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이 주는 안도감

서서가지 않아도 된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기차 전문가인 동생이 티켓팅을 해도

수원역에서 조치원행 무궁화호

올라올때는 조치원에서 용산역 ITX 가 최선이었다.

따라서 수원역까지는 지하철이든 다른 기차든 뭔가 방법을 찾아야해서 나들이 느낌으로다가(나들이는 절대 아니다만) 일찍 집을 나섰다.

오랫만에 주변 대학을 관통해서 그곳 식물을 관찰하고

(같은 대학이지만 학교별로 느낌은 엄청 다르다.

이 학교는 메이저 돈 많은 유명 대학임이 캠퍼스 곳곳에 묻어난다.)

10시부터 11시까지는 1+1을 주는 최애 도너츠까지 먹고는 서울역으로 향한다.

추석이 가까와서인지 대형 마트 오픈런 대열에 깜짝 놀랐다.

나만 모르는 무슨 빅 세일이 있음에 틀림없다.


서울역에 내린김에 서울로를 둘러본다.

일 년에 한 두번 이곳을 여유있게 지날때 보곤하는데

오늘은 그사이에 못봤던 서울역과는 반대편쪽을 처음으로 가본다.

남산과 이어지는 엘리베이터도 계단도 곳곳에 있다.

이제 꽤 아름드리가 된 나무들도

항상 수줍은 연꽃도 막 개화준비를 하고 있는 국화도

이제 오랜 동면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는 식물들도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이쁘기만하다.

어제 못지않게 오늘 날씨도 최고이니

무거운 나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듯 하다.


그런데 한 일이라고는 식물보기와 사진찍기밖에 없는데

아까 먹은 그 얇은 도너츠 두 개의 소화가 끝났나보다.

배가 고파온다.

목요일 저녁 대판 말싸움 후 거의 먹지 못한 결과가 이제 발현되나보다.

미니 유부초밥을 사서 연어와 묵은지 올린것을 먹는다.

기차와 유부초밥이라니.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길이 절로 떠오르는 조합이다.

엄마가 싸준 마지막 여행용 유부초밥이었던듯 한데

왜 김밥이 아니었는지 그 이유까지는 기억이 나지않는다.

엄마가 그 이유를 뭐라뭐라 얘기해주셨는데.

다른 친구들은 다 김밥이었는데 나만 유부초밥이었고

난 창의성을 좋아하는 편이라 싫지는 않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지독한 멀미가 시작되려해서

우격다짐으로 먹었던 기억이 아슴프레하다.

그래. 기차 여행은 유부 초밥에서 비롯되는거다.

다행히 수원역까지 서서가지 않아도 된다.

그거면 되었다.

서울역에는 티켓도 동선도 먹을 것도 사람도

무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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