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기로 마음먹기
[스타트업 사람 살림살이]
"저 퇴사하겠습니다."
채용을 진행한 사람에게 이보다 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가 있을까요.
아무리 들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이 상황은 마음에 지옥을 가져옵니다.
"왜?"
나도 모르게 이유를 묻고 있는 이 상황은 참 슬프면서 웃깁니다.
이유를 안다고 한들 붙잡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게 됩니다.
누군가 퇴사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
그때부터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 다양하게 나뉩니다.
관심 없다는 듯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
심각한 표정으로 당장 세상이 무너질 듯 고뇌에 빠지는 사람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어깨동무하며 카페로 끌고 나가는 사람
너무 바쁘니 나중에 이야기하자며 손사래를 쳐 돌려보내는 사람
너무 자주 들어 짜증이 나는 듯 언제까지 나올 거냐며 마무리를 지어버리는 사람
정답은 없지만 누군가 퇴사를 하겠다고 하는 이야기는 참 묘한 마음이 들게 만듭니다. 언제나.
특히 일을 곧잘 하는 사람이 그만둔다고 하면 더더욱.
"왜 그러는데?"
일단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습니다.
이유는 정말 다양합니다. 다양하다 못해 어이가 없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사한 지 2주가 채 되지 않았지만 이 일이 맞지 않는 것 같다.
막상 들어와서 보니 너무 체계가 없어 잘 적응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1년 넘게 회사를 다녔지만 어떤 점에서 성장했는지 잘 모르겠고 좀 쉬고 싶다.
다른 목표가 생겼고 그 목표를 위해서 학원과 강의를 이미 등록해 놓았고 이제는 진짜 그만해야겠다.
SI에서 해볼만큼 해본 것 같은데 이제는 Product가 있는 곳으로 가서 해보고 싶다.
SI에서 오래 근무하면 인하우스 플랫폼 있는 곳에 취업이 어렵다는 이야기가 있다.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당분간은 아예 일이나 뭐든 할 수 없을 것 같다.
원래도 프리랜서였지만 나에게는 조직이나 회사라는 것이 맞지 않는 것 같다.
계속 다른 회사를 찾으면서 면접을 보고 있었는데 붙었고 언제까지 출근한다고 이야기 다 끝났다.
나를 케어해 주는 사수가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고 너무 힘들다.
힘들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까지인 줄 몰랐다. 나는 안될 것 같다.
내가 일하는 것에 비해 연봉이 너무 적다. 다른 곳에서는 이만큼도 준다고 한다.
더 적지는 않겠습니다. 너무나도 많죠? 셀 수도 없습니다.
퇴사하는 이유와 관련하여서는 그것이 맞는 이야기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퇴사하겠다는 결과가 일단 나와버렸으니 이에 대한 대처가 먼저겠지요.
일단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야겠습니다.
붙잡고 싶은 사람
당장 떠나보내도 상관없는 사람(붙잡고 싶지 않은 사람)
퇴사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사람에 대한 나의 생각을 위와 같이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두 케이스마다 각각의 이유를 살펴본다면 그것 또한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가 있을 겁니다.
붙잡고 싶은 이유 / 붙잡고 싶지 않은 이유
이유는 굉장히 많겠지만 퇴사 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 순간!
이렇게까지 이유에 대해서 생각하시는 분들은 생각보다 많이 없을 수 있습니다.
우선 불안하고 걱정되는 것들이 먼저 떠오를 수 있거든요.
이 사람이 어쨌든 맡고 있었던 업무는 그럼 누가 맡아주지, 사람관리 못한다고 욕먹으면 어떡하지,
일단 화가 나는 경우도 있을 테고, 저 업무를 내가 떠안지는 않을까 불편할 수도 있고, 등등
일단 많은 생각들이 먼저 머릿속에 드는 것이 당연합니다.
저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몸에서 열이 나고 손에서는 땀이 나더군요.
뭐라고 답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서 이유도 묻지 못하고 키보드 위에서 손이 얼어버리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붙잡고 싶지 않다면 간단한 퇴사면담 후 서로 웃으며 헤어지면 됩니다.
(물론 사직서는 꼭 받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받아야겠지요.)
역시 문제는 붙잡고 싶은 사람일 경우입니다.
사실 방법이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만, 저의 경험을 바탕으로 몇 가지만 적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붙잡을 수 있는 방법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붙잡았던 것이 아니라 퇴사를 하겠다는 그 친구가 생각을 바꾼 경우들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1. 공감이 먼저입니다.
분명히 퇴사를 하고자 하는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여러 가지 복합적으로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붙잡고 싶다는 건 어쨌든 일은 잘해왔고 본인도 그 부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회사에 잘 적응도 하고 있었고 성장하고 있다는 생각도 어느 정도는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퇴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퇴사 이야기를 입 밖으로 내게 된 것은 상당히 복잡한 상황이 있을 수 있기에 공감이 먼저입니다.
힘들었다면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힘들었는지,
퇴사 이유조차 잘 모르겠고 눈물부터 흘린다면 가만히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합니다.
진심이 전달될 수 있는 방법은 공감 외에는 딱히 없는 것 같습니다.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가는 경우도 저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만 같은 느낌도 있지요.
2. 지금 이 순간 '나'는 없고 '저 사람'만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퇴사 이야기를 듣는 '나'는 없어져야 합니다. 온전히 퇴사 이야기를 하는 이 친구만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 속에 그 친구 외에도 '나'의 이야기가 들어간다면 어차피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지금 퇴사를 이야기하는 이 친구는 누구보다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상황일 테니까요.
