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편
대학 시절은 누구에게나 최고의 시기임에 틀림없다.
학창 생활의 불꽃이자 새로운 시기로의 출발점이고
나이상으로는 분명 성인이나
심정적으로는 아직 독립이 부족한 그런 애매모호하지만 분명한 시간들이 지나간다.
엄청 많이 걱정스럽기도 하고 엄청 신비롭기도 한 인생 최고의 혼돈기이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너무 많은 기대를 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는 여자대학 출신이다.
그래서 또 더 많은 것을 얻었을 수도 아예 얻지도 못했을 수도 있다.
대학생이 되어서는 사실 모두가 라이벌이 되는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서로가 아는 것을 잘 오픈하지 않는 그런 상황은 처음이었다.
이전까지는 내가 알고 있는 것들은 하루가 지나면 전교생이 다 아는 그런 세상이었는데
대학에 오니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눈치와 정보력 싸움은 기본이고
물어보는 것 자체가 민폐이면서 나의 위상에 변화를 가져오는 시스템이었다.
아마 여자대학 1학년이라 그리고 그 말도 안되는 졸업정원제가 시작된
서로를 라이벌화시킬 수 밖에 없는 특이한 시스템 상황 아래여서 더욱 그랬을 수 있다.
그러니 대학 과 동기들은 모두가 라이벌이었다.
어느 때는 A가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는 B가 그리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C 가 라이벌로 등장한다.
그리고는 어제까지 친했던 동기가
오늘은 도무지 웬지 모르겠는데 눈빛이 싸한
그런 아슬아슬하고 마음이 편치 못한 대학 시절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니 가장 빛난 시기였지만
가장 심적으로는 힘든 시기였을 수도 있겠다.
그리고 취업이라는 큰 산이 항상 마음 한 구석에 턱하고 자리하고 있어서
더더욱 과 동기들이 친구가 되지 못하고 라이벌이었을 수 있겠다.
엄청 세부적인 전공이었으므로 진로 희망이 너무 뻔했다.
모두가 과 동기이자 동시에 취업 라이벌이었다.
쟤가 떨어져야 내가 붙는 것이 된다.
슬픈 일인데 현실이었다.
그만큼 그때 여자가 갖을수 있는 직업군이 한정적이었다.
그래도 사람은 안 변한다.
어색하고 이상했지만 나는 나대로 태생적 오지라퍼로 이곳 저곳을 알아가며
과 친구들과 친분을 쌓고 과대표도 하고 그렇게 나름 열심히 살았지만
단언컨대 대학에서의 영원한 친구 만들기는 실패했음에 틀림없다.
지금까지 경조사에 연락을 하거나 SNS로 좋아요를 남기는 동기들은 물론 있다만
시시콜콜한 일상을 공유하는 정도의 친밀감을 유지하는 동기들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에서의 절친 만들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한창 미모와 실력 부심이 넘치고 자기애로 똘똘 뭉친 여자들만의 대학에서는 더더욱 그랬다.
순전히 내경험으로는 그렇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를 하면서
대학 동기도 몇 명 만나고(물론 전공은 달랐다만)
같은 대학 같은 전공 후배도 만났는데
그들하고는 왜 그렇게 말이 잘 통하고 코드도 맞고 금방 친숙해지는 것이냐?
대학 캠퍼스가 주는 묘한 기운이 있었나
아니면 힘든 사회생활이 주는 동질감이 있는 것인가
나는 대학 내내 외톨이라는 느낌에서 드디어 친구와 동료를 만난 느낌이 들었었다.
지금 가장 편한 일상을 나누는 사람들은
대학 후배들이라는 것이 조금은 아이러니한 일이다.
그리고 그때서야 대학 동문이라는 것이 주는 학연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물론 그 학연을 구질구질하게 쓰면 절대 안된다만...
까마득한 후배교사들도 같은 대학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사탕 한 알이라도 더 챙겨주게 되는 마음은 어쩔수가 없는 것인가보다.
인생 라이벌이 꼭 필요하기도 하고 내 자신이 라이벌이기도 하고 라이벌 없는 삶을 꿈꾸기도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힘든게 인생이다. 어쩌겠나. 오늘도 버텨봐야한다.
그나저나 오늘 부산 수학여행 답사팀을 인솔해야 하는데
왜 리무진 운전기사님 연락처가 안오는 것이냐? 어떻게 만나야하나? 주차장을 모두 다 뒤져야 하나?
오늘은 날씨와 운전기사님이 라이벌로 등장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그래서는 안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