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우중 산책 도전기
집을 나설때만 해도 지하철을 탈 때만 해도 흐렸으나 빗방울이 떨어지지는 않았다.
빨간 우산을 챙기기는 했다.
사람 많은곳에 가면 튀는 우산 아니면 찾을 수가 없다.
여러번의 시행착오가 일상생활에 큰 바탕이 된다.
충무로역에서 작년 테마체험학습 인솔때의 기억으로
남산순환버스를 타고 남산전망대에 내릴때쯤 되어서야
(아직 일부는 남아있는 총명함 칭찬한다.)
본격적으로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만나기로 한 후배가 주차장이라는데 정신이 버쩍 든다.
여기 주차장이 없을텐데.
나는 남산꼭대기 케이블카 탑승장에
후배는 남산 입구 초입 케이블카 탑승장에 도착해있는 황당한 상황이다.
약속 장소를 정확하게 챙기지 못하고
각자의 생각대로 해석한 결과이다.
나의 대체적으로 총명하지못함을 통렬하게 비난한다.
다행히 후배가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와준댄다.
고맙다.
남산 전망대 근처에서 안개로 뒤덮인 서울 시내를 내려다보며 커피 한 잔을 마셨는데
(멋져보이기는 하는데 실제로는 사람들로 시끄럽다.)
도무지 비가 그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예보상으로는 강수량도 그다지 많지않고
12시쯤에는 그치는것으로 나와있다만
전혀 그럴 조짐이 안보인다.
그럼 그렇지.
내가 감히 비에 도전장을 내밀다니 겁이 없었다.
할수없이 완패를 자인하고 비를 맞으면서
남산 계단과 데크를 돌아돌아 내려온다.
바지와 양말과 운동화와 머리카락 일부를 비에서 내어주고
한번 미끄러질지도 모를 위기를 간신히 넘기고서 말이다.
남산 도서관쪽에 내려와서
오늘 미션 중 한가지인 선수싸인모자를
또다른 지인과 접선하여 건넨다.
모닝 막걸리를 마시다가 나온 후암동 지인 덕택에
포기할뻔한 해방촌 나들이에 나서고
다행히 비가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하며
함께 한 후배 얼굴도 화사해지기 시작한다.
가기전에 돌려보았던 유튜브에 나타났던
친숙한 핫플들이 보이고
그 어렵다는 맛집 식당에 대기 2번으로 입장하여
맛난 연어감태롤과 매콤가지덮밥을 먹는 행운까지 누렸다.
부지런한 젊은이들로 벌써 신흥시장은 북적거리고
밥먹고 데이트하는 커플 모습이 부럽기만한데
(아들 녀석은 뭐하나 모르겠다.)
이제 비는 완전히 그쳤고
배가 부를대로 부른 우리는 숙대입구역까지 걷는것으로 오늘의 우중산책을 마무리한다.
이 정도면 오늘 무모한 도전은
최소 무승부 내지는 근소한 판정승이다.
아직 비에 젖은 바지 밑단과 운동화와 양말에
축축함은 다소 남아있지만
이 정도는 참을만하다.
무엇때문인지 모르지만 아침에 느꼈던 허리 뻐근함도
복대를 하고 다녔더니 괜잖다.
약속이 아니었다면 절대 집밖으로 나서지도 않았을것인데
아침에 비가 많이 내렸으면 약속을 깨는것도 불사했을것인데
약간 무모했지만 일단 도전을 하니
멋진 안개낀 서울도 내려다보고
비 내려서 사람없고 한적한 남산 계단길도 걸어보고
동네 지인을 가이드로 쓰면서
후암동과 해방촌 골목 골목도 구경하고
후배의 프샤 인생샷도 많이 찍어줬고
무엇보다도 쓰임새를 고민하던 등산용 가방도
기꺼이 선물하게 되어 나는 만족한다.
동행한 후배도 만족했기를 바란다.
다음 무모한 도전 타켓을 무엇으로 삼을지는 고민을
좀 해보겠다.
지하철역에 내렸는데 졸리기는 하다.
지하철에서 안경을 쓰고 브런치글을 쓰면 오타작렬이다.
졸려서일수도 안보여서 일수도 있다.
우중에는 낮잠이 최고인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맞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