'나'의 이야기가 슬쩍 눈치껏 빠져줄 때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립니다.
3. '잘' 들어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런 경우 '듣는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것도 '잘'.
눈빛, 말투, 행동, 어투, 손짓, 표정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잘 들어야 합니다. 아니 들어주어야 합니다.
내가 진심으로 잘 듣고 있다는 게 전달되는 것이 중요하다기보다
지금은 상대방의 진심이 나에게 '잘' 전달되고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것이 이야기를 들어주는 핵심입니다.
4. 끊임없이 생각해야 합니다.
그냥 듣기만 한다면 그건 반절의 진심입니다.
상대방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은 말 뒤에 숨어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에
그래서 듣는 동안 생각해야 합니다. 어떤 것이 진심일까, 어떤 것이 진실일까
결국 나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5. 나도 함께 퇴사를 마음먹어 봅니다.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퇴사를 하겠다고 결심해 봅니다. 조금씩 생각의 길이 열립니다.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서로 교감할지 자연스럽게 생각이 드는 영역이 생깁니다.
나와 상대방은 다르지만 퇴사를 마음먹는 순간의 결심은 비슷합니다.
6. 이제 이야기를 나눕니다.
어떤 이야기를 일방적으로 해주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라떼는'이라거나 '나 같으면'과 같은 이야기는
되도록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도움이 된다기보다는 생각의 길이 다른 곳으로 샐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쨌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는 것은 상대방이 어떠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7. 따로 시간을 주지는 않습니다.
어차피 혼자 생각하다 보면 결론은 변하지 않습니다. 아마 여럿 경험을 해보셨을 겁니다.
"생각을 좀 더 해볼게요."
어차피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나와 함께 하지 않은 생각은 상대방의 결심을 공고히 만들어줍니다.
내가 상대방에게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는 생각의 배경이 되어줄 수 있습니다.
8. 내 경험의 이야기를 원할 때만 이야기해 줍니다.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이사님은 이럴 때 어떻게 하셨어요?"
"저는 도저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말 몰라서 물어보는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내 이야기를 해주고, 비슷한 케이스의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다만, 내 경험이 정답이라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순간 상대방은 다시 한번 마음을 굳힐 것입니다.
9. 내 기준대로 생각하는 것은 반칙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데 내 기준대로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된 길로 빠질 수 있습니다.
인지하고 듣지 않는다면 어느새 머릿속에는 상대방을 붙잡을 수 없는 이유로 가득해질 것입니다.
이렇게 느끼는 건 나뿐만이 아니라 상대방도 똑같이 느끼게 됩니다.
10. 포기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결정합니다.
일단 붙잡고 싶은 사람이라면 포기란 없습니다. 물론, 포기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건 어쩔 수 없겠지요. 적어도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 포기는 없습니다. 많이 힘들 겁니다.
결정은 지금 합니다.
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계속 다닐 것인지', '퇴사할 것인지'는 정해져 있어야 합니다.
결정을 이후로 미루는 것은 '퇴사하겠다.', '퇴사하는 것으로 알고 있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위와 같은 노력이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전부가 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공통점은 진심에 가깝고 솔직한 이야기를 나누기에 참 좋은 노력들이라는 것입니다.
한 가지의 규칙을 더 나누고 싶습니다.
* 붙잡혀 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나, 남아줬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지, 저렇게 하면 어떨지 질문을 하고 서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지금 상황에는 더 적합하지 싶습니다.
그러다 보면 눈물 콧물 뺀 상대방은 더 깊이 생각을 합니다.
퇴사와 관련된 것을 생각하면 저는 늘 한 친구가 생각이 납니다.
제가 채용하고 이후 그만둔 사람도 이제는 셀 수 없이 많지만 제가 붙잡았던 친구들도 많은데
그중 한 명이 꼭 생각납니다.
집 앞으로 찾아갔었습니다. 집 앞에서 쪼그려 앉아 그 친구와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 과거 사회초년생 시절 생각도 많이 났었고 정말 그 친구가 하는 이야기에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그만두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다만, 제가 생각하기에 정말 좋을 것 같은, 도움이 될 것 같은 방향과 이야기는 많이 나눴던 것 같습니다.
결국 그 친구는 그만두지 않았고, 권고사직 당하기 전까지 꽤나 저와 생각의 싱크를 잘 맞추며 일했습니다.
지금도 잘 연락하며 지내고 있고, 여전히 제가 부탁을 하면 어떤 것보다 먼저 빼지 않고 들어줍니다.
참 고마운 친구입니다.
그만두겠다는 사람들의 심리와 마음, 그 이유를 100% 다 알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한 때는 한꺼번에 그만두는 친구들로 인해 공황장애처럼 마음에 병이 도져
출근해도 사무실을 들어가기 힘들었던 때도 있었습니다.
너무 힘들어서 다 놓아버리고 싶었던 때도 있었구요.
그렇지만 사람이 전부인 것도 사실이기에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고 계시다면,
또 이런 일들을 자주 겪어야만 하는 직무에 계시다면 한 번쯤은 고민하고 노력해 볼 만한 것 같습니다.
모두들 나와 다른 사람이기에 그 사이에 존재하는 벽을 완벽하게 허물 수는 없지만
이런 일들이 있을 때마다 그 벽의 두께가 꽤나 많이 얇아짐을 느끼며 힘도 납니다.
사람에 대한 상처나 속상함 등은 결국 사람으로 잊히고 치유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혹시 오늘도 누군가 퇴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나요?
한 번 그와 똑같이 퇴사한다는 마음먹고 이야기 한 번 나눠보시지요.
어떻게 하면 이 마음이 변할지 조금은 보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