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씨는 최고였다.

일년 중 이런 날이 며칠이나 될 것인가?

by 태생적 오지라퍼

딱 내가 좋아하는 날씨였다.

100% 만족스러운.. 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이었다.

이런 날을 다시 찾기도 힘들다. 일년 중에 며칠이나 이렇게 마음에 드는 날씨가 있으려나.

안개를 뚫고 출근해서 어제 주차비 대신 산 비싼 샐러드 중에서 불고기만 골라먹는다.

남편은 야채만 먹는데 나는 고기만 먹으니 하나를 사면 딱 좋은데 주차비에 홀라당해서 두 개를 샀었다.

할 수 없이 다시 챙겨가려고 넣어둔다.

출석 상황을 점검하고 실험 시연을 해보니

키링 열쇠고리가 늘상 쓰던 펀치 사이즈보다 더 크다.

들어가지가 않는다.

꼭 이런 일이 발생한다.

늘상 하던 것인데 잘못 챙기는 일 말이다.

사이즈를 명시하지 않은 내 잘못일 수도

늘상 쓰던 사이즈로 챙기지 않은 업체의 잘못일 수도 있다만 굳이 따지지 않는다.

오랫동안 함께 한 업체 사장님이고

사람이 착해도 너무 착하다.

착하면 어느 정도 용서가 된다.

어제 싸운 그 부동산 사장님은 안착해서 용서가 안된 것이다. 내 기준에 그렇다.


할 수 없이 원소 기호 키링에 네임펜으로 내용만 적고 완성은 다음 시간으로 미룬다.

그리고 그 비는 시간에는 순서를 바꾸어서 식물 관찰에 나선다.

오늘 날씨에 딱이다.

비가 오거나 쌀쌀해지기전에 한번 나가서

필드트립의 맛을 보여주리라 생각했었다.

20분 정도가 남아서 딱이었다.

강의실 건물 주변을 좌, 우로 나누어서 식물을 관찰하고 종류를 찾아보고

접사를 찍어보면서 식물을 느껴보는 시간으로 진행하였다.

고사리와 버섯도 보이고 다양한 야생화 천국이고 철지난 장미도 보인다.

30년 정도 된 큰 메인도로를 중심으로 좌, 우 식물의 종류는 육안 관찰로만 보아도 차이가 있어보인다.

그 이유는 아마도 차량 출입과 그에 따른 차량 배출 가스처럼 인위적인 변인 때문일 수도 있고

햇빛의 양과 산에 가까운 지형적인 위치에 따른 자연적인 원인 때문일 수도 있다.

학생들은 아마도 식물 사진을 처음 찍어보았을 것이다.

나이가 들어야 식물이 눈에 들어오는 법이다.

아직 그 반짝반짝 빛나는 나이에 식물이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오늘 대문 사진은 내가 찍은 새로난 잎과 오래된 잎이 구분이 확연한 사진이다.

역시 새로난 잎의 연한 푸릇푸릇함을 당해낼 수는 없다.


금요일 차량으로 퇴근하는 길.

내비언니는 나를 생전 처음가는 길로 인도한다.

거꾸로 가서 중부고속도로를 타라는 것이다.

이럴 때가 제일 가슴이 콩닥거린다.

잘못 길을 들어서 대전으로 가는게 아닐까 싶으니 말이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운전하는 것은 가급적 피하고 싶은 일이지만

2020년부터 2년간 영재교육 업무 담당자로 파견을 나갔을 때 역량을 키웠다.

그전까지는 나는 집과 학교밖에 그 길목에서만 운전을 했던 소극적 운전자였다만

그 시기에 주말 근무 후 평일 대체휴무를 이용하여

제법 먼 거리까지 이동하는 용기를 내보았고

처음에는 마냥 무서워서 벌벌떨고

운전대를 너무 꼭 잡아서 몸살이 날 지경이었지만

그때의 혹독했던 훈련이 기반이 되어 지금

장거리 운전을 버티고 있는 듯 하니

이 세상에 의미 없는 일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막혀도 너무 막힌다.

서울 근교에 들어오니 더더욱 막히다.

오늘 저녁은 사실 <올해의 과학교사상> 수상자들이 1년에 한번 공식적으로 만남을 갖는 날인데

그 장소가 하필 시내 한복판이다.

나는 운전 시간 한 시간 반이 지날 때 모임 참가를 깨끗이 포기했다.

아마도 어제 대판 싸운 것의 결과일지도 모른다.

눈알은 빨갛고 기력은 하나도 없고 차는 엄청 막힌다.

오늘 모임 참석 의상으로 장착하고 갔었으나 도저히 시내 한복판까지 운전했다가는 기절각이다.

그래도 날씨가 최고여서 모든 것이 눈감아진다.

하나라도 최고였으니 되었다.

어제 저녁보다는 백배 나은 밤 아니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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