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깨어있다.
아침형 인간에서 점점 새벽형 인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진화인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변화는 분명하고
그런만큼 점점 수면의 양과 질이 떨어지고 있다.
물론 초저녁부터 잠이 와서(일찍 일어나니 시간상으로는 맞다)
몽롱한 상태로 보내다가 잠이 들고는
두 시간 정도만에 한번씩 깨는
신생아 스타일의 수면 형태가 되었다.
그런데 그 내가 잠든 그 사이에
세상 여러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는 한다.
새벽녘에 일어나 톡을 보면 깜짝 놀랄때도 있다.
내가 잠든 그 시간에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 싶어서이다.
잠든 사이 큰 일이 났던 기억으로는
전날 지진으로 인해서 수능이 연기된 초유의 날 저녁이었다.
당시 나는 교무부장이라 학사일정을 책임지고 있었는데
수능이 연기되었으니 중학교 학생들이 정상등교를 할 것이냐 그냥 하루 쉴 것이냐를 결정해야했고
(잠시 자다가 일어났더니 톡이 50개는 들어와 있었다.)
다행이 일찍 잠드는 내 스타일을 알고 계셨던
교감샘이 교장샘과 결정을 내려주셨었고
(전국적으로 학교마다 난리가 난 날이다.
수능은 아무 일 없이 지나가는 것이 최고이자 최선이다. 가장 부담스런 업무 중 한가지이다.)
자기 전에 소리로 핸드폰 설정을 해놓고 자야하나를 진심으로 고민했던 날이었다.
(내 핸드폰은 항상 진동모드이다.
소리로 해놓은 적이 없었다.)
어젯밤은 몹시 안되어보이던 객관적인 약팀이
(엄청 풀이 죽어있었는데)
기적의 8회를 만들어서 이기는 프로야구 한국시리즈를 보고 감탄하고
연구 시작을 알리는 계약의 첫단계 과업지시서를 기쁜 마음으로 검토 한 후
이제 오늘의 일은 마무리 된 것 같다는 마음으로 잠에 들었었고
중간 중간 깬 것은 같지만 절대 핸드폰을 보지는 않았는데(그러면 잠이 확 달아나더라.)
새벽 네 시 반쯤 일어나서 핸드폰을 보니
아뿔싸 그 사이에 티켓팅 고수님들께서
<불꽃야구> 직관 취소표를 어렵게 구해서
가겠냐고 물어봐주셨었는데 놓친거다.
그 어려운 일을 해주셨는데
잠 때문에 날라가 버리다니
새벽부터 허무하기 이를데가 없다.
새벽에 단톡에 글을 남길 수는 없다.
적어도 일곱시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그 때 답글을 달아도 늙은이 티가 확 난다.
공부를 할 때도 저녁 늦게까지 혹은 밤을 새면서 해본 적은 많지 않고
아무리 멋진 사람들과 함께여도 늦은 시간 잠의 유혹을 이기지는 못했고
(그래서 역사를 못만들었을 수도 있다.)
나보러 잠을 잘래 맛난 것을 먹을래 하면 주저없이 잠을 선택했고
(그래서 나에게 맛난 야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내 에너지 회복의 근간은 잠이라고 굳게 믿는다만(지금까지는 그랬었다.)
요새 잠이 고픈데 낮잠이건 밤잠이건 질이나 양이 모두 수준 이하이다.
이래서 되겠나 싶다만 피곤하면 잠이 오겠지 싶은 지금까지의 누적 데이터를 믿어본다.
몸이 못버티면 자게 되어있다.
아직은 출퇴근 셔틀버스에서도 제대로 잠을 잔 적이 없는 것을 보면 견딜만 한 것이다.
월요일 아침 학교로 가는 셔틀버스 앞 자리에서 고개를 늘어트리고 코까지 골면서 숙면을 취한
내 앞자리 그녀가 많이도 부럽기는 했다.
그런데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많이 먹는다는 말은 맞나보다.
벌써 배가 고파오니 말이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무지 피곤하다는 말도 맞다.
아침에 반짝하는 내 머리가 잘 안돌아가고 있다.
내가 잠든 사이 누군가는 열심히 일을 한다.
그렇지만 그 사람은 지금 자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일찍 일어난 내가 일할 시간이다.
어차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공평하게 24시간이다.
이것은 누구에게나 예외가 없다.
얼마나 다행인가.
나처럼 일찍 잠에 드는 사람에게 불리함만 있다면
정말 정말 힘들었을텐테.
일단 아침을 챙겨보자. 내 최애 눌은밥 정식? 좋다.
내게는 한정식 식당에서 사온 밑반찬 3종 세트가 있다.
(오늘의 대문 사진은 몇년 전 것인데
어디서 찍은 것인지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도 잠실쪽 그 높은 건물 꼭대기층에 올라갔던 날이었나?
이것봐라. 무지 멋진 분들과 무지 기분좋은 날이었는데도 야간이니 졸려서 기억이 선명하지 않은게 바로 나다.
이 글을 지금 읽으시는 분도 나와 비슷한 수면 스타일의 소유자이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