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초대하지는 않았다만.
대부분 첫 추위는 11월 초 내 생일 주간에 만나곤 했다.
나의 생애동안 수집한 빅데이터의 결과인데
내 머릿속에만 남아있고
어디에도 비슷한 자료는 없다.
아마 기상청 데이터에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무려 2주 이상 빠르게 오늘
강원도에는 첫눈이 내렸다고도 하고
어제 오후부터 바람의 세기와 냄새가 심상치 않고
기온과 습도의 부조화가 확 느껴지기 시작했다.
내가 공식적으로 제일 싫어하는 추위가 시작되려는 것이다.
경량패딩에 골덴바지 겉옷까지 다 껴입고는 출발을 주저하면서 이 글을 쓴다.
석촌호수 셔틀버스 탈 주변에 바람을 피할
아침 일찍 문여는 카페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지금까지 찾아본 바로는 그렇다.
너무 멀지 않은 곳에서 셔틀버스의 움직임이나
줄 선 사람들의 동태를 살피면서
차 한잔을 마시고 추위를 달랠만하 곳이 있으면 딱인데 없다.
그러니 일찍 집을 나서는 것에 오늘은 조금 의지가 생기지 않는다.
평소보다 10분쯤 늦게 출발하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석촌호수를 달리는
반팔 반바지 차림의 러너들은 많을것이다.
나는 핫팩까지 준비했는데 말이다.
나에게 추위를 알려주는 시그널은
스키장에서 다쳤던 엄지손가락뼈이다.
스노보드 탄 젊은이가 내 뒤를 덮쳤고
(물론 고의는 아니겠다만)
그리고는 정신을 차려보니 그는 사라졌고
나는 나동그래졌고
금방 오른손가락이 부어서 장갑을 벗을 수 없는 경지에 이르렀으며
오른손 엄지손가락을 다치니 뭐하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없었다.
화장실에서 속옷 내리고 올리기도
반찬하려고 과도를 잡는것도 냄비를 드는것도
모든 것이 순식간에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는 그런 상황이 되었었다.
그 뒤로 왕침도 맞았고 외과도 다녔으나
아직도 뼈는 튀어나와있고
첫 추위가 올 때 쯤이면 그곳이 욱신거린다.
그 뒤로 스키장은 나에게 공포의 공간으로 변하게 되어서
리프트타고 올라가서 차만 마시고 오는 곳이 되었다.
사실 추워서 좋아하는 공간도 스포츠도 절대 아니었다.
아들 녀석이 아니면 절대 안갔을 것이다.
또 하나 나에게 추위를 직감하게 해주는 시그널은
따뜻한 차에 대한 선호도의 급 증가이다.
평소 물을 빼고는(물도 그리 많이 먹지는 않는다.)
음료를 좋아라 선호하지 않는데
슬며시 차 냄새가 코로 들어오고
차 종류의 이름이 눈에 밟힌다싶으면
여지없이 날이 추워지고 있었다.
여름에는 오히려 음료를 많이 찾지 않게 되는데
추우면 아마도 속을 따뜻하게 해야한다는 무의식적인 기작이 발동하나보다.
그래서 홍차이건 우렁차이건 커피이건 아니면 허브차라도
무엇이든 호호 거리면서 입안에 넣어주는 행위가 일어나게 된다.
물론 호떡이나 군밤이나 군고구마도
추위를 알려주지만 그것은 첫 추위때는 아니다.
이제 마음을 단단히 먹고 출근길에 나서야겠다.
제발 조금만 반짝 춥다가
다시 가을 기온을 회복하기를
아무도 반겨주지 않는
아무도 초대하지 않은
첫 추위는 사라져주기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아직 추위라는 버튼을 누르고 싶지는 않다.
심지어 나는 비번도 알고 싶지 않다.
격렬하게.
(다행이다. 바람이 거의 없다.
체감온도를 결정짓는 요인은 기온보다도 풍속이다. 버틸만하다. 앗싸.
이렇게 쓰고 이십분 뒤.
아니다. 바람이 조금은 있다. 손이 시려울락말락한다.
내 장갑이 어디있더라? 그래도 많이 서있지않고 셔틀버스 탑승에 성공했다.
오늘 가을 단체 여행에 가방끌고 줄 서신 분들이 하나도 부럽지 않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