 최애

수비 천재 김재호 선수의 은퇴식이 예정되어 있다.

그날도 가슴이 아릴 것 같은데 말이다.

누군가는 눈물의 은퇴를 하고 누군가는 가슴뛰는 신입이 된다.

어제는 김강민 선수의 은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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