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지여행의 아찔함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침 출근길 패키지 여행객들을 보게 된다.

목적지는 달라도 화려한 색깔의 옷과 모자, 선글라스 웃음소리는 공통 분모이다.

몇번 되지않은 나의 패키지여행이 절로 생각나게 하는 웃음소리이다.


첫 해외여행이었을지도 모른다.

북경으로 유학갔던 동생이 잠깐 귀국했고

아들 녀석은 유치원생일만큼 컸고

여름방학인데 멋진 계획은 1도 없었고

어찌저찌 급 사이판 여행이 결성되었다.

아들 녀석은 첫 해외 비행기에서 흥분된 얼굴로 게임을 하느라 잠을 한숨도 자지 않았고

나는 승무원에게 받아마신 양주 한 잔에 뻗었었다.

호텔 방키를 방안에다 두고 문을 닫기도 했고(다급하니 영어는 1도 생각나지않았다. No Key 라는 말만 반복했다. 나중에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들 녀석이 가이드 청년을 잡다가 그의 수영복이 흘러내리기도 했고(난감함과 죄송함이 이루 말할수 없었다.)

뽕을 뽑겠다면서 호텔 조식을 두 접시씩 먹어댔던

수영장에서 종일 놀아서 피부가 까맣게 익어간

촌스러움의 극치인 날들이었다.


두번째는 미서부 여행이었는데

그 큰 대형 그레이하운드 버스는 숙소인지 식당인지 알수 없이 여행의 많은 시간을 오가는데 보내야했고

아침 일찍부터 저녁 늦게까지 강행군에

저절로 체력이 떨어지는 극기훈련의 날들이었다.

환갑기념 여행으로 오신 분들은 다 병이 걸리셨던

효도 여행이 아니라 불효 여행이 되는

무리하기 짝이 없는 일정이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다리 배 위에서는 졸았던것 같고

라스베가스 호텔에서는 일확천금을 꿈꾸었던것 같고

그랜드캐넌에서는 광활함에 놀랐었던것 같다만

맥도날드에 제일 친숙해진 날들이었다.

내 인생에 햄버거를 그리 단기간에 많이 먹은적은 결단코 없었다.

그때 질려서 이후에 햄버거를 즐겨 먹지 못하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1년에 거의 한번밖에 먹지 않는다.


그 이후로는 내 일행들로만 이루어진 패키지였으니

단체 여행이기는 하지만

순전한 의미의 패키지여행은 아니다.

모르는 사람과 불편하게 함께하는 여행은 두번이 끝이었는데

이 나이가 되어보니 패키지여행에 선뜻 동참하는데는 많은 용기가 필요할듯 하다.

시끄러움과 소란함과 타인의 시선을 참는것이 점점 어려워지니 말이다.

친한 지인들과의 나들이도 점점 힘에 겨워지니 말이다.

그래도 꽤 긴 추석 연휴에 어딘가를 가보고 싶기는 하다.

길이 막히지 않는 곳이라면 더더욱 좋겠다.

나 혼자 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

패키지보다는 혼여가 적성에 맞는다는걸 이제서야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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