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대화는 전부 거짓말이다

상황이 만드는 프레임

by 이일일

[스타트업 사람 살림살이]



"사실일까?"


면접 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의문이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의도적으로 면접자를 이상하게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보려고 하다 보면 그런 마음이 듭니다.

잘못된 것이 아니라 엄연히 평가와 판단이 오가야 하는 자리는 늘 그런 것 같습니다.


혹은,

어떤 이야기든 나도 모르게 그 안에서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분명히 단점도 알아야 우리와 어떻게 핏을 맞추고 업무를 할지 미리 생각해 볼 수 있는 건데

언변이 뛰어난 면접자를 만나면 어김없이 단점은 장점화되기 마련입니다.




면접이라는 상황이 만드는 프레임은 참 신기합니다.

면접을 보는 사람과 면접을 보러 온 사람 간의 어쩌면 속소 속이는 싸움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누가 더 진실된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느끼게 하느냐의 싸움이기도 하지요.


면접관은 여러 가지 기대와 조심스러움을 함께 가진 채로 면접에 임합니다.


어떤 장점이 있는 사람일까
어떤 능력이 있는 사람일까
우리 조직에는 녹아들 수 있는 사람일까
연봉이 만만치 않은데 지금 우리에게는 정말 필수적인 사람이 맞을까


면접을 보러 온 면접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설렘 반 기대반이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이 회사는 어떤 비전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 회사일까
내가 만약 합격하게 된다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내가 이런 단점을 이야기하게 되면 내가 너무 부족하게 보이지는 않을까
어떤 이야기들을 해야 내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을까


어떤 상황이든 서로 반대되는 입장에 서 있는 사람들이 만나게 되는 자리는 언제나 긴장감이 돕니다.


정답은 없지만 일단 프레임을 깨고 나올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




먼저 면접이라는 상황이 주는 프레임을 깨기 위해서는 명확한 아이스브레이킹이 필요합니다.

흔히 스타트업에서 면접이나 채용 시스템이 다른 대기업처럼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한정적인 자원과 시스템 안에서 우리는 반드시 '인재 모으기'에 성공해야 합니다.


시덥지 않은 이야기와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해서 아이스브레이킹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면접이라는 시간도 '시간'이기 때문에 마냥 편안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잡담을 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그렇다고 면접자의 긴장이 무조건 풀린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일단 시간을 두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어차피 면접에서 물어볼 질문이 정해져 있고, 정형화되어 있으니 물어볼 것들을 물어보고 답변 듣는 것으로

면접을 끝낼 예정이라면, 그런 시스템이라면 '동료'보다는 '직원'은 채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스타트업에서 언제나 필요로 하는 '동료'는 찾기가 어렵기 때문에

실제로는 '동료'가 눈앞에 있는데 놓치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면접자의 마음이 풀어지고 편안한 이야기가 나오기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내가 솔직한 이야기를 해도 괜찮을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지시켜주는 데에도 꽤 시간이 필요하지요.

공감은 물론이고, 이야기를 끌어낼 능력도 필요합니다. 그것이 비록 면접자의 단점과 관련된 이야기이더라도.


면접관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면접의 '진행자'가 되어봅니다.

마치 유퀴즈의 유재석 님처럼 말이죠. 상대방이 민망하지 않도록 위트와 재치로 이야기를 끌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웃으며 면접의 분위기를 조율하고 상대방의 마음을 풀어줍니다.


면접이 아닌 커피챗과 같은 대화가 이루어질 분위기가 만들어진 후에는 그저 이야기를 나누면 됩니다.

자연스러운 질문과 답이 오갑니다. 자연스러운 질문에는 자연스러운 답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때로 너무 긴장하여 마실 것을 담아드린 종이컵이 땀으로 젖을 정도의 면접자분이 계신다면

"긴장이 많이 되시는구나. ㅎㅎ 괜찮아요, 저 나쁜 사람 아닙니다. 해치지 않아요."

웃음도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아직 알려지지 않고, 소위 말하는 네임밸류가 없는 스타트업일 경우 더더욱

인재들이 먼저 알아서 찾아오기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소개도 많이 받아보고, 어떻게든 '동료 모으기'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발버둥 치기 마련입니다.


