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와 과자
오전에 편의점 3곳을 방문하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건물이 세워지면 1층에 가장 먼저 입점하는 것이 편의점인 시대인데
마치 한 집 건너 하나에 편의점이 있는데
신기한 일도 아닌 듯하지만 나에게는 처음이니
신기한 일은 맞다.
물론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아침 댓바람에 아파트 단지내에 있는 편의점을 방문한 것은
갑자기 꿈속에서 호텔식 조식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러려면 스프가 필요했다.
옥수수나 감자 스프이면 더 좋겠으나 그 정도는
작은 사이즈의 편의점에 있을 리가 없을 것이니
어떤 종류래도 스프만 있었으면 하고 간 것이다.
한 번쯤 스프가 진열되어 있었던 것을 봤던 기억이 있었는데 오늘은 진열대에 영 보이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오늘 처음 본 아르바이트생에게 위치를 물어보았다.
손가락으로 방향을 가르친다만 내가 서있는
그 방향이고 진열대는 두 개뿐인 작은 편의점이다.
다시 또 찬찬이 찾아보다가 간신히 야채 사이에 섞여있는 스프를 발견한다.
왜 그 위치에 있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는 없다만
버섯과 크림 스프 두 종류가 있어서 각각 하나씩 집어 계산을 하려니 버섯은 2+1 표시가 뜬다.
종류를 섞어서는 안된다는데 버섯은 2개밖에 없다.
이럴 경우 영수증에 표시를 해주고 다음에 들어오면 추가로 받았던 예가 두 번 있었던 터라
이번에도 그리 처리해달라했더니 오늘 처음 본 아르바이트생은 아마 이런 적을 처음 경험하나보다.
당황함이 얼굴에 가득하다.
아까 손가락으로 스프 방향을 가르치던 때와는 사뭇 다르다.
우여곡절 끝에 버섯 스프를 사가지고 와서 잘 먹었다.
그리고는 나의 재취업 일주일을 축하하러
후배가 보내준 편의점 상품권을 사용하러 또 나섰다.
잊지않고 재출발을 기억해준 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선물까지 보내주다니 후배에게 감사할 뿐이다.
다음 주 과자 4종류를 관찰하고 분류기준을 결정하고 그에 따라 순위를 매겨보는 과학적 사고 활동이 준비되어 있는데
과학 한 종류를 더 보태면 경우의 수가 늘어나서 더욱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여
선물을 의미 있게 쓰고 싶었다.
또 개인별, 조별 활동 우수자에게 줄 MVP 선물도 함께 구입할 겸 말이다.
그렇게 흔하게 보이던 C 편의점이 한 정거장 위치내에 없다. S와 G 편의점만 있다.
사실 편의점을 다니지만 어떤 편의점인지까지는 기억에 넣지 않고 다녔었나보다.
그냥 필요하면 보이는 가까운 곳에 들어가는 스타일이었던 것이다.
편의점 간판을 보고 들어가는 것은 이번이 아마도 처음인듯 하다.
이리 저리 내비언니의 인도를 받아 찾아간
첫 번째 C 편의점은 작아도 너무 작았다.
우리 아파트 단지 내 아침에 스프 사러 간 곳보다
더 작았으니
내가 필요로 하는 낱개 포장이 된 동일 종류의
20개 정도 과자가 있을리 만무했다.
그래도 <다음에 올께요.>라는 나의 말에
<감사합니다.> 라고 답해주는 참한 아르바이트생이 있었다.
조금 더 걸어가서 만난 C 편의점에서 드디어
내가 원하는 과자를 종류별로 쓸어담을 수 있었다.
그 판매대에 있는 과자의 반 정도는 내가 다 가져왔으니
아마 그 편의점의 무표정한 아르바이트생은
아마도 과자싹쓸이로 인한 재주문을 넣어야하는 귀찮음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주말 오전 편의점에는 모두 아르바이트생이 계산대를 지키고 있었다.
집에 와서 과자인증샷을 찍고(이 글의 대문 사진이다.)
상품권을 보내준 후배에게 고맙다는 사진과 톡을 보내고(강의에도 꼭 감사표시를 넣겠다.)
포장을 까서 과자만 종류별로 비닐에 넣었다.
포장한 채로는 부피가 너무 커서 도저히 내일 셔틀버스를 타고 가져갈 수 없을 듯 해서이다.
그리고 또 다른 재미있는 사실들을 발견했다.
과자가 부스러지지 않게 하기 위한 완충 역할을 위해 약간의 과대 포장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겠고
과자 한 팩 안에 낱개 10개가 들어가 있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라는 것도 알았고
잘 나가는 과자는 화이트와 초코 두가지 버전을 만든다는 사실도 알았다.
이번 강의를 준비하면서 과자 전문가로 거듭났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최고의 과자는 여전히 <초코파이>와 <짱구>이고
요즈음 최고로 밀어주는 과자는 <몽쉘통통>이다.
<초코파이>와 <짱구>는 오래전부터 함께였다는
뭔지모를 익숙함 때문이고
<몽쉘통통>은 많이 달지만(눈이 찡그려질 정도로 극강의 단맛이다.)
나의 최애 프로그램 <불꽃야구>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주는 간식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오전에 편의점 세 곳을 연달아 방문하는 일.
아마 당분간은 없을 듯하다.
은퇴후 조그마한 편의점이나 운영해서 돈을 벌어볼까 하는 야무진 생각은 오늘 오전의 경험을 계기로 깨끗이 버린다.
일 잘하고 친절한 주말 오전 아르바이트생을 만나기란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리고 편의점 일이야 말로 일과 쉼의 분리가 더더욱 어려울 듯 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