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했다고
"저는 아무래도 이 일과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잘못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 너무 달라요. 죄송합니다."
그는 회사에 입사한 지 2주가 되었다.
그녀는 회사에 입사한 지 3일이 되었다.
이 일과 맞지 않다는 판단을 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까?
맞지 않았다면 어떤 부분이 정확히 맞지 않았던 걸까?
채용을 하는 입장에서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인원이 금방 그만두겠다고 하는 것은 꽤 타격이 크다.
다른 의미에서 타격이 큰 것이 아니라 나름 조직에 핏이 잘 맞을 것이라 예상하고 채용을 진행했을 것이기에
그런 사람을 또 어떻게, 어디서 구할 것이냐에 대한 고민도 생기고,
혹시 채용하는 과정 중에서 어떠한 부족한 점들이 보여서 그들이 그런 마음을 먹은 것은 아닐까 걱정도 된다.
스타트업은 말 그대로 '동료 모으기' 싸움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한 명, 한 명 채용하는 것에 심혈을 기울이는 정도가 아니라 그것을 전부라 생각하고 진행한다.
유려한 채용 시스템, 근사한 온보딩 과정 같은 것들이 있기 힘든 스타트업에게 동료 한 명은 생명수와 같다.
그렇게 어렵고 힘든 채용의 과정을 거쳐 채용한 멤버들에게 기대하는 것은 크게 없다.
일단 잘 버텨주기를, 처음 보이는 회사의 단편적인 모습만으로 판단하지 않기를 하는 마음 정도 먹는다.
끝까지 경계를 늦추지 않는 그들의 눈빛에 나의 걱정스러운 얼굴이 비친다.
여지없이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흔들리던 눈빛은 그들의 결심을 재촉한다.
"이 회사가 정말 나와 잘 맞을까?"
"시스템이 아무리 없어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시간이 꽤 지나면 지날수록 불안은 커지고 생각이 고착화된다. 그렇게 떠날 준비를 한다.
떠날 준비를 마친 그들의 행동에는 이제 거침이 없을 것이다.
조심스러워 보이고, 꽤 신중하게 생각한 듯 보이지만 용감함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저는 아무래도 안될 것 같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자.
그들과의 이야기에서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단점은 모두 다 튀어나오게 된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을 복습하고, 얼마나 빠르게 개선하고 변화를 가져가야 할지 다시 한번 다짐한다.
반성의 시간이자 불편하고 부끄러운 시간이다.
시스템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
저를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 것 같아요.
사수가 없이는 아무래도 제가 해낼 수 없을 것 같아요.
제가 PM이라는 직무에 잘 맞는지 모르겠어요.
어떤 부분들을 배울 수 있을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제가 바로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아요.
지켜보니까 모두 야근을 무조건 할 수밖에 없는 것 같은데 제가 버틸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이 연봉으로는 그렇게까지 하기 힘들 것 같아요.
이 정도로 야근이 많을지 몰랐어요.
다른 회사 면접에 붙게 되어서 그쪽과 이야기해서 출근 날짜도 정했습니다. 죄송해요.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 같지만 듣다 보면 내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해진다.
더 솔직하게 마음을 들여다보자면 어떤 특정 이유들에 대해서는 사실 화도 난다.
면접 때 나와 약속했던 것, 이야기 나누고 진지하게 생각해 봤던 것들이 모조리 무너지는 기분이다.
시간은 생각보다 오래 지나지 않았다. 경험하기에 과연 충분했던 것일까?
계속하고 말고는 물론 그들의 선택이자 결정은 맞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의 없는 거짓말로 느껴지는 부분들은 큰 아쉬움을 주고, 그들을 선택한 나 또한 싫어진다.
일자리를 구하고 계신 분들이 이 글을 읽으실 때는 이해가 안 되실 수도 있고, 그 부분도 이해한다.
내가 구직을 하는 입장에서도 비슷한 의견은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이다.
하지만 내가 3일 혹은 2주 동안 봐온 그들의 모습은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실망스러웠다.
성의가 없다고 느껴진다.
채용은 구직자와 구인하는 쪽 양방향 신뢰와 약속으로 이루어진다.
