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을 보는 기쁨
최근 주변에서 들은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모아봤다.
짧은 에피소드인데 생각할 부분도 공통점도 차이점도 있다.
모두 각각 다른 단톡에서 이루어진 대화이다.
에피소드 1.
가을 야구의 절정으로 가고 있는 중인 요즈음
야구 좋아하는 사람의 특징이다.
야구 본다 = 처음부터 자리깔고 티비로 끝까지 보는거
야구 안본다 = 잠깐씩 핸폰으로 티빙이나 소식보는 건 안보는 것
(나의 한줄평 : 야구 좋아하는 사람으로 엄청 공감.
결국 본인이 관심 있는 것은 어찌하든 결국
다 찾아본다는 이야기. 본능적으로다가.)
에피소드 2.
제가 막 결혼했을 때 명절 앞이라 시댁에 있었는데
시가로 사과 한 상자가 선물로 들어왔어요
저희 친정이면 열어보고 와 맛있겠다, 색깔봐라 이러는데
전부 이과인 시댁답게 어머님은 열어보더니
아.. 몇개구나 하고 숫자로 얘기하더라구요
어머니 어떻게 아세요? 했더니
가로세로 곱해보면 알잖아 하시는데
그게 이과생으로만 둘러싸인 시댁에서 놀랬던
첫번째 신호탄이고
이과속에 사는 문과는 그 뒤로 계속 놀람의 연속이었습니다.
(나의 한줄평 : 요새 문과 남편에 대한 답답함 수치가 백만 퍼센트인 상태에서 격하게 공감은 하나
나는 저 정도로 계산과 측정에 능한 사람은 아님.
사람마다 차이가 있는 것이지
문과와 이과가 모든 차이의 근본임은 아님.
그러나 분명 태생적이고 근본적인 다소의 차이는 존재함.
어디가 더 우월하다는 그런 마인드는 절대 아님.
그런데 이후 에피소드를 더 듣고싶은 마음은 있음.)
에피소드 3.
나랑 두 살 정도 차이나는 후배 이야기이다.
수영장 어르신들은 저보고 아가씨냐 하고
저희 아파트 할머니는 저보고 초등생 아들 그 애 엄마 아니냐 하는데
저희 학원에 검사하러온 5세들은 저보고 "할머니 같다~"고 해요.
나이든 분들은 상대적으로 저를 정말 젊게 보고 아이들 눈이 정확한거 맞고요.
(나의 한줄평 : 아이들이 정확하기는 하지만 머리색이나 스타일에 좌우되는 경우가 종종 있음.
아들 녀석 초2때 담임 선생님이 할아버지라 했는데
웬걸 공개 수업때 가보니 흰머리가 태생적으로 많은 30대 중반이셨음.
새삼 헤어스타일링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음.)
세가지 에피소드의 톡을 읽고 내가 느낀 공통점은
OR, AND 의 문제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택의 기로에 놓인 많은 경우를 만나다보니
이것 혹은 저것을 구별하고 구분하고 분류를 하는 작업에 우리는 엄청 익숙하다.
그런데 양면성은 분명한 것이지만
너무 OR 상황에서의 선택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닐까?
슈뢰딩거의 고양이가 죽었지만 살아있을 수는 없다만(아직 그 이론에 대해 백퍼 공감하지 못한다.)
우리의 삶은 어떤 때는 양면성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편하거나 정신 건강에 좋을 때도 분명 있으니 말이다.
야구를 보면 어떻고 안보면 어떻냐?
그렇지만 분명 내가 봐도 안 봐도
기분이 좋거나 마음이 아픈 일은 승부의 세계에서는
늘 일어나게 되어있다.
문과 출신이면 어떻고 이과 출신이면 어떻냐?
즐겁고 착하게 주변에 피해주지 않고 살면 된다.
단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부단한 노력은 꼭 필요하다.
늙어 보이면 어떻고 젊게 보이면 어떻냐?
내 몸과 마음의 건강이 최고지만 사실 기분은 조금 그렇다.
가급적 늙어보이지 않고 싶은것은 사실이다.
가끔씩 업무 관계가 아닌 지인들과의 톡에서
고수 철학자의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다들 연배가 있으니 개똥철학일지언정 하나씩은 깨달음이 있다.
그 내용을 보고 정신이 확 들 때도
피식 웃음이 나올 때도
아주 가끔은 신경질이 날 때도 있지만
톡이 없었다면 내 삶이 지금보다는 다소 심심하고 피폐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제 처음 전기담요를 살짝 켜보았는데 그 영향인지 몸이 너무 노곤하다.
오늘은 어떤 톡이 들어오려나. 사알짝 기대중이다.
오랜만에 제자들의 안부를 묻는 톡이 들어오거나
생각지도 못한 연구 협업 아르바이트 톡이 들어오면
기분좋은 하루가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