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고요한 날이 올것이다만
오전에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가사일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힘들었고
갑작스럽게 이루어진 집을 비워주어야 하는 일이 떨어진 관계로(그냥 전세기간을 채울걸 그랬나 후회가 막급이다.)
이사갈 곳을 탐색하는 일도 중간중간 이루어졌다.
지난번 학교 근처의 아파트를 한 번 보고 온 적이 있었던 터라
그때 함께 한 부동산에 연락을 넣었더니
지난번에 봤던 두 곳은 이미 계약이 완료되었다 한다.
나랑 인연이 있었던 곳이 아니었던게다.
딱히 끌리지도 않았었다.
문제는 이제 비어있는 곳이 몇 집 없다는 점
그리고 주말까지 집을 보러오겠다고 예약한 팀이 많이 있다는 점
부동산은 가계약이라도 걸라고 나를 부추긴다.
그럴까말까 흔들렸는데 그리고 집을 열심히 보러다닐 기운도 딱히 없는데
이렇게 떠밀려 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
아들 녀석이 그나마 나의 의논 상대인데
함께 집을 보러가 줄 수 있는 여유시간은
일요일 오후나 되어야 한단다.
언제까지 나는 이런 일까지 내가 다 알아서 처리해야 하는 것일까?
집에서나 직장에서나 일노비와 일복은 터지는 편이다.
일단 일요일까지 계약이 안되어서 남아있는 집이 있기를 기도하면서(그것이 또 운명이지 않겠나)
오후 예정된 교육지원청 과학실무사님들 대상의 연수를 시작한다.
과학실무사님들은 과학 실험 수업을 할 때
필수적인 인력이라는것을 새삼 느끼는 요즈음이다.
대학으로 와서 조교도 실무사님의 도움도 못받고 있는터라
나 혼자 실험 준비하랴 준비물 나르랴 애쓰고 있는 중이니 더더욱 그런 마음이 커진다.
물론 어려운 실험은 기구도 없고 해서 못한다만.
또 아직 대학만 전자칠판도 아니고 디지털기기 활용을 하는 수업 도구 준비도 가장 열악하다.
따라서 실무사님들의 역량이 높아지면
과학교사들이 조금 더 편리해지는 것이고
학생들의 과학 수업이 더 즐거워진다는 공식이 성립한다.
그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힘든 업무에 공감하며 도와드릴 일은 없는지를 알아보는 것이 연수의 목적 중 한가지이다.
그리고 연수에서 나온 의견은 해당 업무 장학사에게 연계하여 발전 방향을 모색하곤 한다.
오늘의 연수는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융합 체험이다.
먼저 AI 툴을 이용하여 PPT, 영상. 이미지, 음악 만들기 중에서 선택하여 실습한 후
아날로그 갬성을 이용하여 식물 탐색과 허브 화분 만들기를 진행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애플민트 화분 하나를 들고 고맙다고 하고 나가는 분들을 보니
과학교사만이 느낄 수 있는 과학실무사님과의 다양한 교류 과정이 스쳐지나간다.
이런 노력과 열정이 언젠가는 우리나라 과학자에게 노벨상을 가져다 주는 초석이 될 것이다.
분명 그럴것이다.
연수가 끝나고서는 근처에서 진행되는 핫한 전시를 잠깐 보러갔다.
아니다.
전시가 주가 아니고 옛날 재벌집을 리모델링한 전시장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기반의 화강암으로 잘 지어진 집은
우아함과 기품이 철철 넘쳤다.
그 안의 전시는 너무 성적인 것을 강조해서
내 스타일은 전혀 아니었지만 말이다.
오늘 대문 사진은 전시물 중 한가지인 석영 결정이다.
왜 석영 결정을 방 하나에 놓아두었는지 작가의 의도까지는 파악하지 못했으나
어제 광물 관찰과 맥락을 같이하니
우연이 필연이 된 것인가 싶기도 하다.
이 동네는 옛날 부자들이 모여살던 곳이다.
한 집 건너면 다 재벌집 회장님 소유였던 집들이다.
이제는 그곳에 거주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가 전시장이나 멋진 카페등으로 탈바꿈되고 있다.
얼마전에 들린 곳은 카페였고 오늘은 전시장이었고
그 주변도 하나 둘 리모델링을 하거나 마치고 있는 중이었다.
약수역 주변이다.
멀리는 남산과 신라호텔과 장충체육관이 보이는 언저리이다.
이런 멋진 서울을 즐길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몹시도 우울하다.
오늘도 여전히 정신 없는 하루였다.
언젠가는 하루 종일 이벤트 하나 없는 고요한 날이 나에게도 올것이다만
(물론 올 3월부터 7월까지 중에 종종 맛보기도 했다만)
아직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굴려보려 한다.
그게 내 스타일의 건강을 지키는 방법이다.
다행히 이른 저녁을 먹고 사가지고 온 해물파전을 남편이 좋아라하고 많이 먹었다.
난 오징어냄새 때문에 퇴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약간 민망했었는데 잘 먹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이제 초저녁잠이 몰려오는데 의문점도 생긴다.
어제, 오늘 브런치 반응이 영 좋지 않다.
하루에 조회수 100을 넘는 소박한 목표도 쉽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