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고 또 버린다.
내가 잘 하는 것 중 한 가지를 꼽아보라면 버리기다.
가차없이 버리는 것을 잘 한다.
물론 버리기 전에 쓸만한지를 따져보고
내가 안쓸 것은 무료 나눔을 한다만
일단 사용가치와 효용이 끝났다고 판단되면
버리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칼이다. 버리기 대마왕이다.
가끔은 아들 녀석 것도 내 기준으로 버려서 문제가 발생한 적도 있다.
아니 한번 펼쳐보지도 않는 대학 때 전공 서적들은
왜 쌓아두는 것이냐?
물건은 빼고 남은 박스는 왜 전시해놓은거냐?
명품도 아닌듯 한데.
버리는 일에도 계기가 필요하다.
제일 좋은 계기는 이사이다.
이사를 앞두고 가지고 갈 것과 버릴 것을 결정짓기가 가장 쉽다.
가지고 가는 것은 최소 2년 이상 더 사용 의사가 확실한 것이고
애매모호한 것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짐들은 이런 애매모호한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없으면 찾게 되고 불편하지만 쓸모는 1년에
열 번이 채 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이상한 것은 과감히 결단을 내려 버리고 나면
꼭 찾는 일이 생긴다는 점이다.
순간 엄청 분하지만 그래도 버린다.
당근거래는 하지 않는다.
오가는 시선의 불편함이 싫어서이다.
그리고 내가 버리는 것은 수명이 다한것인데
그걸 누구한테 넘기겠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이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한다.
많은것을 들고 이고 지고 다니는 것이 버겁다.
오늘은 플라스틱 김치통을 버렸고
(이제 김치를 담아먹지는 않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명절 때마다 여러 종류 전과 제사 음식을 담아가던
큰 사이즈의 반찬통도 버렸고
(이제 전을 부쳐갈 시댁과 친정이 없다. 양로원에 계신 시어머님만 뵈러 가면 된다.)
아들 녀석이 받아온 장우산도 대여섯개 버렸다.(한군데씩은 고장이 난 것으로다가 우선적으로.
그래도 아직도 여러개가 남아있다.
장우산은 심지어 분리수거가 안되어 돈도 내야한다.)
이번 이사에는 구석 구석 나무결이 벌어진 식탁도 버리고
설이가 물어뜯어놓은 식탁 의자도 물론 버리고
9년차에 접어드는 밥통도 버리고
(제사를 모셔와야한다해서 큰 사이즈로 샀었다.)
그때까지 열심히 쓰고
냄비와 후라이팬도 다 버리고 갈 예정이다.
이미 캡슐형 커피머신과 토스트기는 나눔을 했다.
추석 연휴 기간동안에는 여름옷들을 모두 꺼내
버릴 것과 가져갈 것을 구분하여 캐리어에 담는 일정이 예정되어있다.
머리가 복잡할때는 이런 단순 작업을 하는 것이 최고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이렇게 싹둑싹둑 물건 버리기는 그리 잘 하는데
왜 사람과의 관계 정리는 그리 못하는 것인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만
어쩌겠나. 그렇게 태어난 것을.
내가 조금 손해보고 살면 모두가 편하다면 그리 할 수 밖에.
그래도 다음 생에는 이 땅의 여자로 태어나지는 않고 싶다.
다음 생에 태어난다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고
머릿속의 오만가지 잡념들도 함께 분리수거 된다면 참으로 좋겠다만.
집 정리 컨설턴트를 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