대규모의 공채 시스템을 통해 서류통과를 거쳐 회사를 들어오기 위해 목숨 걸고 면접을 보러 오는 대기업과

똑같이 이 회사를 평가하고 이야기도 들어보고자 만나러 오는 스타트업의 환경은 꽤 차이가 있습니다.

서로 평가하는 자리인 것이지요.




아이스브레이킹이 이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이야기의 장이 펼쳐집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 먼저 살펴보면,

면접자가 하는 모든 이야기는 상황에 의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면접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지,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어차피 알 수 없습니다.

알 수 없는 것은 판단할 필요가 없고, 시간과 에너지를 쓸 필요가 없습니다.


다만,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는지
이야기를 들으면서 판단할 수 있는 상대방의 성향이나 성격이 어떤 것 같은지
우리 조직에 이와 잘 맞을 것 같은 리더는 누구일지
이런 장점은 어떻게 강화를 하면 좋을지, 단점은 어떤 보완을 하면 좋을지


여러가지 생각도 해보고

거짓말 속에 담긴 진실의 순간과 숨어있는, 숨길 수 없는 Fact를 찾아내야 합니다.


직접 이야기하지 않은 상대방의 진심을 알아차리는 순간 면접자도 마음을 더 활짝 열 가능성이 높습니다.


면접자의 입장에서 살펴보면,

면접관이 하는 모든 이야기 또한, 상황에 의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회사를 잘 모르는 상황에서 어차피 내 눈앞에 있는 면접관 말고는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면접관은 지금 회사를 대표해서 내 앞에 와 있는 것이고 이 사람을 통해 나는 모든 것을 파악해야 합니다.

그렇게 내가 파악한 것이 100% 확실하고 정확한 것은 아니겠지만,

어쩔 수 없이 처한 상황에 따른 유일한 해결책이자, 가능한 방법입니다.


회사에 대해서 소개하는 내용 중 객관적인 사실은 어떤 정보가 있는지
지금 나에게 하는 질문의 내용을 들어보고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을 필요로 하는 것 같은지
지금의 회사의 상황은 어떤 상황인 것 같은지
이런 이야기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은데 굳이 이야기하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이왕 만나게 된 거, 시원하게 서로 후회 없이 이야기하자는 느낌으로 이야기 나누는 것도 추천합니다.

면접자의 입장에서는 '잘 보이기'에 무의식적으로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절하고자 해도 잘 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만큼 면접의 상황은 꽤 압박이 큽니다.

그렇기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다 잘하고 나오자"라고 마음먹는 것이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사실 면접이라는 것은 전형적으로 정답이 없고 사람의 마음과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이 적용되는

'정성적인' 영역입니다.


어떻게 해야 좋은 사람인지 알 수 있느냐,
어떻게 해야 좋은 회사인지 알 수 있느냐,


이런 질문을 받고 자문을 요청받는 경우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자문을 드리고 방법도 알려드리기는 하지만,

사실 결론은 하나인 경우가 많습니다.


"괜찮은 사람은 그냥 괜찮아요."
"괜찮은 회사는 그냥 괜찮아요."


너무 무책임한 말 같아 보이나요?


아마 좋은 사람을 채용해 본 적이 있으신 분들, 좋은 회사를 찾아다녀본 적이 있거나 현재도 근무하고 계신 분들 같은 경우에는 제 이야기가 어떤 말인지 단 번에 느낌이 오실 겁니다.


여러 가지 방법과 노력과 시간을 들인 후에 최선을 다해서 판단해 보고 나서도 잘 모르겠는 경우에는

조용히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해 보세요.


그냥 괜찮은 사람인가, 그냥 괜찮은 곳인가


아마도 답이 있을 겁니다.


잘 모르겠는 분은 말씀 주세요.

제가 알려드리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아실 수 있게끔 해드릴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도 힘겹게 '동료 모으기'에 전념하고 있는 스타트업들과

'좋은 회사' 찾기에 전념하고 계신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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