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대로 되는 일은 몇 퍼센트일까?

점점 운명론자의 길로 들어서나보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원래대로라면 오늘부터 개강에 강의 시작일이다.

지난 주 월요일에 개강 대비 회의할 때만 해도 아무런 달라짐과 변동 사항이 없었던 일이었고

그날 나는 학생들과의 수업 사이트에 첫 주 강의 자료를 올려두면서

(그 때는 제법 완성도가 높다 생각했고 뿌듯했었는데 주말에 수정하기 바빴다.

그날은 괜찮았으나 수업이 늦춰지니 내용을 더 추가하는 작업을 한 것이다.)

자료만 올리기 뻘쭘하여 웃음 포인트 하나를 넣겠다는 생각에(개그맨의 피가 흐르나보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이 노래를 좋아한다.) 멘트를 남겼었는데

글이 씨가 되어 버렸다. 무리수였나 보다.


이번 주 강의가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어제 일요일 예정이었던 <불꽃 야구> 부산 사직구장 직관을 가보고 싶다는 열망이 들끓었다.

당일치기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물리적, 시간적 거리여서 포기했었는데 갑자기 1박 2일 시간이 되는거다.

마침 금손님이 포함된 단톡에서 테이블석 2장의 여유가 있다고 하고

가끔 고척 직관에서 만나는 분이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물어보니 마음이 더더욱 동했다.

또 한 가지 나의 부산 단골 옷집(어떻게 부산에 단골 옷집이 있겠냐만은 부산 갈 때마다 한번 씩 들리는 싸고 고퀄리티의 옷집이다.) 사장님이 세일중이라는 문자를 보내신거다.

그리고 사실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부산 바닷가를 엄청 좋아라한다.

아버지의 고향이라는 점을 제외하고도 제주 바다와는 다른 부산만의 그 비릿하고 화려한 바다를 좋아하는데 여름에 가본 기억은 그리 많지 않다.(올해 4월 초를 제외하고는 주로 2월에 많이 갔었다.)

마음이 더더욱 급해졌다.

찾아보니 비행기표는 있고

하룻 밤 잘 광안리 주변 비즈니스 호텔도 있는데

따라서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갔다 올만한데

남편이 걸린다.

남편의 발도 그렇고

전체적으로 몸과 마음의 컨디션이 별로이고

오늘 13번째 항암 주사를 맞는 날인데

아침이라도 든든하게 먹여보내야 할 것 아닌가?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것밖에 없는데 말이다.

부산 사직 직관은 내가 아니어도 열심히 응원해줄 사람들이 많이 있겠지만

남편에게는 그래도 나의 응원이 더 절실할 것이라 생각했다.

물론 이야기를 하면 다녀오라 할 것이다.

본인 때문에 내 일상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엄청 싫어하는 스타일이니 말이다.

아예 이야기를 꺼내지도 않았고

순전히 남편 95%, 고양이 설이도 5% 만큼의 걱정으로 부산행을 과감히 접었다.

(어제 직관간 사람들의 단톡을 보니 멋지고 멋진 시간이었던 듯 하다. 그걸로 되었다. 감독님만 괜찮으시다면 충분하다. 감독님에게 친정아버지를 빙의시킨지 오래이다.)


따라서 이번 주는 아직 비워둔 채이다.

아르바이트도 잡지 않았었고

다른 일정 하나도 없는 그런 신기한 한 주이다만

계획대로 되는 일이 낮은 확률인 것처럼

무언가의 일들이 한 주를 꽉 채워줄 것이다.

일단 기본은 강의 준비이고(원래 첫 시간 강의가 한 학기를 결정짓는 법이다.)

그 사이에 일정을 맞추어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님 뵙기가(남편이 너무 말라서 살을 좀 찌운 후 가보렸더니 영 안된다. 개강으로 바빠지기 전에 다녀와야겠다.)제일 확률이 높은 것이나

모든 것은 오늘 남편의 항암주사 후 컨디션에 따라 달려있다.

계획되어진 일이 아닐지라도 갑자기 생기는 일일지라도 기분 좋은 일이라면 참 좋겠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 맞는 일만 아니라면 참 좋겠다.

점점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이 좋은 날이라는

선배 언니의 멘트가 이해되는 날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멋진 일이 일어날

그 작디 작은 확률을 늘 꿈꾸고 기대한다.

예를 들면 아들 녀석이 결혼하겠다고 여자를 데리고 오는 일 같은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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