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거야, 그냥

이유 = 약점

by 이일일


이유
명분
동기
정당성


어떤 일을 하는 경우 보통 '왜'라고 부르는 것과 관련하여 꽤 명확하게 그것이 존재하기를 바란다.

마치 그래야 의미도 더 있는 것 같고 덜 억울한 것 같기도 하고 많은 것이 해결되는 느낌이다.


도덕적인 주제, 일상생활에서 마주할 수 있는 일반적인 주제와 관련한 이야기는 아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이다.

공적인 영역에 가깝다.


회사에서 일이라는 것을 하거나, 본인이 혼자서 프리랜서로 일을 하든, 개인사업자로 일을 하든

어떤 경우에서든 되도록이면 덜 지치고 롱런할 수 있도록.

힘든 순간이 오거나 지금 당장 때려치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번아웃'이 왔다면

한 번쯤은 생각하고 시도해 볼 만한 방법.


정답은 아닐 수 있겠지만 일단


"이유가 필요 없다고 인정해 보는 거다."
"동기가 없어도 된다고 인정해 보는 거다."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흔히들 어떤 '이유'가 있어야지만 일이라는 것을 할 수 있고,

또 명분이 있어야지만 오래도록 어떠한 일을 계속할 수 있다고 생각들 한다.

나는 절대적으로 그 의견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유는 흔히 '약점'이 되기 마련이었다. 늘.

돈, 재미, 사명, 관계, 성장, 책임, 등등 일을 하는 이유이자 명분은 굉장히 많다.

'동기'라는 워딩으로 변경해 보면 이해가 더 쉽다.


가장 많은 동기는 '돈'인 것 같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직장인은 '돈'을 동기삼아 일을 한다. 돈을 벌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모든 사람들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상과도 같은 일이다.


"지금 이 정도의 경력이면 난 이 정도는 벌어야 해."


일에서 '재미'를 찾는 사람들도 꽤 많다.

끝나지 않는 논쟁도 있지 않은가. "좋아하는 일을 할 것인가, 잘하는 일을 할 것인가."

전 직장에서 넘어오면서 직무를 전환한 친구가 이야기하더라.


"이전에는 하던 일이 재미가 있었는데, 지금은 재미가 없어요."


'성장'이 동기인 사람들은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내가 성장하는 것이 보이지 않으면 고민이 커진다.

'성장'이라는 것이 눈에 명확히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을 해야 하는 입장의 사람은 언제나 급하다.

마음이 급할수록 내가 하고 있는 일은, 나의 실력은 한없이 부족해 보이기 마련이다.


"이대로라면 내 커리어가 꼬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렇게 여러 이유들로 인해 우리는 일을 하고 일상을 살아간다.

좋다. 좋은데, 문제는 '이유'들이 없어지는 순간들이다.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기에 '돈'이라는 것에서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직을 생각할 수 있다.

이상한 일이 전혀 아니다. 물론 이직하고 나서 또 '돈'을 벌면 되는 것 아니냐 하겠지만,

맞다. 그건 맞지만 일단 '일'이라고 하는 것을 멈춰야 하는 것도 맞다.

돈을 버는 것을 이유로 삼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멈출 시간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주 했던 이야기인데, 일은 원래 재미가 없는 것이 정상이다.

재미있던 것도 내가 일로 하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어지기 마련이다. 만약 그렇지 않고 계속 재미있다?

그건 정말 기적이자 축복이다. 그 기적, 축복과도 같은 것이 나에게 주어졌음에 감사하면 된다.

일이 재미가 없다고 해서 "갑자기 내가 이상해진 것 아닐까"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성장은 보통 내가 직접 내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성장하고 있는지 의심이 되고 걱정이 된다면 '성장'의 관점에서만 나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피드백을 받아보는 것도 좋고, 성장하는 지점이 어디인지를 다시 한번 살펴보고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보다 커리어가 꼬이는 것은 외부의 요인이 아니라 나의 요인으로 인해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이 이유를 말하는 것이 핑계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지만 그런 이야기는 아니다.

가능하다면 한 번 다르게 생각을 해보는 것도 좋은 시도일 수 있기에 한 번 나눠보는 것이다.




어떤 순간에는 다 비우고


'그냥' 해보는 거다.


아무 생각 없이 한다는 뜻이 아니라, 어떤 시기에는 '그냥' 하는 것도 필요한 자세라고 본다.

물론 본인의 선택이지만 세상이 내 맘처럼 되지 않다 보니 흘러가야 하는 시간도 분명히 필요하다.

받아들이고 고통스럽지만 견디고 지나가는 시간이 있어야 다른 방향이나 경우의 수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돈'이 벌리지 않으면 멈추게 되고
'재미'가 없으면 하기 힘들어지고
'성장'이 없는 것 같으면 하기 싫어지고


내가 이유로 삼은 어떤 것이 없어진다고 해서 모든 것이 끝나고 의미 없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우리는 그런 이유가 없어지면 큰일이 난 것처럼 불안해지고 걱정이 많아진다.


그럴 필요 없다. 그러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물론 멈추는 것도, 멈추고 잠시 쉬면서 돌아보는 것도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불안하고 걱정이 될 때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해도 괜찮다는 말이다.


'그냥'하거나 아무런 이유 없이 하면 아무 생각도 없이, 의미 없이 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것도 큰 용기이고, 꽤 해봄직한 일이다. 괜찮다.


지치고 힘든 누군가가 '그냥' 해보는 용기를 낼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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