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지않는 혼밥 요리사의 비밀레시피 174

하루에 몇번까지 먹을 수 있을까?

by 태생적 오지라퍼

아침부터(일어나서부터) 배가 고팠다.

어제 저녁은 오랜만에 아들 녀석과 함께 후배가 보내준 갈비찜 밀키트를 만들어 먹었었는데

분명 먹었는데 마치 저녁을 굶은 것처럼 배가 고파왔다.

별일이다.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만 나쁜 조짐은 아닌 듯 하여

어제 끓여둔 무국에 어제 배송 받은 묵은지를 올려

세 숟가락 정도 먹었다.

남편 아침으로는 버섯, 두부, 고구마, 애호박을 구워 주었다.


남편은 회사에 일이 있다고 나가고

(한달에 두어번 가는 회사인데 정리하는게 맞지 않나?)

그 사이에 남편 방 청소와 시트 빨기와 갈기, 화장실 청소등을 하고 났더니

다시 배가 고파오기 시작했다.

어머나. 이것은 웬 조화라냐.

그 사이에 나의 기초 에너지 대사량이 늘었나?

방금 쪄낸 명란젓찜 올려서 찬물 말아서 다시

세 숟가락을 먹었다.

아직은 찬물 말은 밥이 땡기는 것을 보니

그리 추워지지는 않은 모양이다.


아들 녀석의 긴 팔 맨투맨티 세탁물을 찾아오고

추석 연휴동안에 아플까봐 비상약도 사오고

(그런데 물어보니 대형 마트형 약국은 명절 기간에도 쉬지 않는다한다. 고맙다.)

절대 시지 않고 달다는 자두도 한 바구니 사고

(하나 먹어보았는데 시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단 것도 아니었다. 쏘쏘.)

골목길 주위 자주보던 낯익은 식물들의 변화도 살피는 1차 골목길 산책을 마쳤다.


그냥 누워 낮잠이나 잘까 싶었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9월의 마지막 날이라는 것이 작용했을까?

주섬주섬 챙겨서 본격적인 산책에 나선다.

몇 정거장 버스를 타면 성수이고 서울숲이다.

최대한 인근 주민이 가볍게 점심 산책을 나온 것처럼

청바지에 흰 운동화를 끌고 모자를 눌러쓰고

서울숲 근처를 어슬렁거렸다.

가기전에는 분명 배가 고프지 않았는데

어라 서울숲 입구에 다다르니 배가 고파온다.

시간을 보니 12시 30분을 지나가고 있는데

성수 주변의 맛집은 점심에도 인산인해이다.


그냥 서울숲에 들어갔다가 배가 마구 고파오면

어떤 민폐를 끼칠지도 몰라서

(이상하게 배가 고프다 싶으면 금방 한계점에 다다른다. 기력이 똑 떨어진다.)

근처 맛집으로 보이는 만두와 칼국수집으로 들어선다.

다행히 혼밥이라 눈치도 주지 않았고 자리도 넉넉하게 있었고 혼밥용 좌석이 따로 있었다.

동죽칼국수가 깔끔하니 맛나고 새로워보여서

(바지락 칼국수나 조개 칼국수가 대부분이다.)

겉절이 김치와 반쯤 잘 먹었다.

동죽이 톡 물을 내뿜는 독특한 맛이 있었다.

그리고는 초가을의 절정인 서울숲의 식물들과 즐거운 만남을 가졌다.

꽃무릇도 보고 다양한 국화과의 꽃들도 보고

내가 이전 학교에 열심히 심어두었던 허브 계열의

그 꽃도 보고(이름은 잊어버렸다.)

날씨와 햇빛과 기온과 식물과 습도가 더 이상 완벽할 수 없는 산책이었다.

단지 하나 마음에 걸린 것은 청으로 풀 착장한

내 스타일일뿐.

(모자는 검정색을 쓸 것을 그랬다. 모자까지 청인 것은 너무 오버였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성수 주변 마트에서 할인하는 낙지와 양파를 사서

(마치 근처 주민인 것처럼 무지 자연스러웠다.)

집에 돌아와서는 낙지볶음을 만들었다.

가급적 구입한 재료를 냉장고에 넣지않고 곧장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냉장고에 한번 들어갔다 나온 것과는 맛이 같을 수가 없다.

양파, 대파, 껫잎, 청양고추 두 개 넣었더니 제법 맛이 훌륭했다.

남아있는 밥 세 숟가락에 주저없이 낙지볶음을 넣고 비벼먹었다.

먹으면서 시계를 올려다보니 오후 세시이다.

도대체 오늘 몇 번 밥을 먹는거냐?

신기하고 신기하도다.


남편의 저녁은 임연수 구이와 애호박감자당근 넣은 고추장찌개이다.

오늘 하루 반찬도 많이하고 먹기도 참 다양하게 많이 먹었다.

아무리 편해도 학식보다는 내가 한 집밥이 최고이다.

아니다. 아까 동죽칼국수는 괜찮았다.

집밥보다 맛집 식당이 최고이구나.

학식<집밥<맛집 이런 순서가 적용되는 것이 아마 일반적일 것이다만.

엄청 먹었으니 이제 일을 좀 해볼까나?

9월의 마지막날인데 10월 강의를 준비해야는거 아니냐?

일단 내일 것은 해두었지만

하루 준비해서 하루 사는 인생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오늘은 영 머리를 쓰는 일은 진도가 나가지 않고 몸을 쓰는 일만 주구장창 하고 있다.

이런 날도 있는거지만 말이다.

그런데 이따가 자기 전쯤 무언가를 한번 더 먹을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드는것은 무엇일까나.

참으로 요상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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