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리가 없는데...
점심때까지 총총댔더니
오후에는 분명히 할 일은 있다만(강의 준비는 해도 해도 한이 없다.)
자꾸 나른해지는 마음과 몸이 된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어제 저녁에 늦게 잤고 오늘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다.
늦게 잔 것은 순전히 부산에서 어제 진행된 <불꽃야구> 관련 정보 수집 때문이었고
(감독님은 괜찮으시려나 모르겠다. 이번 주 고척 직관에 가보려 하는데 그때까지 걱정은 계속 될 듯 하다.)
오늘 아침은 개강이라고 뇌에 세팅이 되어 있었는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저절로 일찍 일어났다.
오류인 셈이다. 개강이 아니라고 되뇌이고 잤는데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는 정신없이 바빴던 한시도 쉬는 시간없이 총총댔던 오전을 보냈다.
(이전 글을 참고하시라.)
청소도 반찬도 세탁도 끝내고 나니 놀랍게도
할 일이라고는 강의 준비밖에 없는 오후가 되었다.
중요한 쟁점거리도 점심때까지의 톡으로 정리가 되었으니 오후는 톡마저도 조용하다.
할 일이 뭐가 없을까 생각하다 음식물 버리기와 쓰레기 분리수거까지 하고 났더니
진짜 진짜 한가함이 몰려온다.
이렇게 한가하면 낮잠이라도 자면 정말 좋으련만
잠이 오지는 않는다.
할 수 없이 무언가를 해야해서 남편용으로 다이소에서 샀던 두 종류의 슬리퍼를 닦기 시작했다.
눈에 띄는게 하필 그것이었다. 오늘의 대문 사진이다.
먼저 산 지극히 평범한 사진 속의 남색 슬리퍼를 신고 맨발로 산책을 했다가
(내가 양말 신고 슬리퍼 신는 아저씨들 촌스럽다고 한 마디 했었다.)
그래서 지금 엄지 발가락 옆 튀어나온 부분이 스쳐서 붓게 된 거라고 나를 원망하고 있다.
슬리퍼의 그 부분이 딱딱하다 하는데 내가 신어보니 몰랑거리기만 하다.
발가락 그 부분이 접촉으로 인해 아프니
쪼리형 슬리퍼를 사달라해서
다시 사다준 것이 옆 사진의 것이다.
그런데 사다줬는데 한 번도 안 신는다.
그 쪼리도 발에 끼우려면 그 아픈 부분이 걸리는게다.
다이소에서 산 싼 것이지만 아까운 마음이 들어서 분리수거하는 김에 내가 신고 나섰더니
아니나 다를까 엄지와 둘째 발가락 사이 쪼리가 끼워지는 그 부분이 아프기 시작한다.
내가 그래서 평생 쪼리를 신지 않았던 것이다만
다른 사람들은 안아픈지 잘만 신고 다닌다.
아들 녀석과 막내 동생조차도 말이다.
또 나만 이상한 발가락인가? 뭐가 정상이 없다.
내 유전자에는 원천적인 부족함이 있다.
뭘 샀는데 사용을 안하는 물건이 되면 마음이 불편한 것은
지구를 생각해서인가 내 돈을 생각해서인가 미니멀리즘 때문인가 알 수 없다만
저 두 종류의 슬리퍼가 안쓰럽고 아까울 뿐이다.
여하튼 슬리퍼는 잘 닦아두었으니 발이 낫기를 바랄 뿐이다.
오랜만에 여유있는 어그적거림을 보내고 있으니
눈치 빠른 고양이 설이가 놀아달라고 계속 들러붙는다.
이제 다시 츄르도 먹고
(너무 더워서 식욕이 떨어졌었나보다.)
오빠 방문 앞에 멍 때리고 앉아있지도 않고
(매일 퇴근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나보다.)
남편을 침입자로 간주하고 째려보지도 않는다.
(물론 한번은 할켰다만)
그런데 항암주사를 맞은 남편은 왜 올때가 되었는데 안오는 것이냐?
문자도 안보고 연락도 없다.
참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는 그 이상한 신조는 오래토록 여전하다.
남편을 기다리는 것인지 <불꽃야구> 유튜브 본방을 기다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지나간다.
오전과 오후가 이렇게 상반되는 날도 많지는 않을 듯 하다.
뭐든 중간이 없다. 무엇이든 평균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글을 올리고 나니 7시 50분쯤 도착이라는 문자가 들어왔다. 아마 10분은 더 늦을게다. 발이 아파서 빨리 못걸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