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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사람 살림살이]
"제가 생각해 보고 연락드릴게요."
대다수 스타트업의 면접 마지막 멘트 단골손님입니다.
너도, 나도 지금 당장 결정할 수 없으니 우리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어디 한 번 결정을 해볼까 하는 인사치레.
나에게 모든 것을 퍼줄 것처럼, 이 회사가 너무 마음에 들어 못 견디겠다던 표정을 짓던 지원자는
그 당일에 다른 곳 면접을 보고 그쪽으로 채용을 결정했다고 연락을 줍니다.
아차 싶은 순간이지요. 참 괜찮은 사람이었는데, 오늘도 놓치고 말았습니다.
이런 순간에는 과연 이 채용시장이 어려운 것이 맞는지 속절없이 무너지고 맙니다.
우리 회사의 장점을 설명하고 입 아프게 공유해도 더없이 작아지는 마음은 상처가 됩니다.
우리 회사가 별로라기보다는 이 또한 세일즈적인 접근이 가능하기는 합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던 것처럼 아웃바운드로 제안을 넣어 면접을 보게 되었든,
우리 회사에 지원서를 넣어주셔서 면접을 보게 되었든, 어쨌든.
지원자는 면접을 보게 되었고 회사를 방문하게 되었고 면접관을 만나게 됩니다. 놓쳐서는 안 될 기회죠.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잡겠다는 생각으로 달려들어야 합니다.
마치 세일즈처럼 말이죠. 고객을 반드시 잡기 위해 우리는 무슨 짓이든 합니다. 특히 스타트업은.
대기업처럼 자연스레 돌아가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 현금흐름 걱정을 조금 덜 해도 괜찮다거나,
네임밸류가 있기에 채용공고를 올리면 올리는 대로 일단 지원자들이 몰려들게 되고
그 안에서 내가 평가라는 것을 하고 '걸러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더없이 사람이 중요하고 전부인 스타트업에게는 현실적으로 있기 어려운 일입니다.
그렇기에 지원자를 만나는 면접 자리는 고객과 만나는 자리와 다를 바 없이 중요하고 또 중요합니다.
놓치지 않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통해 지원자를 설득하고 마음을 얻어냅니다.
보통 우리는 나이스병에 걸려 생각해 보시고 연락을 달라는 것으로 면접을 끝마칩니다.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것은, 그것도 이 회사를 벗어나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것은
지원자를 붙잡을 생각이 없다는 것과 동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구요?
지원자도 이 회사가 마음에 들었다는 느낌이 있었다면 그때 잡아야 합니다.
회사 문 밖을 나가는 순간 우리 회사보다 더 나은 회사는 수도 없이 많고,
지원자가 새롭게 지원해 볼 회사도 끝도 없이 많습니다. 우리는 곧장 'one of them'이 됩니다.
저는 면접 때 괜찮다는 판단이 들면 늘 이 자리에서 결정을 해주시기를 요청드렸습니다.
그럼 늘 면접을 보러 오신 분들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씀을 주셨고, 그럼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그럼 지금 시간을 드릴 테니 생각해 보시고 결정해 주세요!
10분 후에 제가 들어올 테니 그때는 결정하시는 겁니다!
그럼 대다수 웃으면서 당황스러워하셨지만, 95% 이상은 그 자리에서 입사를 결정하셨습니다.
일단 결정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드리면 면접을 보러 오신 분들은 순간 깊은 고민에 빠집니다.
분명 밖으로 나가면 더 좋은 기회가 있을 수 있고, 여기보다 연봉을 더 주는 곳이 있을 수도 있고
복지가 더 괜찮은 곳도 있을 수 있고 다 알고 계십니다.
그렇게 알고 계시지만, 지금 들었을 때 우리가 서로 Fit이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기에
고민도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지금 결정하시지 않으면 입사가 어렵다는 말을 들으시면,
속된 말로, 마음이 쫄리기 시작합니다.
왜냐면 밖에 더 좋은 회사가 없을 수도 있고, 막상 내가 채용이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순간적으로 구도가 바뀌게 되는 것이지요.
10분간 시간을 드리는 동안 부모님과 전화를 하신 분도 계셨고, 홀로 멍하니 생각하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결정권이 넘어왔고, 이 결정으로 내가 지금 당장 일자리를 얻느냐, 마느냐가 정해지는 순간이 오면
면접자분들은 대부분 입사를 결정하시기 마련입니다.
이건 어떤 스킬이 아닙니다. 진정성과 관련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면접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10분의 시간을 드리면서 결정을 요청드리는 이유는
그만큼 자신 있었기 때문입니다. 회사도 아니라 제가 자신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에 와서는 참 오만이었구나 라는 생각도 많이 듭니다. 하지만 진심은 맞았습니다.
그렇기에 감사하게도 저를 보고 선택해 주신 분들도 많이 계셨고,
그 덕에 지금 생각해 보면 재밌게 일을, 이 한 몸 불태워하는 것도 가능했었구나 싶습니다.
그분들이 계셨기에.
아마 채용과정 중에 지금 결정하셔야 한다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쉽지가 않으실 겁니다.
이건 세일즈도 마찬가지이거든요.
지금 결정하지 않으시면 아쉽게도 저희와 함께 하실 수 없습니다.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사람도 쉽게 할 수 없는 일이고,
웬만한 자신감으로 될 만한 문제도 아닙니다.
꽤 매력적인 배포가 있어야 하고 뒤틀림 없는 세련됨도 있어야 하며,
찌질한 욕심은 버리고 진심만을 남겨야 겨우 입 밖으로 이야기를 꺼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을 통해 소중한 한 분 한 분을 모실 수 있고,
그것이 나에게는 인생에 선명한 관계와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길이기에 추천드립니다.
결정은 바로 지금, 지금입니다. 다음은 없습니다.