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바꾸고 나니.
새로운 물건과 일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쓸모없는 물건을 과감히 버리는 단호함을 가졌다만
안정감을 우선으로 하는 물건이 있는데
그 중 한가지가 안경이고 또다른 하나는 손톱깍기이다.
손톱깍기는 오래된 당시 일제라고 아버지가 사오셔서 자랑했던 그것인데(아직도 그것이다. 오로지)
그것보다도 손에 밀착감과 성능이 좋은 것을 아직 보지 못했다.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안경과 함께였지만(당시는 한 학급에 안경 쓴 아이는 두 세명 정도였다. 부의 상징이 절대 아니고 눈이 나빴다.)
그때나 지금이나 지독한 애증 관계이다.
없으면 안보이고 불편한데
내 시력에 도수를 맞추면 어지러워 걸어다니기도 힘들고
곧 깨질듯한 두통이 동반되며
안경과 피부가 닿는 부분이 발갛게 부어오르곤 한다.
그런 저런 이유로 안경을 자주 바꾸지 않는다.
안경테가 부러지거나 안경알이 깨지거나 하는 일은 아직 경험한 적이 없고
안경을 패션이라 생각한 적은 없는데
이제 눈가의 깊은 주름을 약간은 가려주는 역할을 한다는것은 인정하는 바이다.
오늘 아침 친구에게 소개받은 남대문의 안경점으로 향한다.
오픈런해서 시간 절약을 해보겠다는 생각이고
안경 제작 시간 동안에는 그리 붐비지않을 남대문시장을 돌아보겠다는 야무진 계획이다.
전문가님을 만나 나의 안경에 대한 고충을 이야기하니
가벼우면서도 안정감 있는 안경테와 렌즈 결정이 진행된다.
이런 일에서는 전적으로 전문가를 믿어야 한다.
물론 그중에 돈에 눈이 먼 사기꾼도 가끔 만나게 된다만.
남대문 시장을 왔던것이 언제였는지 또 기억이 나지않는다.
오다가다 지나치기는 했다만
무언가를 샀던 기억은 없고
갈치조림집 이층 다락방만 어슴프레한데
어디인지는 모르겠다.
친정아버지의 단골집이 있었는데
얼마전 막내가 먹었었는데 옛날 그 맛이 안난다 했었다.
오늘 삼십여분 동안 남대문 시장 투어에서
개강후 남편 점심을 담아둘 실리콘 도시락통 하나를 사고
매번 비슷한 스타일의 청바지 천의 후드 상의와
그 안에 매칭할 연회색 티도 샀다.
물론 부르는 값에서 후려치는 일은 해보지 못했으나
조금은 깍아주셨다.
가장 안타까운 일은
충무로역에서 환승하면서 배가 고파
미니 크림빵을 먹은 일이다.
조금만 참았다면 남대문시장 간식을 먹을 배가 남아있었을 터인데 말이다.
11시 반 후암시장에서의 이른 점심 약속이 있어서
더 이상은 무언가 먹을 수는 없다.
다음을 또 기약하는 수 밖에.
그런데 새 안경을 쓰니 세상이 너무도 밝고 쨍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