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 인생

잠은 바닥에서 자나 꿈은 하늘만큼 높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이유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바닥에서 자는 것을 좋아라한다.

다른 사람들은 푹신한 침대가 아니면 못 잔다고(호텔형 침구가 푹신하기는 하다만)

바닥에서 자면 몸이 배긴다고(오래 자면 배기는 것 같기는 하다만)

질색을 하는 것 같다만 그리고 시도도 하지 않는 것 같다만

나는 여름에는 차가운 맨바닥을 겨울에는 따뜻한 맨바닥을 좋아라 한다.

여름 밤에는 냉방은 필요 없는데 겨울 밤 맨바닥에는 꼭 난방이 되는 경우 한정이다.

친정 엄마는 침구도 안 깔고 맨바닥에서 자면 바닥 인생이 된다고 질색하셨었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설명하지 못하는 좋은 느낌이 있다.)

내 기준 열대야는 맨바닥에서 자고 싶은 마음이 드냐 안드냐에서 시작된다.


주중에는 혼자 있는 집이니

어느 바닥에서 잘 것인가도 내 마음이다.

평소에 침대에서도 마구 움직이면서 자는 반듯하지 못한 잠버릇이니

바닥에서 잘때는 더더욱 활동 반경이 넓어진다.

그 옛날 겨울의 경우에는 따뜻한 아랫목에 집중해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잤지만 이제는 경우가 다르다.

어제 드디어 가장 적합한 바닥을 찾았는데

그곳은 집에서 가장 넓은 거실 바닥이다.

이리 저리 뒹굴어도 부딪힐 확률이 가장 낮고

내가 자는 공간으로 굳이 찾아들어와서 함께 자는(귀염은 자기가 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맞다.)

고양이 설이도 자리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장점이 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자다보면 아침에 몸이 조금은 뻐근하고 힘들다는 단점은 분명히 있다만...


겨울 경주 여행 구옥에서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서 잤던 기억이 있다.

몸이 노곤노곤해지면서 어려서 한 방에서 모두 모여 수다떨다가 어느새인가 잠이 들던 그 옛날이 기억나던 밤이었다.

밖에서는 눈이 조용하게 쌓이던 날이었고

같이 간 후배들은 나보다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나는 그 이야기를 꿈속에서 조금은 들었던 것도 같은데

그날이 지나고 얼마 되지 않아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몰려왔다.

그 여행을 마지막으로 이제 더 이상 여행은 못가는 것인가 불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얼마전 막내동생과 함께 간 제주에서의 숙소도

제주 고유의 구옥을 리모델링한 곳이었는데

나는 이층 다락방에서 바닥에 자는 것을 스스로 선택했다.

그 느낌을 좋아라하니 말이다.

물론 침구는 깔고 잤다만(아직 열대야가 아니었다.)

그 옛날집에 있었던 다락방 생각도 나고(다락방이라기 보다는 약간의 이불장 역할을 하던 곳이었다)

꼬물꼬물 거리면서 푹잠을 잤던 것 같다.


당분간 방바닥에서의 잠을 잘 수 밖에 없는 시기이다.

우리나라가 언제부터 여름이 6월부터 시작하고 9월까지 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만

여름이 길어진 것은 누가 뭐래도 사실이다.

동남아 기후 환경이 되는듯 하다.

습하고 덥고 가만히 있어도 기운 빠지는 여름을

잘 버티는 나만의 비책은 아마도

바닥에서 시원하게 자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원한 바닥에 배깔고 자는 그 기분좋음이라니.

바닥에서 자서 바닥 인생이 될지 모른다는 그 두려움은 아직 조금은 남아있다만.

잠은 바닥에서 자지만 아직도 꿈은 하늘만큼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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