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쉬는 날 맞나요?
새 학교의 공식적인 개강일이지만
몇 몇 신규 임용 교수들에게만 수업이 없는 약간은 이상한 한 주일의 시작이고
따라서 나에게 부여된 공식적인 일은 하나도 없는 날이고
남편은 13번째 항암주사를 맞는 날이다.
오늘 하루 엄청 힘들테니 든든한 아침을 준비해주고
과일과 구운 달걀로 점심대용 도시락과
형님이 주신 버섯물을 끓여서 텀블러에 담아주었다.
그리고는 병원 출발 시간에 맞추어서 나도 함께 집을 나섰다.
지하철역까지 운동삼아 걸어가는 남편의 습성을 알기 때문에
그쪽으로 가는 일정을 굳이 만들어서 따라나섰다.
혼자 걸어가면서 안 좋은 생각을 자꾸 떠올릴까 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해보려는 나의 노력인데
알란가 모르겠다.(몰라도 된다. 내 마음이 그렇다는 것이니...)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길의 그 대학은
이번 주 개강이 아닌 것이 확실하다.
학생들이 보이지 않았다.
지하철역으로 남편이 내러가는 것을 보고 나서
오랜만에 뚝섬한강공원으로 향한다.
더워서 못갔던 내 주 산책로이다.
아직 대형마트가 오픈할 시간이 안되었기에
시간 맞추기용 땜빵인 셈인데 못본 사이에 새로운
수상 건물이 하나 완성되어 있었다.
1층에는 편의점 2층은 치킨 그리고 3층은 LP바이다.
1인용 헤드셋과 LP 턴테이블 세트가 놓여져 있고 입장료를 내면(결코 싸지는 않다만)
음료 1잔과 1시간 정도의 음악 감상 시간이 주어지는 시스템이다.
요새 복고풍 이런 LP바가 유행중인가보다.
제주에서 제자들과 딱 한번 가봤었는데
서울도 이곳 저곳에 생겨나는 중인가보다.
물론 사방이 한강뷰이고 한쪽으로는 롯데타워뷰도 있다. 뷰 맛집은 확실하다.
커피 맛집은 모르겠다. 안먹어봤으니...
언젠가 들으러 한번은 오겠다는 마음을 먹을만큼 멋지긴 했지만
사실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가는 사실 막연하기만 하다.
내가 열심히 들었던 그 음악들은 너무 옛날 것들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그 시대 LP 판이 있으려나 모르겠다.
참 수상버스도 본격적으로 운영되나보다.
티켓을 파는 곳이 준비 중이었다.
그것도 언젠가는 한번 타보려한다만
나는 여전히 물이 무섭기만 하다.
그리고는 대형 마트 여는 시간에 맞추어 들어섰더니 웬걸 벌써 줄이 엄청 길게 서있다.
뭔가 이벤트가 있는 눈치이다. 꽃게 50% 세일이란다.
세상에나 꽃게를 그렇게 많이 사려한다고?
손쉬운 음식도 아닌데? 손이 많이 가는데?
그런데 어느새 그 줄에 합류한 내 모습을 발견한다.
원래는 황태미역국을 위한 미역을 사러 나선 길이었는데
어느새 미역은 기억 저편으로 가고
전투적으로 꽃게를 구입하고자 마음먹는다.
사실 그렇게 많은 양의 꽃게는 필요도 없는데 말이다. 한 팩에 7마리나 들어있다.
집에 돌아와 꽃게 2마리와 호박, 고구마, 양파를 넣고 된장 베이스의 꽃게탕을 끓이고(나머지 꽃게는 냉동실에 보관한다.)
혹시 몰라 남편의 희망 음식인 황태미역국도 끓이고
그 사이에 남편 침대 시트와 베개 커버를 세탁하고
청소기를 돌리며 남편이 희망한 흑미밥을 전기밥통에 올려두었다.
세탁기, 청소기, 전기밥통까지 총동원된 오전이다.
꽃게탕과 황태미역국 중 어느 것이 저녁으로 선택될지는 모르겠다만 나는 꽃게탕이 더 끌린다.
그 사이 사이 행정직원과의 톡이 오가고
나의 강의 자료 폰트 문제 해결을 위한 톡도 계속 오간다.
개강이 이렇게 쉬운 것이 아니다.
물 밑에서 해야할 일들이 엄청 많다.
일주일의 시간이 더 주어져서 좋은 것인지 안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이 정도로 종종거리면서 여러가지 일을 했다면
남편 항암주사 맞는 동안 나는 편하게 놀고 먹었다는 느낌은 안들겠지 싶다.
이제 세탁물만 정리하고 좀 쉬어볼까나.
특별한 스케쥴이 없는 날이 더 바쁜 사람이 바로 주부들이다.
오전에 벌써 12,500보를 걸었으니 오.운.완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