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23
조금 먹지만 맛있는 것을 먹는 것
어제는 수업 공개로 몸이 힘든 날이었지만
약속이 있어서 오랜만에 모교를 방문해야 했다.
봄꽃이 아름다운 대학 교정을 따뜻한 날씨에 거닐고 있자니 옛날 생각도 났고
어린 후배들의 걸음걸이와 웃음소리가 마냥 부럽기도 했다.
거의 10년 만에 만나는
더구나 단 둘이서 식사를 해본 적이 없는
교수인 후배와의 식사자리는 그리 편하지만은 않았다.
동창회 활성화라는 주제가 쉽지 않아서였기도 했지만
이제는 최고 고참이 된 나의 학번이 믿기지 않아서 였을 수도 있다.
무엇을 먹을까하다가 시래기를 넣은 고등어조림을 주문했다.
외식의 경우 집에서 잘 안 해먹는(해먹기 힘든) 요리를 시키는 경향이 있다.
대부분 생선 요리의 경우가 많다.
기름이 튀고 냄새가 많이 나서 가급적 생선 요리할 생각을 자주하지는 않는다.
외식의 기쁨은 해먹기 힘든 음식을 먹는다는 것에서도 찾을 수 있다.
솥밥과 함께 나온 시래기 고등어조림은 맛은 괜찮았는데 둘이 먹기는 양이 너무 많았다.
나도 많이는 못 먹고 이제는 나이가 든 후배도 그리 많이는 먹지 못하는데
양은 잘 먹는 대학생 2인분을 기준으로 주는 듯 했다.
대학교 내 식당이니 그럴 듯도 하다.
그런 이유로 나는 양을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있는 식당을 좋아한다.
대, 소 사이즈를 나누어두면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데도 효과가 있지 않을까?
거의 반쯤은 남긴 고등어 시래기 조림을 포장해가고 싶었지만
집도 멀고 냄새도 너무 나는 메뉴인지라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리고 남은 수다를 위해 시킨 바나나 주스는 입안을 헹구기 딱이었다.
아, 그 카페는 음료 크기를 선택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나는 물론 작은 것을 선택했다.
작은 양을 맛나게 먹는 것. 조금 먹지만 맛있는 것을 먹는 것. 그것이 내가 추구하는 식사관이다.
대학 안 밥집과 카페라서 가격이 착한 것은 덤이었고
눈과 사진으로 가득담은 봄꽃은 절정이었다.
그리고 남은 것은 10월 예정인 동창회 행사 계획이다.
뭐 어찌 어찌 되겠지, 바빴던 월요일 때문에 휴식이 필요한 한 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