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24
혼밥의 비밀
아들이 출장을 가면 나의 저녁은 잔반 처리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새 음식을 할 기운이 안난다.
오늘 오후 동아리 시간을 활용해서 학교 텃밭에 모종을 심었다.
학생들이 나름 신중하게 고른 모종들이다.
상추 여러 종류, 쌈 채소 여러 종류, 토마토와 딸기, 부추, 쪽파, 치커리, 샐러리 등 다양했다.
지난 주 같은 날 들어온 모종이라도 종류에 따라 버티는 힘이 다른지
샐러리가 가장 흐물거려서 거의 누워있는 수준이 되었고
다른 모종들은 다 기세가 좋았다.
야외에서 활동을 하면 실내 수업보다 두 배는 힘이 더 드는 것 같다.
모종을 다 심고 기력이 딱 떨어져갈 때쯤 지인이 주고 간
티라미슈 케잌 반 조각씩을 나누어 먹었더니 극강의 달달함이 계속 입안에 남았다.
극강의 달달함을 없애고 싶어서였을까?
퇴근 하자마자 어제 남은 감자국을 뎁히고 찬 밥 조금을 말아서
갓김치와 파김치를 김치 통째 꺼내놓고 먹었다.
아들이나 남편이 있을때와 달라지는 또 한가지는 음식을 담는 그릇이다.
평소에는 나름 푸드 스타일과 그 음식과 어울리는 그릇도 중요시하는데(비싼 그릇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혼밥을 하게 되면 왜 그 일이 하나도 중요한 일이 되지 않는 것인지 모르겠다.
평소에 아들은 따로따로 그릇에 담으니 설거지 거리만 늘어난다고 불평을 하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설거지를 자기가 하는 것은 아니다.)
왜 혼밥을 하면 대충 차려먹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이제 배가 부르니 비로소 후식으로 먹을 뻥튀기 과자도 보이고
오늘 하루 혼자 집을 지킨 간식을 다소곳이 기다리고 있는 고양이 설이도 보이고
이제는 정리하여 집어 넣어야 할 겨울 옷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들이나 남편이 없을 때 대충 먹는 것은 배가 많이 고파서인걸로 퉁친다.
그렇게 생각해야 마음이 조금은 편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