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 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 25

아니면 골목 투어

by 태생적 오지라퍼

5호선 서대문역과 광화문역 사이. 경희궁 뒤편 사잇길 골목은 한때 내 출근길이었다.

나의 교사 생활 중 가장 빛났던 시절인 미래학교에서의 날들과 함께 한 2년이다.

공식적인 동네 이름은 사직동. 그냥 다른 사람과 이야기할 때는 편하게 광화문.

촛불 집회가 있는 날이면 경찰에게 거주자라는 주민등록증 확인을 하고 다니던 그곳.

슬리퍼를 끌고 교보문고와 서촌, 삼청동을 산책삼아 다니던 그 곳에서 2년이

지금은 가장 마음 편했던 시절이라고 기억된다. 몸은 피곤하고 신경 쓸 일은 적지 않았지만..

그곳에서의 나의 소울 푸드는 순대국과 돈가스 백반이었다.

기력이 조금 없는 날은 외식으로 아파트 상가에 있던 순대국을 먹었다.

중국 여행객들이 단체로 다녀가기도 하는 꽤 넓은 순대국집이었는데

착한 가격에 혼밥객들이 많아서 지친 모습으로 밥 먹는게 창피하지 않아서 좋았다.

순대를 꺼내놓고 막장에 찍어먹던가, 썰은 양파와 새우젓과 함께 하거나

부추를 많이 넣어서 국물을 후룩 후룩 먹는 맛이 좋았고 그렇게 먹고 나면 기운을 차리고 했다.

경희궁까지 거의 다 와서 있는 돈가스 백반집은 돈가스의 한국 버전이다.

함께 주는 미역국이 감칠맛나고 돈가스는 얇고 소스는 된장 베이스이다.

밑반찬이 정갈하고 무제한 리필이 가능하지만 돈가스를 리필하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양이 많다.

난생처음 폐렴에 걸려서 열이 무지 나고 기력이 하나도 없던 추석 명절을 혼자 보냈던 그 시기에

난 그곳에서 간신히 조금씩 밥을 먹었었다.

늘상 15분 정도에 주파하던 출근길이 30분도 더 걸렸다. 걷다가 몇번은 숨을 내쉬고 쉬곤 했다.

첫날은 간신히 미역국만 조금, 다음 날은 돈가스 두 입 정도, 그리고 그 다음 다음날은 돈가스 1/3 정도...

그렇게 2주일 정도를 보내면서 조금씩 기력도 입맛도 회복했었다.

지금도 교육청 출장이 있는 날이면 일부러 광화문 역에 내려 익숙한 그 골목을 지나서 걸어간다.

돈가스 백반집을 지나고 순대국집을 지나서 퇴근했던 그 시절이 함께 지나간다.

이 글의 제목은 골목투어가 맞을까? 비밀 레시피가 맞을까?

내가 만든 음식은 아니므로 골목 투어가 맞을수도,

내가 좋아라 하는 음식 이야기이므로 비밀 레시피가 맞을 수도 있겠다.

이 세상에 딱 떨어지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이 내용은 중복, 겹치기, 교집합인걸로

내일 퇴근길에 그 길을 가게 될 지도 모르겠다. 지금 마음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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