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은 매 순간이 선택이다.
다음 주부터는 월, 수, 금 정신없는 날들의 연속이 된다.
원래 학교라는 곳이 그렇다.
학교급별을 떠나서 일단 들어서는 순간부터
정신이 하나도 없고 시간은 순삭이다.
눈떠서 정신 차리고 나면 저녁이 되는 시스템이고
그러다 보면 훌쩍 한 학기가 끝나있고
일 년이 지나가는 그런 계절만큼 빠른 시간들을 보내는 곳이 학교이다.
그 소용돌이 속으로 다시 첨벙 들어가기 직전이다.
늘상 했던 일이건만 쉬었다 하니 사실 겁도 조금 나기는 한다.
따라서 이번주가 공식적인 마지막 쉼과 휴가의 주일인데(다음주 부터는 월,수,금 수업 나머지날은 휴식이다. 그 이상 무언가를 도모하기 힘들게다.)
월요일은 가사노동, 화요일은 쇼핑, 수요일은 학교 준비로 시간을 보냈고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목요일과 토요일뿐이다.
금요일은 요양원에 계신 시어머님을 뵙고
가평에 있다는 남편 친구 세컨 하우스를 살펴보고 오려하고
일요일은 내 새 출발 기념 및 시즌 마지막 고척야구장 직관을 가기로 했고
곧 미국으로 돌아가서 학업에 정진하게 되는 군대를 마친 조카와
오랜만에 아들 녀석이 효도 차원에서 함께 해준다고 했으니
그 날들은 일정이 풀로 채워진 셈이다.
나에게 단 이틀이 남아있는 것처럼 간절히
중요한 무언가를 하고 싶은 목요일 아침이다.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아니면 푹 쉴 것인가에 대한 선택을 먼저 한다.
푹 쉬는 것은 토요일에도 할 수 있다.
주말의 번잡함을 느끼며 무언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어라. 의외로 선택이 쉽다.
그럼 무엇을 할 것인가? 꼭 해야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만.
남편은 점심에 종로쪽에 일을 보러 간다한다.
어제는 아산 공장에 다녀왔는데 웬만하면 쉬었으면 좋겠다만
자신을 잊지 않고 불러주는 친구들이 마냥 좋기만 한가보다.
불러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행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잘 알겠다만.
그런 나는 점심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데 무엇을 할 것인가?
이 아침에 격하게 갈등 중이다.
혼자이면서도 즐길 수 있는 가장 멋진 일은
내가 보기에는 전시관람이다.
가보고 싶은 전시관이 두 곳이 있다.
하나는 조금 먼 곳에 새로 생긴 사진전시관이다.
SNS 에 올라온 건물을 보니 멋지다.
그리고 사진은 나에게 진입장벽이 가장 낮은 전시물이기도 하다.
지리적으로 조금 먼 곳이라 강의가 시작되면 갈 수 없을 확률이 매우 높다.
다른 하나는 늘상 가던 예전 학교 근처 미술관이다.
마침 지구 위기와 관련된 전시를 한다하니 강의 내용에 포함할 수 있는 것들이 있겠다 싶었다.
나의 강의에는 내가 보고 느꼈던 내용이 모두 포함된다.
창작을 하는 직업군을 희망하는 학생들이니 오히려 그런 내용이 더욱 더 와닿고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나의 판단이다.
이런 판단과 선택은 빨리 빨리 하는데
오늘 내 일정에 대한 선택은 왜 쉽지 않은 것이냐?
두 가지 전시에 대해 자료 조사에 들어간다.
둘 다 지하철역 5분 거리이고 가는데에는 40여분이 소요되고 둘 다 무료 입장이다.
요기까지는 환상적인 서치 결과이다.
이제 주변에 나의 점심을 책임져줄 맛집이 있느냐가 관건인데(혼밥이 어색하지 않고 가능한)
그것은 두 번째 장소는 익숙한 곳들이라 훤히 꿰고 있지만
첫 번째 장소의 근처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
지하철역 근처이니 식당들은 당연히 있을 것이고
물론 점심 시간을 조금 비켜서 갈 것이지만
익숙함이냐 새로움이냐는 항상 나에게 격한 갈등을 가져다 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하는 주요 요소이다.
이 글을 쓰고 남편의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까지는 아직 미정이다.
완전 50대 50이다.
이런 적은 별반 없다. 그래도 더 기울어지는 한 편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할 수 없다. 이 갈등의 끝은 11시쯤 출발하는 나에게 맡겨두고 이제는 아침을 차려야겠다.
어느 곳을 선택했는지는 다음 글을 보시면 될 것이다.
그리고 어느 곳을 선택했더라도 안 간 곳에 대한 미련은 남을 것이라는 것은 이제 다 아는 나이이다.
그렇다면 둘 중에 다음에 가기 쉬운 곳을 패스?
오호라. 그것도 선택의 한가지 요소가 될 수 있겠다.
어디를 가보던간에
귀갓길에 고양이 설이의 츄르와
내 스킨은 잊어버리지말고 꼭 사와야 한다고 되뇌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