면접을 보는 과정에서, 또 조율하고 협의하는 과정에서 각자 원하는 것에 대한 약정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근로계약을 맺게 되고 이것은 엄연히 '계약'에 해당한다.
내가 적당히 해보고 아닌 것 같으면 바로 손바닥 뒤집듯 뒤집어버릴 수 있는 그런 성격의 것은 아니다.
백 번, 천 번을 양보해도 그건 아니다.
스타트업의 시스템은 실제로 부족하다.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꽤 두려울 정도였을 것이다.
한 명이 4-5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누가 누구를 신경 써줄 입장이 못 된다.
사수가 있다한들 신경을 써주기도 어렵고, 주니어 PM을 성장시키는 컨셉의 초기 조직에 사수는 없다.
성장하기까지 기다려주기는 어렵다. 실력이 부족해도 강제로 즉시전력감이 되어야만 한다.
이 시기의 야근은 본인의 실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하게 될 수 있다. 물론 기존 멤버들은 절대적인 일의 양이 많아 야근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고 그것 자체가 위화감을 조성할 수 있고, 보는 것만으로 두려울 수 있다.
회사의 시스템이나 초기 스타트업이 가지고 있는, 많은 희생을 요구하는 부분은 이유가 될 수 있다.
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사실 이런 것들이 이유라 하더라도 나는 따끔하게 한 소리를 해주기는 한다.
"스타트업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이런 것들이 절대로 당연하다고 하고 싶지 않지만, 실제로 스타트업은 부족함이 많습니다. 면접 때에도 다 말씀드렸구요. 만약 이런 것들이 두려우시거나 안될 것 같으시면 1년 반 혹은 2년 정도는 열심히 준비하셔서 대기업에 들어가시는 것이 맞으실 것 같습니다. 다만, 대기업이라고 절대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막상 스타트업에 들어오게 되고 실제로 두 눈으로 확인한 광경은 꽤나 놀라울 수 있다.
그런 분들은 꼭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명확한 채용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대기업에 들어가시는 것을 추천드리고 실제로 그게 더 잘 맞으실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다른 이유들이다.
PM 직무와 잘 맞는지 아닌지는 3일 아니 3년이 지나도 잘 알 수 없는 것들이다.
이미 채용 과정에서 협의와 조율을 통해 결정한 연봉 또한 이 타이밍에 이야기 나올 것들은 아니다.
다른 회사와 면접을 보고 출근 날짜를 정해 오는 것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잘 모르겠다.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는지는 성과와 결과를 내고 회고를 할 정도가 되어야지 그나마 알 수 있다.
이런 부분들을 이유로 꽤 많은 분들이 채용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말씀을 주신다.
"저는 이 일과 맞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다칠까 봐 많은 이야기를 해드리지도 않았고 나도 더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런 경우들이 발생하고 이런 분들을 만나게 되면 감정이 다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마음도 조금씩 더 닫히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 더 의심도 하게 된다.
물론 결론은 어쩔 수가 없다.
당연히 결정은 당사자가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막을 수도 없고,
그 마음을 돌리는 것도 정말 너무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내가 빠르게 인정하고 내려놓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그래도 이런 경우가 발생했을 때 꼭 말씀드렸던 것은 있었다.
차라리 솔직하게 말씀 주시라고. 절대 지금 알 수 없는, 아무리 뛰어나도 알 수가 없는 이유들 말고.
어쨌든 마무리는 마무리이기 때문에 서로 최대한 잘하면 좋지 않냐고.
더 솔직한 대답을 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몇 시간의 면접을 통해 나름대로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내가 몸 담고자 하는 회사를 결정하는 순간에 그래도 결정을 해서 오게 되었고
그런 약속의 시간 이후 이것을 뒤집어야 하는 상황이 왔을 때는 모두 솔직해지면 좋을 것 같다.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서로 마무리를 잘하는 것이 서로에 대한 존중이라고 생각한다.
존중 속에 인정하고 받아들인 후에 내려놓는다면 우리 모두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지만 모두가 원하는 직장과 원하는 동료를 한 번에 만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기에 실망하지 않고 이어나갈 수 있기를!
험난한 세상 속 모두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