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만년만의 다림질

예전보다는 낫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일상생활 일 중에 제일 싫어라하고 피하고픈 일은 다림질이다.

뜨거운 다리미가 싫기도 하고(특히 여름에는)

한쪽을 다려놓으면 다른 한쪽이 구겨지는 신기한 똥손이기도 했다.

가급적 다리지 않아도 많이 흐트러지지 않는 소재의 옷을 선호하나 여름철 옷은 꼭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오늘 아침 오랫만에 여름옷 다림질을 시도한다.

올해 한번도 그 옷을 안입은 이유는 오롯이 다름질하기 싫어서이다.


고등학교 물리 선생님은 한여름에도 긴 팔에 주름을 칼같이 각잡은 흰 와이셔츠만 입고 다니셨다.

세상에나 아침마다 그걸 다리실 누군가가 걱정될 정도였다.

그 와이셔츠를 입고 그 복잡한 물리 공식을

한 치 흐트러짐없이 판서를 하시고

잠시도 쉬지않고 설명하시는것을 보고서(침만 꼴깍 삼키셨다. 그 소리가 크게 들릴만큼 조용했다.)

나는 물리를 전공해서는 안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굳게 다짐했었다.

아직까지도 나는 그 선생님 것보다 더 잘 다려진 와이셔츠를 본 적이 없다.

결혼해보니 시아버님이 딱 그런 스타일이셨다'

놀랍게도.

그래도 본인이 다림질을 하셨으니 망정이니

나를 시켰다면 머리를 쥐어뜯을뻔 했다.

남아날 머리카락이 없었을게다.

남편이 대기업을 다닐때(그때가 인생 황금기였다.)

늘상 와이셔츠를 다려주었으나

남편은 잘 다릴때나 잘못 다려서 주름이 삐툴거릴때나

잘 알아보지는 못하는 듯 했다.

다행이다.


오늘 땀을 뻘뻘 흘리며 상의 다섯개를 다림질하고 나니

기분이 상쾌해졌다.

바야흐로 여름옷이 풍성해졌다.

9월초까지는 더위가 만만치 않고

나는 새 직장 출근도 있으니

옷이 부쩍 필요하다.

옷은 왜 있어도 있어도 또 필요한 것이냐?

다림질 하나로 새 옷 여러벌이 생긴듯한 느낌이다.

기쁘다. 부자가 된 느낌. 그래도 새 옷은 필요하다만.

( 이 글을 막내 동생이 읽었나보다.

아무말도 없이 이쁜 새옷 사입으라고 10만원을 보냈다.

그럴려고 이 글을 쓴건 절대 아닌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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