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떨어지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

안정감과 설레임의 무게

by 태생적 오지라퍼

딱 떨어지는 것을 좋아라하는 편이다.

그렇다고 매번 딱 떨어지는 것만을 추구하지는 않는다.

칼각이런 것과는 거리가 아주 가깝지만은 않다.

특히 자고 나서 이불 개켜두는 것은 자유분망하다.

언제라도 다시 눕고 싶어질지 모르니까.

그렇다고 아주 자유분방하지는 않다.

굳이 양극단에서 고르라면 딱 떨어지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한다.

예상이라는 것이 가능하니 말이다.

청소나 정리를 엄청 좋아라하고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자유로움과 창의성과는 분명 통하는 길이 있지만

그것의 기본에는 정렬과 규칙성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누가봐도 명확하고 화실한 것이 주는 안정감이 있는 반면

불확실한 것들이 주는 설레임도 분명 있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어제 저녁 새 학교에서 전화가 들어와있었다.

보통 톡으로 모든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 전화라니...무슨 일이 있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행정직원의 이야기는 조금은 충격적이었다.

사전에 안내받기로는 나의 계약기간이 8월부터 였고

8월에 전자 계약을 쓰기로 안내가 되었었고

그래서 8월에 나오라는 학교에 열심히 나갔었는데 계약기간이 9월 1일부터라 한다.

어쩐지 이상하다했다.

미리 가서 적응하고 일하는 것은 나쁘지 않으니 그렇다 생각했는데 더 중요한 일이 있다.

올해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에 한 주를 몽땅 쉬기 위해서 개강을 1주일 당겨서 다음 주부터가 개강인데

나는 9월 1일부터가 공식 임용이니 1주일 동안 강의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시스템상으로 그런 것은 이해가 간다만

첫 시간에 학생들을 만나지 못하면 그 주간의 강의를 듣고

수강 지속여부를 결정해야하는데 엄청난 불이익이 된다. 나에게도 학생들에게도...

주당 3차시 10주간의 수업 강의는 보강이 문제 없으나

2차시 15주간 수, 금 강의는 중간에 휴일이 끼어있어서 보강 날자가 애매하다.

이런 큰 문제를 이제 개강이 다음주 월요일인데 지금에서야 발견해서 통보하는 것은

누군가의 잘못이 틀림없다만(나만 처음 강의라 그렇다고 하더구만. 누군가는 놓친 부분이다.)

어쩌겠냐. 벌어진 일을 수습하면서 사는 것이 일상인 것을...

오늘 아침 다시 학교에 나가봐야한다.

물론 이 일이 아니어도 오전에 들렀다가

오후에 다른 일을 보기로 계획은 되어 있었다만

마음이 무겁다.

이런 시스템상의 문제는 확실해야만 한다.

불확실한 것은 나쁜 선례가 되기 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확실한 것들이 주는 설레임도 있다.

가끔은 그것을 즐기기도 한다.

어제와는 다른 길로 산책을 했을 때 못보던 이쁜 꽃 화분을 만나기도 했고

늘상 매칭하던 옷이 아닌 같은 옷에 다른 하의를 입었을 때 생각지도 못한 어울림을 발견하는 날도 있고

같은 재료인데 다른 양념을 해서 망치기도 하고 가끔은 성공적이 되기도 하고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아들 녀석이 저녁도 같이 먹어주고

내 최애 <불꽃야구>를 함께 시청해주어 기쁘기도 하고

어제 지하철 귀가길에는 뚝섬한강공원을 지나가는 찰나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늘상 멋지다는 생각만 했지 앉아서 가는 것이 중요해서 실행을 하지는 못했다.

바로 멋진 오늘 대문 사진이다.

이렇게 일상은 딱떨어지는 것과 불확실한 것들이 씨실과 날실이 되어 작품을 만든다.

그런데도 선택이 필요한 순간들과 만나게 된다면

딱떨어지는 것들을 선호하는 삶을 살았었다. 지금까지는...

앞으로는 불확실한 것들이 주는 설레임쪽에 무게를 조금 더 줘볼까하는 생각이 드는 아침인데

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인지 그 기원은 알 수 없다.


(이 글을 쓰고 났더니 화장실에 다녀오려 일어난 남편이 별로이다.

어제 지하철로 회사에 다녀왔는데 지하철이 너무 추웠다고 하고

발가락 옆 부었던 물집이 터져가면서 쑤셔온다고 하고 잠을 통 못 잤다고 한다.

온전히 집에서 있기 시작한 이후로 가장 힘들어 보이는 아침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새로운 세상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